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찍었다” 조선 3사 CEO 미국 군함 MRO·해양플랜트 수주 ‘자신감’ [비즈360]
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 군함 기대감
미국 규제 완화 등에 정부 협조 요청
[헤럴드경제=한영대 기자] 지난 20일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에서 열린 ‘미국 신정부 출범 대비 조선업계 간담회’. 이날 간담회에는 김성준 HD한국조선해양 부사장과 최성안 삼성중공업 부회장, 김희철 한화오션 사장 등 국내 조선 3사 대표이사(CEO)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이후 달라진 글로벌 선박 시장 흐름에 공동으로 대응하기 위해 모인 것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는 당선 확정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미국 조선업이 한국의 도움과 협력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으며, 우리 선박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에서도 한국과 협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패권을 놓고 경쟁 중인 중국이 글로벌 선박 시장에서 수주량 기준 선두를 차지하는 것과 달리 미국의 선박 건조 능력은 19위까지 떨어졌다. 조선 산업 악화에 따른 해군 경쟁력 악화를 막기 위해 한국 조선사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미국 군함 시장 진출이 가시화된 가운데 국내 조선사들은 이날 간담회에서 미국 시장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해외 무기 도입에 엄격한 미국 상황을 고려했을 때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야한다는 것이다.
김성준 대표이사는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군함 수출을 위해) 미국 규제인 상호국방조달협정(RDP-A)과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등 여러 가지 협약에 대해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DP-A는 미국 국방부가 우방국 국방부와 체결하는 협정이다. 미국과 RDP-A를 맺은 국가는 국방 조달에서 부과되는 세금이 면제되는 등 혜택을 받는다.
ITAR는 외국인이 미국 군사 정보에 대해 접근하는 것을 제약하는 법이다. ITAR로 인해 우리나라 방산 기업들은 미국에서 발주하는 무기 사업 등과 관련한 정보 획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내 조선사들의 요청에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국내 조선사들과 원팀에 대한 체계적인 대응 전략을 만들어 나가겠다”며 “글로벌 지정학적 위기와 미중 패권 경쟁 등 불확실성 요인이 많이 남아 있는 만큼 더욱더 강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조선사들은 미국 군함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기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군함 사업을 하지 않는 삼성중공업을 제외한 HD한국조선해양과 한화오션은 미국 군함 MRO(유지·보수·정비) 시장 진출 준비를 마쳤다. 일찌감치 미국 시장의 성장성을 눈여겨본 것이다. 미국 군함 MRO 시장 규모는 연간 20조원으로 전 세계 시장 규모(80조원)의 4분의 1 수준이다.
한화오션은 이미 수주 성과를 올리고 있다. 올해 8월에는 4만톤급 군수지원함인 월리쉬라함의 창정비 사업, 지난 12일에는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3만1000톤급 급유함인 유콘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따냈다.
한화오션은 추가 수주에도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일 한화오션 중앙연구원 시흥 R&D 캠퍼스에 방문하면서 “더 밝게 빛날 한화의 미래에 조선해양 부문이 가장 앞에 서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한화 가족 모두 우리 그룹의 일원으로서 함께 나아갈 한화오션의 미래에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승연 회장이 한화오션 사업장에 방문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미국 군함 MRO 수주에 나설 계획이다. 김성준 대표이사는 “올해는 슬롯(선박 건조 공간) 여유가 없어서 미국 군함 MRO 사업 진출에 속도 조절을 했다”며 “내년부터 미국 군함 MRO 시장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HD한국조선해양은 함정 수출은 물론이고 해외 MRO 사업에서 이미 많은 실적을 달성했다”며 자신감을 표했다.
해양플랜트도 국내 조선사들이 수주를 기대하는 선종 중 하나이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후보 시절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개발 제한 정책을 지적하면서, 당선 이후 정책 기조를 바꾸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이다. 공약이 현실화되면 석유 발굴 및 시추가 다시 활발해질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한때 국내 조선사들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지만,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공약으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해양플랜트 대표 시설인 부유식 원유 생산·저장·하역 설비(FPSO)는 2030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83기가 발주될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한화오션은 해양플랜트 분야 해외 인재 확보에 나서는 등 수주에 일찌감치 대비하고 있다.
최 부회장은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동안 보류됐된 (FLNG 관련) 사업들이 본격적으로 풀리고, 다시 진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채굴하고, 액화천연가스(LNG)로 만들어 저장 및 하역할 수 있는 해양플랜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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