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 들여 사왔는데”…美에 제대로 호갱된 日자위대 [★★글로벌]
오스프리 수송기 구매서 확인
잦은 사고에 타국은 구매 주저
국민 반대 속 3조원 들여 도입
지난달 미일 합동훈련서 사고
안전성 시비 불거지며 발 묶여
9년 전 무기 판매를 승낙한 미국의 발표에는 기술과 상호운용성에 대한 자신감이 가득했습니다. 2015년 5월 5일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발표한 오스프리 수송기의 일본 판매 승인에 관한 내용입니다.
할리우드 영화 속에서 해병대원들을 싣고 멋지게 날아 오르는 기종으로 유명한 오스프리는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착륙합니다. 이후 프로펠라가 수평으로 자세를 틀고 항공기처럼 날게 됩니다.
일본은 자위대 병력의 신속한 이동 배치를 구현할 수 있다며 17대를 의욕적으로 구매합니다. 여기에 3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됩니다.
그런데 구매 결정 뒤 10년이 돼가도록 이 수송기는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육상에 발이 묶여 있습니다. 잦은 고장과 사고 위험성 때문입니다.
국내 언론에는 크게 소개되지 않은, 그러나 일본 열도에서는 지금 시민들을 열받게 하고 있는 자위대의 한심한 미 오스프리 구매 사건을 전해드립니다.
미 해병대가 운용하고 있는 오스프리를 일본 자위대가 도입하겠다는 소문이 흘러나오자 시민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죠.
이 혼합형 수송기는 영화 속 멋진 이미지와 달리 운용 과정에서 다양한 고장과 사고 발생으로 인해 미 해병대원들로부터 ‘위도우 메이커(widow maker)’라는 닉네임을 가질 정도였습니다.
도쿄와 오키나와 상공을 날다가 이 거대한 수송기가 추락이라도 하면 어떻게 할 것이냐는 게 시민들의 분노였습니다.
그해 9월 9일 하루 동안 10만명의 시민들이 도쿄와 오키나와 등 주요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수직이착륙과 단거리 이착륙 능력을 가지고 있어 전통적인 헬리콥터 임무를 수행하는 동시에 보다 먼 작전거리를 빠른 속도로 이동해 커버할 수 있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 혁신은 틸트로터(수직으로 떠오르게 하는 날개)에 있습니다. 프로펠러 엔진의 방향을 바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합니다.
속도는 최고 시속 530km, 항속거리는 최대 3900km에 달합니다.
그러나 2007년 본격 배치된 후 미 해병대 주력 수송기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고질적인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이에 일본 시민들이 추락에 따른 민간인 피해 등 사고 가능성을 염려해 일찌감치 반대 시위에 나섰던 것이죠.
일본이 국민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오스프리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다름 아닌 중국 견제였습니다.
중국의 해양 진출에 맞서, 그리고 대만 침공 등 유사시를 대비해 자위대 병력을 빠르게 이동시키기 위해 오스프리가 필요했던 것이죠.
그래서 오스프리 주둔기지를 사가현으로 잡고 난세이 제도 방어에 새로운 전기를 만들 수 있다고 기대했습니다. 난세이 제도는 서남부 규슈 남쪽에서 대만 동쪽까지 뻗어 있는 섬들을 지칭합니다.
그런데 2020년 최초 인도 시점부터 4년이 흐른 지금까지 사가현 주둔지는 존재하지 않고 아직까지 임시 공간인 지바현 기사라즈에 오스프리가 배치돼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안전성과 소음 문제 등으로 사가현 주민들의 반대가 극심했기 때문입니다.
주둔지 토지 취득에 오랜 시간이 걸려 마침내 지난해 6월에서야 첫 삽을 뜰 수 있었습니다.
난관은 계속됐습니다.
착공식 두 달 뒤인 작년 8월 호주에서 미 해병대원을 태운 오스프리가 추락해 3명이 숨지고, 20명이 부상당하는 사고가 터졌습니다.
뒤이어 11월에는 주일미군이 보유한 오스프리가 규슈 남부 야쿠시마 인근 바다에 추락했습니다.
두 사고 모두 외부 공격이 없는 상황에서 수송기가 자체 결함으로 사고가 난 것이죠.
그리고 1년이 채 되지 않은 지난 10월 27일 자위대가 미국에서 구매한 오스프리에서 첫 사고가 발생합니다.
10월 23일부터 11월 1일까지 진행된 미일 연합해상훈련인 ‘킨소드(Keen Sword)’에 투입된 자위대 오스프리가 이륙을 시도하다가 균형을 잃고 프로펠러가 손상되는 사고가 터진 것이죠.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미일 합동 군사훈련 중 드러낸 오스프리 기종의 결함 문제는 더욱 시민들에게 불신을 심어주게 됐습니다.
외신들은 이 사고로 인해 일본 자위대가 보유 중인 오스프리 기종이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사실상 지상에 발이 묶이게 됐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일본에는 구매 계약된 17대 중 14대가 인도된 상태입니다.
AP는 오스프리 기종에서 사고가 많은 이유에 대해 부품이 계획보다 빨리 마모되고 조종이 너무 복잡해서 조종사의 사소한 실수로도 치명적인 결과가 초래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 해병대와 제조사가 설계상 일부를 수정해 안정성을 높이고자 하고 있지만 핵심 설계가 변경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도했습니다.
AP는 현재 미 해병대가 보유한 약 400대의 오스프리를 대대적으로 업그레이드하려면 수 십억달러가 소요된다고 전했습니다.
2015년 미국이 일본에 오스프리 판매를 승인하며 적시한 문구가 다시 떠오릅니다.
판매 승인 후 9년이 지난 지금까지 미 해병대에서 크고 작은 안전 사고가 발생한 이 기종을 자국 전력으로 흡수하는 데 자위대는 애를 먹고 있습니다.
미국의 엉터리 방산 개발품을 다른 동맹국들이 구매하지 않고 있음에도 일본은 국민 반대를 무릅쓰고 17대 구매를 감행했습니다.
이 대목에서 눈치빠른 독자들은 일본의 한 정치인 이름이 떠오를 것입니다.
고(故) 아베 신조(2012~2020년 총리 재임) 전 총리입니다.
중국과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미국에 밀착하며 자위대 방위력 증강에 혼신을 다했던 그가 재임 기간 중 얼마나 세금을 허투루 썼는지를 보여주는 증표가 바로 애물단지로 전락한 미국산 오스프리 수송기인 것입니다.
일본과 함께 인도네시아도 2020년 총 8대의 오스프리 구매 승인을 받아 글로벌 호갱(호구 고객)이 될 뻔했으나 올해 초 구매 포기 결정을 내렸습니다. 무함마드 헤린드라 인도네시아 국방부 차관은 지난 1월 국방부 소셜미디어 계정에 올린 발표에서 “가격이 너무 비싸고 운용성이 떨어진다”며 구매를 접었다고 전했습니다.
호주, 이스라엘 등 똑똑한 동맹국들이 구매 눈길도 주지 않은 결함 덩어리를 미국이 일본에 팔아넘길 수 있었던 데는 이렇듯 아베 신조 집권기의 방위력 증강이라는 우경화 광기가 터를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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