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병헌 “3총3김, 민주당 나와 ‘새판’ 짜야…친명 후계자는 경쟁력 없을 것”
“이낙연·정세균·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김경수·김두관 움직여야”
(시사저널=이원석 기자)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권주자인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피선거권 박탈 위기에 처하면서 '포스트 이재명'에 정치권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른바 비명(非이재명)계 대권 잠룡 '3총3김론(이낙연·정세균·김부겸 등 전직 총리와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두관 전 의원)'을 주장해온 전병헌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민주) 대표는 3총3김에게 기회가 오고 있다며 그들이 민주당 밖에서 연합해 '새판'을 짜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 출신의 전 대표가 이렇게 주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시사저널사에서 11월20일 만나 직접 들어봤다.
이재명 대표 공직선거법 위반 1심 선고에서 중형이 나올 것을 예상했나.
"예상은 했다. (이 대표 선고) 하루 전날 (배우자) 김혜경씨 선거법 위반 혐의 1심에서 검찰의 구형에 딱 절반에 해당하는 판결(벌금 150만원)이 나왔는데 하루 사이 판결의 기준이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우리 당에서 이번 1심 선고를 생중계하자고 처음 주장을 했지 않나. 법원에서 생중계를 안 한다고 결정했을 때 상식에서 벗어난 판결을 하려고 하는 것 아닌지 불안한 마음도 일부 있었다. 결국엔 대단히 상식적이고 합리적이며 법원의 일관성을 보여준 판결이 나왔다."
2·3심에서 1심 판결이 뒤집힐 가능성도 있을까.
"단언컨대 그럴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1심 재판부에서 고(故)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한 이 대표의 기억 문제에 대해선 무죄 판단을 했는데 이는 오히려 보편적인 기준에서 봤을 때 관대한 판단이었다. 2심에 가면 이 부분에 정말 무죄를 주는 게 국민들이 납득하거나 합리적으로 생각할지에 대해 심각하게 검토하지 않을 수 없다고 본다. 이 부분이 유죄로 변경되면 형량이 더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무엇보다 이 대표에 대한 재판은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나 다름없다. 1심 재판부가 용감하게 방울을 단 것을 2심 재판부가 굳이 떼려 하지 않을 것이다."
11월25일 위증교사 혐의 1심 선고도 예정돼 있다.
"위증교사의 경우 처벌이 더 엄중하다고 하고, 혐의 내용으로 보나 이 대표나 민주당 측에서도 이 재판을 더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을 보니 실형이 나올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런데 민주당이 1심 재판부에 대해 탄핵까지 얘기하며 협박과 겁박을 하고 신상털기까지 있었지 않나. 아마 선거법에 이어 위증교사까지 타격이 가중되는 그런 국면이 닥쳐오기 때문에 더더욱 반발이 심할 거다. 그래서 이번 판결 역시 생중계를 해야 한다고 본다. 재판부의 권위를 지키고 민주당의 말도 안 되는 사법부에 대한 농락과 도전 행위를 약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거다."
민주당은 '정적 죽이기' '사법살인'이라며 반발한다.
"맷돌 손잡이를 어처구니라고 하지 않나. 정말 맷돌 자루를 빼서 국민들 뒤통수를 치는 거라고 생각한다. 혐의들을 보면 '빼박'(빼도 박도 못 하는) 유죄인데 어떻게 그런 얘기들을 할 수 있나."
선고 이후 민주당 내 친명(親이재명)계에선 이 대표를 '신의 사제'에 빗대는 반응도 있었다.
"매우 정직한 표현이다. 친명들의 이 대표에 대한 아첨과 아부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아주 적나라하고 솔직하게 보여줬다. 참 잘했다고 본다. 해당 발언을 한 의원을 저도 잘 알고 굉장히 젠틀한 분인데 그 말을 하는 걸 보고 놀랐다. 민주당 의원들이 '이재명 어버이 수령'을 모시기 위해선 세 가지 버전의 전두엽을 갖고 있어야 하는 것 같다. 정상 버전, 비정상적인 아부와 아첨 버전, 확실하게 단련된 확증편향 버전, 이렇게 세 가지 전두엽을 갖고 있지 않으면 민주당 내에서는 배지를 달기 어렵겠구나라는 느낌마저 받는다."
'비명계가 움직이면 죽이겠다'는 최민희 의원의 발언도 논란이 됐는데.
"이제 곧 《오징어 게임2》가 공개되는데 민주당이 새치기로 오징어 게임을 먼저 공개한 것 같다. 《오징어 게임》 첫 편을 보면 '무궁화 꽃' 게임을 하면서 움직이면 바로 죽이지 않나. 민주당에선 지금 움직이면 다 죽는 거다. 그런데 이미 지난 총선 공천 때 '비명횡사'로 비명계가 다 죽었는데 뭘 또 죽이나 싶다. 부관참시를 하겠다는 건가. 총선 땐 비명계들이 별 소리도 못 하고 죽임을 당했다. 비명계가 만일 이번에도 그 안에서 미적거리면 부관참시를 또 당하게 될 수밖에 없다고 본다."
이미 일부 비명계 잠룡 등이 움직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시각이 아니라 이미 움직이고 있는 게 사실이다. 해외에 나가 있는 김경수 전 경남지사의 경우 당초에 12월 귀국 예정이었다가 내년으로 미뤘잖나. 그 자체가 움직인 거다. 굉장히 중요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김동연 경기지사는 이미 친문(親문재인) 핵심들을 데려다 쓰는 등 움직이고 있는 것을 다 알고 있지 않나. 김부겸 전 총리도 최근에 쓴소리를 계속 내고 있다. 초일회(비명계 원외 인사 모임)도 이런 시점을 대비해 계속 준비를 해왔고 1심 선고 이후 12월 김부겸 전 총리 특강을 공개하지 않았나. 11월25일 위증교사 1심 선고가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후 비명계가 더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일 수 있다고 본다."
이른바 '3총3김'에게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보나.
"그렇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선 '찻잔 속 태풍'밖에 안 된다. '3총3김'이 그 안에서 연합한다고 해도 아무런 영향력을 발휘할 수가 없다. 이재명 일극체제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지금 DNA까지 완전히 바뀐 가짜 민주당이다. 옛날의 민주당이 아니다. 3총3김이 착각하지 말고 새판을 짜야 한다고 생각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얘기가 있듯이 새 부대를 만들어서 3총3김이 함께 버무려져 경쟁하면 된다. 새민주는 그런 상황에서 플랫폼 역할을 할 생각으로 당이 만들어졌다. 지금도 그걸 기대하며 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미 새민주에는 이낙연 전 대표라는 대권 잠룡이 있다.
"3총3김이 똑같은 잣대로, 똑같은 중량감에서 시작해야 흥행도 성공하고 국민적 관심을 얻어 최종적인 승자가 더 강력한 경쟁력을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이 전 대표를 포함해 3총3김에 새로운 다크호스들까지 한두 명 더 얹혀져서 새로운 정치 연합체를 만들고, 거기에서 공정한 경쟁의 틀을 통해 한 사람으로 정리되면 엄청난 파괴력과 시너지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결국엔 매우 강력한 야권의 대선주자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의 대선 출마가 어려워지더라도 다른 친명 주자를 내세울 거란 전망도 있는데.
"그렇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버이 수령당'은 원래 세습이다. 수령이 점지하는 사람이 후계자가 된다. 현재의 민주당은 다양성을 전제로 하고 비주류를 인정했던 전통적 가치와 역사성을 완전히 소멸시켜 버렸기 때문에 가짜인 것이다. 하지만 누굴 점지하든 그 사람은 제2의 이재명이란 인식에서 크게 벗어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을 거다. 지금 친명의 인식은 국민 상식과 굉장히 동떨어져 있다. 현재는 뭉쳐 있으니 파괴력이 있어 보이지만 실제론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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