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지명은 파괴적"…공화당 충성도를 시험하는 큰 그림일까? [스프]

김혜영 기자 2024. 11. 23.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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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빽]
 

'딥한 백브리핑 : 딥빽', 복잡한 국제 이슈를 김혜영 기자가 쉽고도 깊이 있게 설명해드립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장관 지명자들 가운데 대선 전부터 가장 눈길을 끌었던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정부효율부' (DOGE)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X 소유주)입니다.
 
일론 머스크ㅣ미 '정부효율부' 수장 지명자
여러분의 돈이 낭비되고 있습니다. '정부효율부'가 바로잡을 것입니다.

이미 선거 기간 약 2천억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기부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그는,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과 통화할 때도 배석한 것은 물론이고, 텍사스 오스틴에 있는 본인의 집보다 플로리다 마러라고에 있는 트럼프 당선인 자택 근처에서 머무르는 시간이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죽하면 트럼프가 "머스크는 집에 돌아가지 않으려고 한다. 나도 어찌할 수가 없다", 이렇게 농담했을 정도로 머스크는 최측근 인사로 부상한 모습입니다.

그나마 일론 머스크의 지명은 예측이 가능한 편이었다면, 세간의 예상을 벗어난 '논란의 지명자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논란이 된 인물은 미성년자 성매수 의혹을 받다가 최근 사퇴한 맷 게이츠 前 법무장관 후보자와 성폭행 의혹을 받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 정보 분야에서 경험이 전무한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 후보자, 백신 음모론자인 로버트 에프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등입니다.

이들은 미 민주당과 주류 언론은 물론이고 공화당에서조차 당혹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됩니다. 트럼프 당선인 본인도 이런 논란이 불거질 거란 걸 예견했을 텐데, 다른 보수 진영의 전문적인 후보군을 제치고 굳이 논란의 인선을 속전속결로 추진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가장 논란이 됐다가 사퇴한 맷 게이츠 前 법무장관 후보

그간 가장 논란이 됐던 인물이자 최근 사퇴한 인물은 맷 게이츠 前 법무장관 후보자입니다.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의 맷 게이츠는 1982년생 플로리다주 출신으로 2008년에 변호사가 된 인물입니다. 공화당 내 대표적인 친(親)트럼프 인사이자 강경파로, 지난해 연방 의전 서열 3위인 캐빈 매카시 하원의장에 대한 축출을 주도한 바 있습니다.

게이츠는 17살 소녀를 성매수한 혐의로 미 하원 윤리위원회 조사도 받았는데, 지금은 의원직에서 사퇴를 해 하원 윤리위 조사가 멈춘 상태이긴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해당 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 이런 목소리가 나온 바 있습니다.


존 코닌(텍사스주, 공화당) 상원의원은 맷 게이츠에 대한 하원 윤리위 조사 결과를 확실히 보고 싶다고 했고, 수잔 콜린스(메인주, 공화당) 상원의원도 윤리위 조사 결과가 인준 과정에서 나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강경한 목소리가 분출하자, 맷 게이츠는 끝내 자진 사퇴했습니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 적격 논란 이유는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의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후보자도 성범죄 연루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만, 이 의혹을 차치하고서라도 그의 이력을 놓고 자질 논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는 1980년생 미네소타주 출신으로, 2012년에 같은 지역의 상원의원에 도전했으나 낙선한 후, 2014년부터 폭스뉴스에 전문가로 출연해 활동하고 또 프로그램 공동 진행을 맡으며 이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을 지원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는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복무한 육군 소령 출신으로 훈장도 받은 바 있고, 또 관련 경험을 바탕으로 국방부 개혁, 미국 우선주의와 관련한 자신의 생각을 여러 권의 책을 통해 알린 바는 있습니다만, 그가 대규모 조직을 관리해 본 경험이나, 군사 정책을 추진해 본 적은 전무합니다. 이 때문에 전현직 국방 관료들과 군사 전문가들도 사령관 등의 위치에서 전쟁에 임해본 장성급들이 가질 수 있는 시야, 통찰력을 기대하긴 어렵다, 이런 지적들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제가 직접 헤그세스의 책들을 살펴봤더니, 그는 저서에서 '미국 문제의 원인이 좌파주의, 다문화주의, 사회주의, 젠더주의 등에 대한 숭배'라는 인식을 보였습니다.


특히 중국에 대해선 강한 경계심을 가감 없이 드러냈습니다. "우리 세대의 악당"이라고 하거나, "거짓말하고 속이고 훔치는 적"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또 중국이 미 민주당 행정부로 인해 "차세대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우주 무기화와 같은 중요한 기술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다"는 인식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그는 2018년 5월 폭스뉴스에서 북한 국무위원장 김정은에 대해서는 이렇게 언급한 바 있습니다. "데니스 로드맨을 만나길 원하고 미국프로농구(NBA) 농구를 좋아하며 서양 팝 문화를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하루 종일 자기 주민을 살해해야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이 발언은 당시에도 사실상 김정은을 두둔한 발언이라며 비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교적 최근 저서에 보면, 그의 대북 인식이 강경하지 않다고 보기는 어려웠습니다. 그가  탈북민 박연미 씨의 발언을 인용한 발언을 보면,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잔혹한 정권이자 반미적인 정권, 수용소를 선호하는 체제로, 북한 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습니다.
 

러시아 매체가 "동지"로 부르는 미 정보 수장 지명자?

미국의 국가정보국 (DNI) 국장이라는 자리에는 미 하원의원 출신의 털시 개버드가 지명됐는데, 그녀 역시 적격성 논란에 휘말린 상태입니다. 국가정보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을 포함해 17개의 정보기관을 관장하는 정보 분야 최고위직 자리입니다.


털시 개버드 후보자는 1981년생 미국령 사모아 출신으로 2002년 최연소 여성 하원의원으로 당선되는 등 당시 민주당에선 꽤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2020년 민주당 대선 경선에서 낙마한 뒤 탈당해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선언하고 공화당에 입당했습니다. 그녀는 하와이 주방위군 출신으로 이라크 파병 경험도 있지만, 정보 분야에 있어서는 경험이 전무합니다.

게다가 미국 주류 언론에서 문제로 지적되는 부분은 우려스러운 안보관입니다. 그녀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다음 날 미국과 나토가 러시아의 안보 우려를 무시해 전쟁을 사실상 촉발했다며, 오히려 미국과 나토를 비난하는 등 사실상 러시아 당국과 같은 견해를 꾸준히 밝혀왔습니다.​​​​​​​


실제 러시아 국영 TV 채널 로시야1의 진행자는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행정부 인선 과정을 전하는 과정에서 "털시 개버드를 제외하고는 모두 러시아와 동지가 아니"라고 하며, 사실상 그녀를 러시아의 "동지"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이 외에도 백신의 효용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로버트 에프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나, 기후위기를 음모론으로 여기는 에너지 장관 후보자 등도 인선을 두고 말이 나오는 상황입니다.​​​​​​​
 

굳이 속전속결로 '논란의 인선' 밀어붙이는 이유

최근 사적인 대화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이 법무장관으로 지명한 맷 게이츠가 상원에서 인준받을 확률이 절반도 안 된다고 인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한 바 있습니다. 물론 트럼프 당선인 본인이 그렇게 발언했는지는 정확히 확인되지는 않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미국 정치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훤히 아는 트럼프 스스로가, 이러한 인선 논란이 불거질 것임을 몰랐을 리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지명을 강행했다는 점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김혜영 기자 kh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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