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미안하다..." 울산바위의 아픔 [독자산행기]

박상욱 경기도 김포시 김포한강 2024. 11. 22.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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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을 갈대처럼 흔들리게 만든 울산바위 정상에서 친구들의 인증샷.

"아저씨들의 포즈는 너무 근엄해요~"

설악산 입구 소공원에서 만나 서로의 인증샷을 찍어 주었던 여자분들의 외침에 나름대로 포즈를 취해 보았지만 육돌이 꼰대들의 사진 포즈는 촌스럽기 그지없다. 나름 최선을 다해 보았지만 식구들의 반응은 "헐!"

설악산 소공원에서의 인증샷은 곰 동상 앞에서 찍어야 한다는 의견에 모두가 '맞아. 거기가 설악산을 상징하는 곳이지'라며 동의했다. 희희낙락! 이때는 몰랐다. 잠시 후에 끔찍한 일이 일어날 거라는 사실을….

음식은 추억을 소환한다고 했지만 추위도 추억을 소환한다. 40여 년 전 자대배치 날, 내무반에서의 첫날밤을 잊지 못한다. 내 머릿속에 '추위'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최악의 하룻밤이다. "나는 추운 겨울보다 더운 여름이 더 좋아"라고 늘 말하고 다녔다. 이번 겨울의 강원도 여행은 꾀병을 부려서라도 최대한의 요령을 피워야 했다.

[전지적 상욱 시점]

바람이 심해서 권금성 가는 케이블카는 운행하지 않을 거라는 말을 듣고 케이블카는 포기하고 울산바위로 가기로 방향을 잡았다. 1월의 강원도 영동지방 추운 날. 눈도 많고, 바람도 세고, 따라 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나는 종교의 일치를 위해 신흥사에서 천주교와 불교의 화합을 위한 참선을 하겠노라'는 말도 안 되는 이유를 내세워 슬쩍 동참자를 찾고 있었다. 드디어 걸려들었다. 두 친구가 나랑 같이 아래서 놀자고 하고, 나머지 5명은 흔들바위와 울산바위를 향해 출발했다. '어차피 내려올 산에 뭐 하러 올라가'라는 나름의 핑계를 댔다. 신흥사에서 서로 인증샷을 찍어 주며, 타 종교와의 화합을 위해 노력했다.

"얘들아, 이제 내려가서 카페에서 커피나 한잔 할까."

우리는 발걸음을 재촉해 카페로 향했다.

카페에 자리를 잡고 높이 올라간 친구들의 안부를 걱정하며, 겨울 강원도 여행의 담소를 나누다 보니 두 친구가 내려왔다. 두 친구는 흔들바위까지만 가다가 되돌아왔다며 나머지 세 명의 도전을 부러운 듯이 말했다. 잠시 후 울산바위 정상에서 찍은 인증샷이 단톡방으로 올라왔고 사진 속 친구들의 멋진 포즈와 정상에서의 만족감에 잠시 마음이 흔들렸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치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지 말자고 발길을 잡은 건 난데, 고작 사진 속 멋진 모습에 흔들리는 갈대처럼 부러워하다니….

카페에서 쉬고 있던 많은 등산객이 두 번 정도 바뀔 때까지 세 친구의 귀환이 미루어지고 있었다. 휴대폰 벨이 울린다.

"어디여?" "큰일 났어."

홍채가 탈진해서 하산이 어렵다고 했다. 기다리는 친구들에게 늦게 내려와 미안해서 장난으로 하는 말인 줄 알았다. 다른 친구가 또 전화를 한다.

"아무래도 홍채에게 진짜 문제가 생긴 것 같아. 119에 전화해서 구조대원을 기다리고 있는데 상황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네…."

큰일이다. '우리가 너무 안일했구나. 스무 살 젊은 나이에 처음 만나 40여 년의 우정을 나누며 지내다 보니 우리가 이렇게 건강을 걱정해야 하는 나이인지도 모르고 지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 어쩌지. 우왕좌왕이다. 카페 알바생은 마감이 임박했음을 알렸고 우리도 이제 결정해야 했다.

곰 동상 앞에서 찍은 인증샷.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고 희희낙락한 여덟 친구다.

"가보자. 흔들바위 쪽이라도."

카페에서 마냥 기다리느니 뭐라도 해보자는 마음이었다.

신흥사를 지나 멀리 119 구급차가 보이고, 더 멀리 걸어오는 구조대원과 친구들의 모습에 나름 안심이 되었다.

"괜찮은가 봐, 홍채."

다들 걱정의 말과 다행스러움의 미소를 던져본다. 소공원 주차장에서의 검진 결과 '아무래도 병원을 가보는 것이 좋겠다'는 것이 구조대원의 의견이었다. '의식도 깨었고 옆에 119구조대원도 있으니 이젠 괜찮겠지'하며 나머지 인원은 일정대로 움직이기로 했다.

"홍채야, 검사받고 연락 줘, 알았지?"

우리는 용대리휴양림으로 방향을 잡았고, 홍채의 무사함과 쾌유를 빌며 우리들만의 밤을 즐기기 위해 이동했다. 그런데 계속해서 홍채와 연락이 안 된다. 점점 불안하다. '홍채와 와이프에게 우리 손절될 거야. 심장경련이 온 친구 혼자만 병원에 보내다니, 이걸 아는 홍채 와이프가 가만히 있겠냐. 우리 이제 다 죽었다.'

[전지적 홍채 시점]

응급차를 타고 춘천 강원대 병원으로 이송 중에 실신했다. 응급구조사의 4분여 심폐소생술. 춘천까지 갈 시간이 없다. 부랴부랴 속초의료원으로 다시 방향을 잡고 되돌아간다. 깨어나니 속초의료원 응급실이었다. 응급처치 후 다시 춘천 강원대 병원으로 후송. 잠도 못 자게 하고. 강원대 병원 의사는 '심장이 일반인들보다 튼튼해서 살았다', '대부분의 심장질환 환자들은 속초에서 춘천으로 오는 중에 사망한다'고 말했다. 원인은 심장경련이었다. 이런저런 검사를 계속 받았고, 일반병동으로 이동 후에 심장재활 물리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권장 받았다.

[다시 전지적 상욱 시점]

병원 이송 후 홍채의 상황을 이틀여 지난 뒤에 알게 된 우리들은 모두 멘붕에 빠졌다. 특히 홍채 가족들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테고, 같이 여행했던 나머지 친구들도 큰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미안한 마음이 몰려와 가슴을 마구 쳤다.

"아, 우리에게도 이런 일이 올 수 있겠구나."

완전 죄인 모드로 돌아섰다. 어느 친구의 메시지를 소개하며 마무리해야겠다. "앞으로는 너 손가락만 다쳐도 우리들이 꼭 병원에 동행할게!!!!!"

월간산 1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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