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누리는 안락함이 감사해서… 15년간 생일파티 대신 생일기부” [사랑의열매 - 세상을 밝히는 작은 영웅들]

김린아 기자 2024. 11.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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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랑의열매 - 세상을 밝히는 작은 영웅들
(1) ‘우리아기 첫 기부’로 나눔 시작… 고등학생 현송 양
“유치원때 성냥팔이 소녀 읽고
내가 가진것 나누고 싶다 생각”
“아직 진로는 정하지 못했지만
더불어 사는 어른이 되고 싶어”
한달 용돈 모아 틈틈이 기부도
2009년 ‘돌 기부’를 시작으로 15년간 기부를 해온 ‘모태 기부자’ 현송(15) 양이 지난 4일 경북 김천시청에서 부모님이 만든 ‘손 하트’ 사이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나눔 증서와 기부 저금통을 보이며 웃고 있다. 윤성호 기자

“안락한 가정, 부족하지 않은 음식과 옷을 누리고 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해 생일파티 대신 ‘생일 기부’를 하고 있어요.”

만 1세 때인 2009년 돌을 맞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열매) ‘우리아기 첫 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기부를 시작한 현송(15) 양은 지난 4일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기부 저금통’을 들어 보이며 이렇게 말했다. 어느새 고등학생이 된 현 양은 그동안 총 8번, 약 577만 원을 사랑의열매에 기부했다. 현 양은 학교에서 할 수 없는 다양한 경험을 누리고자 중학교 2학년 때 학교를 자퇴하고 홈스쿨링을 받고 있다고 했다. 현 양은 “아직 명확한 꿈도, 진학하고 싶은 대학·전공도 정하지 못했다”면서도 “더불어 사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은 확실해 열심히 공부 중”이라고 말했다.

현 양의 부모인 현인(50)·류경(50) 씨 부부는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난다면 감사하는 마음으로 기부를 하자고 약속했다고 한다. 기부처를 알아보다, 경북 사랑의열매를 통해 ‘우리아기 첫 기부’ 프로그램을 알게 됐다. 딸의 첫 기부였다. 류 씨는 “송이가 어리지만 직접 기부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좋을 것 같아 집이 있는 경북 김천에서 사랑의열매 사무실이 있는 대구까지 찾아갔다”며 “그때부터 습관처럼 기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모의 바람대로 현 양은 기부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어린이로 컸다. 현 양은 “유치원에 다닐 무렵 동화 ‘성냥팔이 소녀’를 읽고 가지고 있는 옷과 맛있는 간식을 나보다 어려운 친구들에게 나눠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어린 마음에 집안이 어려운 친구들도 생일에는 케이크를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그 뒤로 현 양은 매년 자신의 생일파티를 여는 대신, 사랑의열매에 기부금을 전달하고 있다. 사랑의열매 내에서는 ‘기부 천사’로 불리기에 직원들이 따로 현 양을 위한 케이크를 마련해줄 정도다. 현 양은 “나는 가진 게 충분하다고 생각해 생일에 맞춰 기부를 하게 됐다”며 “사랑의열매 직원분들을 아기 때부터 알고 지내다 보니 이젠 이모, 삼촌 같다”고 웃었다.

최근에는 부모님에게 받은 용돈과 아르바이트비에서 기부금을 마련하고 있다. 현 양의 한 달 용돈은 10만 원 남짓. 그렇다 보니 갖고 싶은 것이 생겨도 꼭 필요한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바로 기부 저금통에 넣는다고 한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이모가 운영하는 영어학원이나, 할머니의 신발가게에서 보조를 하며 받은 아르바이트비도 소중한 기부금의 원천이다. 세뱃돈 역시 기부 저금통으로 들어간다. 한 달에 5만∼10만 원씩 모였고, 지난해에는 저금통이 60만 원의 현금으로 가득 찼다. 현 양은 “올해는 공부하느라 아르바이트를 많이 못 해 50만 원 정도 모을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그때그때 사정이 되는 대로 기부를 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상 속에서 이뤄진 기부 습관은 봉사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현 양은 “영어를 잘하는 장점을 살려서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 한국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일을 하고 싶다”며 “비록 작은 재능이지만, 서로 다른 문화를 잇는 데 쓰일 수 있다면 정말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민(3)·이정(1) 남매, 김범찬(2)·김도율(1) 형제도 현 양과 같이 ‘우리아기 첫 기부’로 나눔을 시작했다. 이 씨 남매의 부모는 2022년 10월 첫째 이정민 군의 돌을 기념해 사랑의열매에 100만 원을 기부했고, 이어 올해 8월에는 둘째 이정 양의 이름으로 100만 원을 기부했다. 엄마 최민정(37)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리지만 사랑의열매 기부패를 보여주며 아이 눈높이에 맞춰 ‘나눔’이라는 단어를 가르쳐 주고 있다”면서 “꾸준히 기부하며 나누는 삶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하면 아이들이 더 좋은 어른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최 씨는 “사랑의열매 기부 방식이 체계적이고 투명하게 관리된다고 해 신뢰를 갖고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범찬·김도율 연년생 형제 역시 각각 지난해 2월과 올해 3월 돌을 맞아 사랑의열매에 300만 원씩 기부했다. 형제의 어머니 이가영(32) 씨는 “아이를 키우며 주변의 배려를 많이 받았다”면서 “그런 배려를 사회에 돌려주고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랐으면 하는 바람에서 돌잔치 대신 ‘돌 기부’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부모가 아이 이름으로 기부한 것이더라도 아이들에게 선한 영향력이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돌 기부 소식을 듣고 주변인들이 기부에 동참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김린아 기자 linay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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