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SK온, AMPC 매각 시작…선제적 유동성 확보
AMPC 보조금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하는 것도 가능해
LG에너지솔루션과 한화솔루션도 이미 일부 권리를 매각해
[아이뉴스24 김종성 기자] SK온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매각, 현금화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SK그룹은 물론 SK온으로서도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큰 상황이고, 트럼프 2기 집권에 따른 정책변화에 조기 대응할 목적도 있어 보인다.
22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이 AMPC 유동화 작업에 본격 착수해 이미 일부 AMPC 매각을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 사전 조치로 지난 3분기에 SK온 이사회가 미국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 Inc.)의 AMPC 매각거래와 관련해 연간 연간 9000만 달러(약 1260억원) 한도로 '세제혜택(Tax credit) 수취 이행보증'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SK온의 미국법인에 대한 '세제혜택 수취 이행보증'은 AMPC 매각을 위한 사전 조치다. SK온은 그동안 AMPC를 유동화해 재무구조 개선 등에 활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혀왔다.
SK온 관계자는 "AMPC 유동화 작업은 계획에 따라 진행한 것"이라며 "AMPC는 실제 수령까지 1년 가량 걸리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유동화를 통해 미리 현금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AMPC는 미국 내에서 배터리 셀과 모듈을 생산할 경우, 셀은 1킬로와트시(kWh)당 35달러, 모듈은 1kWh당 1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다. AMPC는 직접 현금으로 받거나 향후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 또 앞으로 받게 될 AMPC 보조금 권리를 제3자에게 양도할 수도 있다.
이미 미국 현지에서는 AMPC 보조금 권리를 사고파는 유동화 시장이 형성돼 있다. 다만, AMPC 보조금을 미리 매각하면 3~5% 정도의 할인율이 적용된다. AMPC의 지급 시기나 규모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 중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AMPC 6768억원의 58%에 해당하는 3847억원을 매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 태양광 제조 시설을 둔 한화솔루션도 지난 2분기 2000억원 규모의 AMPC 보조금을 조기 현금화했다.
AMPC는 미국에 생산거점을 구축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올해 1~3분기 AMPC 누적액은 총 1조3787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1조1027억원으로 가장 많고, SK온 2111억원, 삼성SDI 649억원의 혜택을 봤다.
SK온은 올해 3분기 독립 법인으로 출범한 지 3년 만에 첫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는데, 3분기 AMPC 1118억원을 제외하면 여전히 적자다.
SK온이 AMPC 권리 매각에 속도를 내는 것은 투자 확대에 따라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AMPC는 직접 환급을 신청하면 실제 수령까지 최대 1년이 걸린다. 이를 매각하는 등의 유동화를 통해 조기에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SK온은 올해 시설투자에 7조5000억원을 집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국내외 자본시장에서 전방위 자금조달에 나서며 올해 들어서만 유상증자, 신종자본증권, 유로본드, 녹색채권 등을 통해 약 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마련하기도 했다.
미국 대선에서 IRA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승리한 점도 AMPC의 조기 현금화를 부추기는 요인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미국 현지에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것은 연간 수조원에 달하는 AMPC 혜택을 잡으려는 목적이 컸다. 그러나 향후 트럼프 행정부에서는 IRA 축소와 변화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SK온은 현재 미국 조지아에 단독으로 1·2공장을 가동 중이다. 포드와의 합작사(JV)인 블로오벌SK 프로젝트 중 켄터키 1공장과 테네시 공장은 내년 중 가동할 예정이고, 켄터키 2공장은 2026년 이후 가동이 예상된다.
트럼프 2기가 출범하더라도 AMPC 혜택 축소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이석희 SK온 최고경영자(CEO) 사장은 지난 13일 '산업부 장관-배터리 업계 간담회'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저희한테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것은 미국 IRA상 AMPC인데, 급격한 변화는 어렵지 않을까 판단한다"며 AMPC 축소 우려에 대해서는 "너무 지나친 가정의 가정"이라고 말했다.
/김종성 기자(stare@inews24.com)Copyright © 아이뉴스24.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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