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가 중국이냐" "검열 시도 받아들여" 나무위키 이용자 '대혼란'

박재령 기자 2024. 11. 22.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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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위키, '방심위 규제 요청에 대한 임시조치 신설' 개정 추진
"정치권 거래했냐" 성난 이용자들에 운영진 "전체 차단 우려… 현실적 대처"
일각에선 "논란 과장… 사생활 침해 문제 이전부터 제기됐던 문제" 의견도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 나무위키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 로고. ⓒ연합뉴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사생활 침해라며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에 첫 접속차단을 의결한 이후 나무위키 측에서 규제를 수용하는 차원의 절차 신설을 검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수 이용자들이 정치권 압력에 굴복하는 모양새라고 반발하자 운영진 측은 '나무위키 전체 차단'이 언급된 상황에서 현실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일 한 나무위키 운영진은 홈페이지에 '국가별 공인 규제기관의 규제 요청에 대한 임시조치 절차 신설에 관한 안건'을 올리면서 이용자들의 의견 제시를 요구했다. 나무위키 규칙 개정은 선출직 운영진이나 사측 일방 결정이 아닌 이용자들의 토론을 거쳐 추진된다.

운영진은 “나무위키는 때때로 정부로부터 해당 관할권에서 현지 법률을 위반한다고 신고된 문서를 삭제하라는 요청을 받는다”며 “운영사 umanle S.R.L.과 나무위키 운영진은 위와 같은 절차 수행을 위해 내부 규정을 정비할 필요성에 공감하여 협의 하에 관련 안건을 상정한다”고 밝혔다.

안건 내용을 보면 △각 국가별 공인 규제기관으로부터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정 문서에 대해 해당 국가에 한정하여 열람 제한 조치를 적용한다 △나무위키와 사전 협의가 완료된 공인 규제기관에서, 해당 기관의 정식 심의 절차를 거친 요청이 있을 경우 문서, 또는 문서의 특정 서술에 대한 임시조치를 적용한다 △위와 같은 규제 요청은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등이 신설 대상이다. 즉, 방심위가 요청하면 해당 정보가 있는 페이지(URL)의 열람을 나무위키 측에서 임시 제한한다는 의미다.

운영진 공지에 이용자들 반발이 이어졌다. A이용자는 “중국 광전총국 등의 타 국가에서 규제 요청을 하는 것도 받아들일 의향이 있는 건가”라며 “세계적으로 인지도 높은 위키피디아도 자체 차단 조치로 끝나지 특정 나라에서 수사 및 삭제를 요청하지 않고 위키피디아 측도 이를 들어주지 않는 걸로 안다. 타국에서 타국 법을 적용받는 나무위키임에도 모호한 명분을 들어 검열하려는 시도를 받아들여야 하는 건가”라고 했다. 나무위키는 소재지가 파라과이에 있어 국내법을 적용받지 않는다.

방심위는 형식상 민간기구이지만 사실상 정부 및 정치권 영향을 받는 규제기관이다. 방심위원 추천권을 대통령 및 국회가 3대 6으로 나눠 갖는다. 현재 방심위는 윤석열 대통령 추천 3인만으로 운영되고 있는데, 누구나 편집할 수 있는 것으로 유명한 위키 방식의 사이트가 사실상 행정기구인 방심위 요청에 따라 정책을 변경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 측면에서 옳냐는 의문이다.

B이용자는 “자칫 국가 권력이 위키에 개입하는 경우 사실상 위키가 자유롭게 서술되지 못해 이용자 편집권이 제한될 수 있다. 편향적 정보의 경우 개인이 계정을 만들어 삭제하거나 충돌이 생기면 위키 규정의 토론 절차를 거치면 된다. 혹은 위키에 문의해 임시조치 처리를 하면 된다. 그런데 방심위 요구에 따른 별도 절차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고 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연합뉴스

정치권 압력을 의심하는 이용자도 있었다. 국민의힘 일부에서 최근 나무위키의 허위정보가 심각하다며 규제 법안을 발의한 것을 놓고 C이용자는 “대선 때는 홍보 플랫폼으로 쓰겠다고 해놓고 이젠 자기들 구린 내용이 가짜뉴스라고 하며 위키를 흔든다”며 “MBC 등을 대상으로 하는 언론 탄압을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했다. D이용자는 “막말로 정치인들이 자신의 치부가 공개되는 걸 막기 위해 발악하는 것이고 나무위키는 굴복하는 것 아니냐. 그럼 기껏 파라과이까지 이전한 이유가 뭐냐. 여기가 중화인민공화국 남조선성인가”라고 했다.

'정치권과 거래한 것 아니냐', '방심위로부터 뭘 얻어내려고 하는 거냐' 등 질문이 계속되자 운영진은 “나무위키 서비스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서비스 운영 비용이 필요하며, 나무위키는 현재 광고를 달아 이 비용을 충당하고 있다”며 “규제기관 요청을 거부할 경우 규제기관은 나무위키 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고, 이러한 조치가 실제로 실행될 경우 운영 비용 마련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서비스 운영을 어렵게 하므로 현실적인 문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이번 방심위 검열 논란이 과장됐다는 의견도 있었다. E이용자는 “의견을 보면 대부분 '정치권에서 악용할 우려'가 있다는 것 같은데 이 안건이 발제된 배경이 정치적 이슈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며 “나무위키의 고질적인 문제점 (본인인증 및 신분증 개인정보 수집 문제) 등은 꾸준히 제기되어 왔던 문제”라고 했다.

E이용자는 “지금 여론이 좀 과열되어서 이 제도가 시행되면 정치권에서 자신들의 논란되는 내용을 죄다 삭제할거라고 불안해 하시는 분들이 많은 듯 하다”며 “하지만 정치인들이 이 제도가 시행된다고 해서 실제로 그 요청을 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역설적으로 저는 낮다고 보고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국힘 “나무위키, 남미처럼 통제해야” 전체 차단 주장까지 나왔다]

[관련 기사 : 나무위키 첫 접속차단 방심위 “전체 차단도 할 수 있다”]

앞서 방심위는 지난달 16일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를 열고 나무위키에 기재된 특정 인플루언서 페이지에 '접속차단'을 의결했다. 불법정보가 아닌 권리침해정보 심의로 나무위키에 방심위가 접속차단 의결을 한 첫 사례였다. 지난달 23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저희가 시정요구를 해도 그쪽에서 응하지 않으면 제재할 길이 없는데 (그렇게 되면) 전체를 차단하는 방법도 있다”며 “계속 차단 요청해도 조치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때 일시적으로 전체 차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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