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도 꺼내든 ‘배당소득 분리과세’… 증권가 “이거라도 먼저 통과됐으면”

박지영 기자 2024. 11. 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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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 감세’ 비판하던 野, 이재명 첫 언급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으로 꼽히기도
전문가들 “배당소득 분리과세, 주주환원 강화될 것”

부자 감세를 비판하는 기조였던 더불어민주당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처음으로 긍정적인 언급이 나왔다. 배당소득은 다른 금융소득과 합산해 연간 2000만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누진세율이 적용되는데, 이를 분리과세해 세율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실현되면 기업 배당이 활성화돼 주주환원이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다. 대부분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일 수밖에 없는 기업 오너 입장에서 분리과세가 실시되면 배당을 많이 받아가는 것이 합법적으로 자산을 늘릴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정부 또한 연초에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발표했다. 야당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이 나온 만큼 정치권에서 관련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될지 주목된다.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경제 활성화를 위한 한국무역협회와의 민생경제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11.20/뉴스1

23일 국회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배당소득 분리과세’를 처음 꺼내 들었다. 이 대표는 지난 20일 ‘국내 주식시장 활성화를 위한 일반투자자 간담회’에서 “배당이 정상화될 수만 있다면 배당소득세를 낮추는 것이 세수 증대에, 총액으로 보면 오히려 더 많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당초 정부가 밸류업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내용이다. 정부는 올해 초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며 세제 혜택 중 하나로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발표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7월 발표한 세법개정안 항목에도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포함됐다. 정부는 오는 2026년부터 밸류업 기업에 투자한 주주의 배당 소득을 저율로 분리 과세할 방침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세법개정안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에서 결정되는데 이 대표가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여야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현행법상 국내 주식 투자로 받은 배당금에는 15.4%(지방세 포함)의 배당소득세가 매겨진다. 그런데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이 돼 다른 소득과 합산한 뒤 누진세율(6.6~49.5%·지방세 포함)이 적용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배당 성향은 해외에 비해 낮은 편이다. 배당 성향이 높을수록 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주주에게 많이 돌려주고 있다는 뜻으로, 주주환원율 참고 지표로 활용된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한국의 10년 평균 국내 상장사 배당 성향은 26%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42%), 영국(129%), 일본(36%) 등 선진국은 물론 대만(55%), 중국(31%), 인도(39%) 등 주요 신흥국과 비교해도 뒤처지는 수준이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국내 주식 배당이 적다 보니 우리나라 증시에 상장된 기업을 장기 보유할 유인이 적다. 이에 장기투자 대신 단타에만 집중하거나, 해외 증시로 눈을 돌리는 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현행 배당소득 과세 방식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 중 하나가 현행 배당소득에 대한 과세 방법”이라며 “기업 오너 입장에서는 배당을 받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내느니 배당을 하지 않고 사내에 자금을 유보시킨 다음 편법적인 방법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런 만큼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돼 배당소득에 매겨지는 세금이 줄어들면 배당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주주환원도 이뤄질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김 연구원은 “배당소득 분리과세가 시행되면 주주환원이 강화되는 측면이 분명 있을 것이라 본다”고 전망했다. 이준서 한국증권학회장(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도 “지금까지 주주환원이 많이 이뤄지지 않았던 이유로는 대주주 입장에서는 배당을 많이 가져가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하는 측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정치권 내 논의가 이제 불씨가 지펴진 단계다. 우선 민주당이 그동안 ‘부자 감세’를 비판해 온 만큼, 지배주주의 세금을 깎아주는 측면이 있을 수 있는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당내 논쟁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배당소득 분리과세에 대해 당내에서도 이견이 있는 만큼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세법개정안이 기재위 조세소위를 통과해야 하는 만큼, 여기서도 여야 간의 치열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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