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절감, 한국 리더십 발휘 기대”

김상수 2024. 11. 22.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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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브스 그린피스 캠페인 리더 인터뷰
재활용만으론 환경파괴 막을 수 없어
절대다수 플라스틱 버려지거나 태워져
암 등 질병의 위험 미래세대에 전가돼

“욕조에 물이 넘치면 가장 먼저 뭘 해야 할까요? 넘치는 물만 닦으면 결국 평생 걸레질만 하겠죠. 가장 시급한 건,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입니다.”

욕조는 지구, 물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비유한다. 지구에 플라스틱 쓰레기가 넘치면? 가장 시급한 건 재활용·재사용이 아니다. 바로 수도꼭지를 잠그는 일, 플라스틱 생산부터 줄여야 한다. 이 간단한 이치를 애써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레이엄 포브스 그린피스 미국 플라스틱 캠페인 리더는 이 같은 비유를 들며 부산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관련 회의에 대해 누차 강조했다. 이 회의에 전 세계가 주목하고 있으며, 한국이 역사적인 협정을 이끌 기회를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지난 9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몬테레이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이번 협상은 한국이 플라스틱 종식의 리더십을 발휘할 중요한 순간”이라며 “이번 부산에서 결과가 지구의 미래를 좌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오는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플라스틱 오염 종식 국제협약 성안을 위한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는 법적 구속력의 국제협약을 도출하기 위한 마지막 협상이다. 전 세계가 플라스틱 생산 감축을 제도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인 셈이다. 170여 개국 정부 대표단을 비롯, 환경단체, 플라스틱 생산기업 관계자 등 4000여 명이 부산에 운집한다.

이번 협상으로 타결에 성공하면 이후 외교전권회의 등을 거쳐 국제협약이 된다. 기후변화협약에 필적할 만한, 기념비적인 환경 협약이 탄생하게 된다. 부산에 전 세계가 주목하는 이유다.

포브스 리더는 “플라스틱 생산량 감축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마치 재활용을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처럼 홍보하지만 정작 재활용되는 건 생산량의 9%뿐”이라며 “생산을 통제하지 않으면 재활용만으론 환경 파괴를 막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플라스틱 사용이 경제적 이득이란 점도 명확히 반대했다. 플라스틱 구매 비용만 보자면 저렴하겠지만, 플라스틱 오염에 따른 피해 비용과 플라스틱 처리 비용 등까지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절대다수 플라스틱이 그냥 버려지거나 태워진다”며 “암을 비롯한 다양한 질병이 미세 플라스틱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인체 몸 구석구석에서도 이제 미세플라스틱이 발견된다. 심지어 이 같은 피해는 미래세대에도 전가된다”고 역설했다.

환경오염, 의료비용, 생태계 파괴 등까지 감안할 때 결코 플라스틱은 경제성을 갖춘 재질이 아니란 의미다. 그는 “건강한 지구가 없다면, 건강한 경제도 존재할 수 없다”고 단언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플라스틱 절감 노력도 소개했다. 미국 내 가장 성공적인 플라스틱 절감 정책으론 캘리포니아의 ‘일회용 플라스틱 봉투 금지법’을 꼽았다. 그는 “이 정책만으로도 플라스틱 폐기물을 크게 줄일 수 있었고, 이후 다른 도시나 주에서도 플라스틱 빨대나 식기, 스티로폼 등을 대상으로 유사한 정책이 채택됐다”고 전했다.

아프리카 국가 가나도 유의미한 예로 꼽았다. 그는 “(가나는) 플라스틱 생산 기업에 생산량에 따라 더 큰 비용을 부담하는 제도를 도입했다”며 “플라스틱 생산량에 비례해 세금을 부과하거나 부담금을 지불하게 해 기업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경제적 동기를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같은 정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다면 플라스틱 생산을 줄이는 데에 큰 진전을 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포브스 리더는 인터뷰 내내 부산에서 열릴 협상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만큼 절실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플라스틱 생산과 소비가 많은 국가 중 하나입니다. 이제 한국은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중요한 리더십을 발휘할 위치에 있습니다. 이번 협상위를 통해 국가의 명예와 지구의 미래를 책임지는 일에 앞장설 수 있습니다.”

몬테레이(미국)=김상수·주소현 기자·안경찬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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