“강남·판교 사이에 이런 동네가”...12년 만에 서울서 딱 1곳 풀린 이것 [부동산 이기자]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2024. 11. 23.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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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이기자-41]
한동안 서울 유일 신규택지 후보지
서리풀지구에 2만 가구 미니신도시
55%는 신혼부부 장기전세주택으로
강남·판교 가까워 직주근접성 높아
환경단체·토지주 반발시 지연될수도
신규 택지 후보지로 발표된 경부고속도로 인근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 전경. [매경DB]
이달 들어 서울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12년 만에 풀렸습니다. 정부가 주택을 대규모로 공급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푼 건 이명박 정권이었던 2012년이 마지막이었습니다. 그간 여러 그린벨트 지역이 해제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이번에 최종적으로 딱 1곳이 선정됐습니다. 바로 서울 서초구 서리풀지구입니다.

한동안 서울의 신규 택지 후보지는 서리풀지구가 유일할 전망입니다. 국토교통부가 내년 상반기에 3만 가구 규모의 신규 택지 후보지를 추가 발표할 예정인데요. 서울시가 “추가적인 그린벨트 해제는 없다”고 못을 박았기 때문입니다. 참고로 택지는 쉽게 말해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입니다. 오늘은 희소성 높은 신규 택지 후보지인 서리풀지구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2만 가구 공급...절반은 신혼부부 임대주택으로
국토부는 지난 5일 수도권 신규 택지 후보지 4곳을 발표했습니다. 이 중 유일하게 서울이자 강남권인 곳이 서리풀지구입니다. 서초구 원지·신원·염곡·내곡·우면동 일대 221만㎡(67만평) 용지를 일컫습니다. 전체 땅의 99%가 그린벨트로 묶인 곳입니다. 하지만 비닐하우스와 창고가 곳곳에 난립해 훼손은 어느 정도 이뤄진 상태입니다. 이번에 개발 대상지로 뽑힌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입니다.
앞으로 이곳엔 주택 2만 가구가 지어집니다. 이 중 1만 1000가구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Ⅱ로 공급됩니다. 이른바 ‘미리 내 집’ 유형입니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와 예비 신혼부부에게 최장 20년 주거를 보장하는 임대주택입니다. 이름이 이렇게 붙은 건 아이를 낳으면 살고 있던 임대주택을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때문입니다. (미리 내 집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부동산 이기자 29화를 참고하세요.)

신혼부부가 많이 살게 되는 만큼 육아 친화적인 주거 단지를 만들 계획입니다. 그린벨트는 미래세대를 위해 남겨둬야 한다는 비판을 미래세대를 위한 주거 공간을 만드는 것으로 돌파하고자 한 겁니다. 나머지 9000가구는 공공분양으로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시가 “공공주택 중심의 개발을 진행해 이익이 사유화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매경DB]
공공분양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가격입니다. 분양가 상한제가 적용돼 비슷한 입지에서 나오는 민간분양 아파트보다 더 저렴하게 공급됩니다. 물론 이제 막 발표가 나온 터라 분양가는 예측하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국토부는 2029년에 서리풀지구에서 첫 번째 분양이 이뤄질 수 있게 하겠단 목표를 세웠습니다. 2031년에는 집들이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빨리 절차를 밟겠다고 합니다.
교통 요지인데다 강남·판교 업무지구 가까워
서울의 그린벨트 면적은 149㎢에 달합니다.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합니다. 이처럼 다양한 지역 가운데 왜 서리풀지구만 해제 후보지가 됐을까요. 국토부는 크게 2가지 이유를 꼽았습니다. 교통 접근성과 직주 근접성이 뛰어난 곳이란 겁니다. 먼저 지하철 3호선 양재역과 신분당선 청계산입구역이 주변에 있습니다. 양재역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 C노선이 계획돼 있기도 합니다.
서리풀지구 교통개선 대책. [사진출처=국토교통부]
국토부는 “앞으로 2만 가구가 늘어날 것을 감안해 신분당선 추가역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말했습니다. 경부고속도로(양재·선암IC)와 분당내곡도시고속도로(내곡IC),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등 도로망도 잘 갖춰져 있습니다. 이 같은 철도·도로망을 통해 강남과 판교 업무지구까지 20분 안팎에 도달이 가능합니다. 서리풀지구에는 우면동도 포함돼 있는데요. 우면동은 삼성전자 R&D캠퍼스 등이 위치해 대기업 연구개발의 메카로 불립니다.

서리풀지구 위치도를 자세히 보면 우면동과 원지동 일대는 서로 떨어져 있습니다. 신분당선 라인이 지나는 원지동 일대의 면적이 훨씬 크죠. 그럼에도 거리가 떨어진 우면동까지 서리풀지구로 묶은 건 바로 인근에 또 다른 공공주택지구인 과천과천지구와 과천주암지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대규모 주택 개발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이미 훼손된 땅을 방치하기보다 함께 정비하자고 판단했습니다.

배후 수요 생겨...양재 첨단물류단지 개발 탄력
서리풀지구가 신규 택지 후보지가 되며 인근 개발사업도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미니 신도시급 주거 단지가 탄탄한 배후 수요 역할을 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장 관심을 끄는 건 하림그룹이 추진하는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 개발사업’입니다. 과거 화물트럭터미널 용지로 쓰인 서초구 양재동 225 일대 땅에 최첨단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게 목표입니다.
최첨단 물류센터로 탈바꿈하게 될 서울 양재 화물터미널 용지. [매경DB]
동시에 업무·판매·숙박·주거시설을 지을 예정이죠. 개발 연면적만 147만 5000㎡에 달합니다. 용적률 800%가 적용돼 지하 8층~지상 58층 규모 복합시설이 탄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양재 도시첨단물류단지도 내년에 착공해 2029년 준공하는 걸 목표로 합니다. 서리풀지구 첫 입주도 2031년이 목표라 2030년께 이 일대가 크게 변화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양재1·2동에 추진되는 ‘양재 ICT 특정개발진흥지구 진흥계획’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양재동 일대에 정착한 정보통신기술 기업의 성장을 돕기 위한 계획입니다. 이 밖에 서초동 일대에선 ‘서리풀 복합개발 사업’도 이뤄지고 있죠. 과거 정보사 용지였던 땅을 개발해 블록체인, 빅데이터, 바이오 등 첨단산업의 둥지로 만들 방침입니다.

교통 혼잡·지역 주민 반발...넘어야 할 산도 많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아파트 전경. [매경DB]
사실상 미니 신도시가 조성되는 것에 대해 여러 가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가장 걱정되는 건 교통 체증입니다. 서리풀지구가 안 그래도 유동 인구가 많은 강남과 분당의 중간지점에 위치해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2만 가구가 살게 되고 주변부까지 개발되면 차가 꽉 막히는 병목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단 지적입니다. 당장 분당도 재건축 준비가 한창입니다. 재건축을 통해 주택 공급이 늘어나면 교통 혼잡은 불가피하겠지요.

국토부가 내세운 2029년 분양, 2031년 입주란 목표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앞으로 5년 안에 첫 삽을 뜨겠다는 거니까요. 하지만 이번 국회 국정감사 때 나온 자료에 의하면 최근 10년 동안 해제된 전국 그린벨트 33곳 중 28곳은 입주 때까지 7년 이상이 걸렸습니다. 5년이 걸린 지구는 딱 2곳에 그쳤습니다.

당장 토지 보상 단계부터 사업이 지연되는 곳이 많기 때문입니다. 땅주인들이 강하게 반발하면 협의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니까요. 또 멸종위기종이 서식하거나 문화재가 발견되면 개발이 아예 중단되기도 합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조업과 달리 일관된 생산 환경의 유지가 어려운 건설업의 특성상 처음 설정한 것보다 실제 공사기간이 길어지는 건 이상할 게 없는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환경단체나 지역 주민의 반발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그린벨트를 개발한다는 면에서 환경 보존을 강조하는 시민단체와의 갈등 중재나 임대주택 공급 비중이 높은 택지개발을 반대하는 지역 목소리에 대한 대응과 돌파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20년 후에 분양 전환되는 미리 내집이 갈등의 씨앗이 될 수도 있습니다. 시세보다 10~20% 저렴하게 분양한다고 해도 애초에 서초구는 집값이 높은 곳이기 때문입니다. 앞서 판교 등 신도시에서도 10년 동안 살던 임대주택을 분양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는데요. 10년 사이 집값이 크게 올라 입주민들이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다고 반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부동산 이기자’는 도시와 부동산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풀어주는 연재 기사입니다. 어려운 용어 때문에 생긴 진입 장벽, 한번 ‘이겨보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초보도 이해할 수 있게 기초부터 차근차근 다루겠습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페이지를 구독하시면 더욱 다양한 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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