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중국萬窓] 먹는 것을 하늘로 여긴 중국인들… 풍부한 식재료가 `8대 요리`를 낳다

'센스 앤 센서빌리티', '와호장룡', '라이프 오브 파이' 등으로 유명한 대만(타이완) 출신 이안(리안·李安) 감독이 만든 영화 '음식남녀'(飮食男女)는 중국 요리의 진수를 보여준다. 타이페이에서 가장 큰 호텔의 연회와 음식을 책임진 주방장 주(朱)사부와 그의 세 딸 이야기로, 대만 음식을 매개로 한 가족간 화합을 그려냈다. 영화의 제목인 '음식남녀'는 중국 고전 '예기'(禮記) 예운(禮運)편에 나오는 '음식남녀, 인지대욕존언'(飮食男女, 人之大欲存焉) 구절에서 따온 것이다. 먹고 마시며, 남녀간 사랑하는 것은 인간이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는 뜻이다. 중국인들에게 먹는 것은 하늘이다. 그래서 먹는데에 만큼은 아낌없이 돈을 쓴다.
중국 요리는 5000년이 넘는 세월동안 상상하기 힘든 먹거리와 수많은 조리법을 개발, 발전시켜왔다. 볶기. 튀기기, 조리기, 찌기, 튀긴 후 볶거나 찐 것을 다시 조리하기 등 조리법만도 40여종이 넘는다. 맛을 낼 때도 음양오행설에 따라 단맛, 신맛, 쓴맛, 매운맛, 짠맛 등 오미(五味)를 조화롭게 사용했는데 오미가 인간의 오장(간장, 심장, 비장, 폐장, 신장)을 보양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또한 '일물전체식'(一物全體食) 즉 한가지 식품을 모두 먹는 게 건강에 좋다고 해 어떤 재료라고 남기기 않는다. 예를 들어 야채라면 잎부터 뿌리까지, 생선이라면 머리부터 꼬리까지 통째로 먹는 게 좋다는 것이다. 같은 재료라도 요리법이 다양하고, 100여종의 향신료를 사용해 각기 다른 맛이 균형을 이루도록 한 것도 중국 요리의 특징이다. 중국에서 요리는 색(色)·향(香)·맛(미·味)·의미(의·意)·모양(형·形) 등 다섯가지로 품평한다.
◇'남첨북함 동랄서산'… 중국 요리의 특징
중국인들은 날아다니는 것 중에는 비행기를 빼고 모두 먹고, 네발 달린 것 가운데 책상 빼고는 다 먹는다는 우스갯말이 있다. 식재료가 그만큼 다양하다는 뜻이다. 식재료는 어떤 방식으로든 열을 가해 조리해 먹는 게 보통이었다. 중국 전통의학의 영향으로 생식은 몸에 좋지 않고 야만적이라는 인식이 있다. 물도 차가운 생수보다는 뜨거운 차를 선호했다.
가장 대중적인 조리법은 볶음(초·炒), 찜(증·蒸), 튀김(찰·炸)이다. 모두 물을 적게 쓰는 조리법이다. 중국은 땅이 넓지만 예로부터 깨끗한 물을 구하기 힘들었다. 물이 맑은 지역이라도 석회질이 많다. 그래서 물 대신 기름을 활용하는 볶음과 튀김, 물을 써도 상대적으로 적게 쓰는 찜 요리가 발전한 것이다. 기름을 활용한 조리법은 대량의 식재료를 단시간에 고온으로 조리할 수 있어 경제적이기도 하다.
중국 요리를 설명할 때 흔히 '남첨북함 동랄서산(南甛北鹹, 東辣西酸)이라는 표현을 많이 쓴다. '남쪽은 달고 북쪽은 짜며, 동쪽은 맵고 서쪽은 시다'라는 뜻이다. 여기서 동서남북의 기준은 과거 중원(中原) 지역, 즉 하남성(허난성· 河南省) 일대다. 하남성을 기준으로 볼때 남쪽 지역은 달고 북쪽은 짜며, 동쪽은 맵고 서쪽은 시다는 얘기다. 현 중국 지도로 볼때 단 요리는 남경, 강소, 안휘, 절강 등 장강 삼각주 지역에 몰려있으며, 매운 요리의 경우 청도, 사천, 호북, 호남 등 서쪽 지역에 분포한다.
◇ 사천·광동·산동·강소 등 4대 요리… 마파두부는 사천의 대표 음식
오랜 역사를 거치면서 중국의 음식은 각 지역의 지리적 환경, 기후 특성, 문화 등에 따라 다양한 특징을 형성해왔다. 중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유명한 요리에는 4대 요리와 8대 요리가 있는데 이를 '차이시'(菜系, 요리체계)라고 한다.
'4대 요리'(四大菜系·4대채계)가 형성된 것은 청(淸)대 초기다. 당시 사천(쓰촨·四川), 광동(광둥·廣東), 산동(산둥·山東), 강소(장쑤·江蘇) 요리가 가장 영향력 있는 요리로 부상하며 '4대 요리'라 불렸다. 그리고 청말 절강(저장·浙江), 복건(푸젠·福建), 호남(후난·湖南), 안휘(안후이·安徽) 요리가 형성되며 '8대 요리'로 꼽히게 됐다. 이밖에 중앙에 위치해 온갖 요리가 섞여 있는 호북(후베이·湖北) 요리, 한국인 입맛에 잘 맞는 동북(둥베이·東北) 요리, 중국식 이슬람 요리인 청진(淸眞) 요리, 청진 요리의 영향을 많이 받은 티베트 요리 등도 있다.
삼국지의 파촉(巴蜀) 지역이던 사천의 요리는 향신료를 중시한다. 얼얼하고 매운 강한 맛이다. '세가지 향, 세가지 후추, 세가지 조미료, 일곱가지 맛, 여덟가지 풍미' 라는 표현은 사천 요리의 특징을 잘 묘사하고 있다. 마파두부(麻婆豆腐)는 사천 지역 가정에서 일상적으로 먹어온 음식이다. 두부는 한나라를 세운 유방의 손자로 회남왕에 봉해진 유안(劉安)이 8명의 연단사와 불로장생약을 제조하려다가 우연히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다. 명대 이시진이 쓴 약초연구서인 '본초강목'에는 "두부 만드는 법은 회남왕 유안에게서 시작됐다"는 기록이 있다.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인 소동파(소식)도 항주 지사로 일할때 벗들을 불러 두부 요리를 해주곤 했다. 후세 사람들은 이를 '동파 두부'라고 불렀다.
두부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마파두부가 탄생한 것은 청나라 동치 연간(1861~1875)이다. 이 요리를 만든 사람이 마파, 즉 얼굴에 곰보 자국이 있는 아주머니여서 마파두부라고 했다. 마파두부는 두부에 다진 고기를 뜸뿍 넣고, 고추 화초 두반장 후추 등과 함께 센불에 재빨리 볶아낸다. 흰두부와 파를 넣어 색감과 식감이 매우 대조적이다. 사천요리가 맵고 짠 것은 두반장(고추장) 때문이다. 두반장은 소금과 물, 누에콩을 발효시켜 만든다. 고추껍질과 씨가 그대로 남아 건더기가 많다. 마파두부엔 두반장외에 날초(辣椒)와 화초(花椒)가 반드시 들어간다. 날초는 사천성 고추이며, 화초는 우리나라의 산초와 비슷하다. 매운맛은 날초가, 혀를 얼얼하게 하는 마(麻)한 맛은 화초 때문이다. 마라는 얼얼한 맛을, 두부는 이런 강렬한 맛을 달래주는 중화제 역할을 한다.
넓은 평야와 온화한 기후, 남중국해의 풍부한 수산물 등을 가진 광동 요리는 '먹는 것은 광주에서'(식재광주·食在廣州)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국을 대표하는 요리로 꼽힌다. 광동 요리는 '월채'(웨차이·월菜) 또는 '광동채'(광둥차이·廣東菜)라고 부른다. 광주 조주 동강 등 3가지 지방 요리로 구성된다. 딤섬과 상어지느러미찜이 아주 맛있으며 유명하다. 또한 팔보채와 청나라 황제가 좋아했다는 제비집 수프도 광동 요리에 속한다. 요리법으로는 기름에 지지고 튀기거나, 볶은 후에 소량의 물과 전분을 넣어 걸쭉하게 끓이거나, 푹 고는 기법이 주로 사용된다. 약간의 기름으로 센 불에서 빨리 조리하고, 재료 맛이 살아있어 신선 담백함을 추구한다. 소스와 조미료는 다용도로 쓰인다. 특히 굴소스는 독특한 맛과 향, 질감, 색감때문에 많이 사용된다.
새끼돼지 통구이(소유저·燒乳저)는 대표 요리로, 새끼돼지를 통으로 숯불 위에 구웠다. 북경오리처럼 바삭하게 구워진 껍질의 식감을 즐긴다. 손질한 새끼돼지를 통째로 뜨거운 화로 위에 올려 돌려가면서 굽기 때문에 중노동이 필요하다. 만화에서 흔히 나오는 통돼지 바베큐의 이미지는 이 요리에서 나온 것이다.
산동 요리는 제남(지난·濟南)과 자오둥(膠東) 요리에서 발전했다. 식자재가 풍부해 '한 요리에 한 가지 맛' 을 가진 산동 요리가 탄생했다. 신선한 야채와 해산물로 만들어 독특한 향기와 신선함과 맛을 전달한다. 식재료로 자연스러운 조화를 내는데 탁월하다. 해산물과 돼지고기, 채소를 주재료로 사용하고, 강한 불에 빨리 볶기, 튀기기, 굽기, 데치기 등이 주 조리법이다. 마늘, 파, 갓 등을 많이 사용해 톡 쏘는 강렬한 맛과 향을 지닌다. 중국 북방 요리를 대표해온 산동 요리는 명나라와 청나라때 황족들이 즐겨 먹어 필수 궁중 요리중 하나이기도 하다. 대표적 요리로는 오향장육(五香醬肉)을 들 수 있다. 원래 소주의 납육(臘肉)이 오향장육의 기원으로 꼽히지만 우리에겐 산동의 오향장육이 더 익숙하다. '수호전'의 영웅 무송이 호랑이를 맨손으로 잡고 먹은 게 바로 오향장육이다. 돼지고기를 다섯 향을 가진 향신료를 더한 간장으로 요리한 음식이다. 오향은 회향, 계피, 산초, 정향, 진피 또는 팔각 등 다섯가지 향신료다. 고기의 잡내를 잡아주고 본연의 맛을 돋워준다. 이 오향이 들어간 간장에 돼지고기를 얇게 썰어 넣고 조려내 차갑게 해 먹는다.
'생선과 쌀의 고장'으로 불리는 강소 요리는 '소채'(蘇菜) 혹은 '강소채계'(江蘇菜系)로 불린다. 담백한 맛과 은근한 향이 으뜸이다. 특히 소주 지역 요리는 간장의 향미 중 단맛을 최대로 끌어냈다. 담백하고 강하지 않으며, 살짝 단맛이 나기도 한다. 식재료 자체의 맛을 살리는데 주안점을 둔다. 또한 식재가 부드럽게 될 때까지 조리해 모양이 뭉개질 정도로 부드럽다. 색, 형태의 조화를 중시하고 색감에 신경을 많이 쓴다. 수프를 이용해 맛을 더한다. 예술적인 기교의 삶거나 고아낸 요리, 뜸을 들여 익혀내는 요리도 있다. 약한 불에 천천히 고아내 육즙을 보존하는 걸 중요시한다. 요리의 맛과 비주얼 모두를 중시하는 강소 요리는 국빈 만찬의 주요 메뉴다.
남경 오리 요리, 닭고기와 건두부채 및 갖은 야채를 고아낸 요리(鷄湯煮干絲), 게로 우려낸 맑은 탕에 완자를 넣은 요리, 돼지 앞다리 냉채(水晶肴蹄), 오리고기와 피로 만든 볶음 요리(鴨包魚) 등이 유명하다. 중국 볶음밥에서 한국인의 입맛에 가장 잘 맞고, 대륙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양주볶음밥(양저우 차오판)도 강소 요리다. 양주 볶음밥의 기원은 고구려를 침공해 대패한 수 양제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강남까지 대운하를 뚫은 양제는 달걀볶음밥을 좋아했는데 이게 양주 볶음밥의 기원이라고 한다. 양주 볶음밥을 '황금가루 볶음밥'이라는 뜻의 '쇄금반'(碎金飯)으로 부르는 것도 이때문이다. 양주 볶음밥은 새우살, 살코기, 화퇴, 당근, 완두, 옥수수 등 해물 고기 야채 등이 골고루 들어간다.
◇ 절강·복건·호남·안휘 요리… 복건을 대표하는 '불도장'
절강 요리는 '절요리'(浙料理), '저차이'(浙菜) 또는 '저장차이'(浙江菜)로 부른다. 항주(항저우·杭州), 닝보, 소흥(사오싱·紹興) 지역의 음식으로 구성됐으며, 항주 요리가 대표적이다. 특징은 신선하고, 부드럽고, 연하고, 반들반들하다. 향이 특별히 좋으며 면은 쫀득하다. 담백하고 개운하며 전혀 느끼하지 않다. 신선한 생선은 절강 요리의 주요 식재료다. 또한 제철 과일과 채소로 만드는 절강 요리는 신선하고 섬세하다. 북경과 항주를 잇는 대운하로 인해 절강 요리는 북쪽 지역의 조리 기술을 사용, "남방 식재료를 갖고 북방 방식대로 요리했다'"는 평가를 듣는다. 씹는 맛이 부드럽고 양념은 짜며, 음식은 담백하다.
새우살에 중국 명차 중 하나인 용정(룽징)차의 찻잎과 즙을 넣고 요리한 새우살 볶음 요리 룽징샤런이 대표적 항주 요리다. '돼지고기를 칭송하다'는 뜻의 '저육송'(猪肉頌)이라는 시를 남긴 소동파의 이름과 일화에서 유래된 동파육(東坡肉)이 절강 요리다. 동파육은 돼지고기를 먹기 좋게 네모나게 썰어 냄비에 넣은 뒤 물을 조금만 붓고 간장, 설탕, 생강 등을 넣고 몇시간동안 뭉근하게 조려 만든다.
복건 요리는 복주(푸저우· 福州), 천주(취안저우·泉州), 하문(샤먼·廈門) 요리의 조합으로 소스의 깊은 맛이 나는 수프와 요리가 특징이며, 푹 끓이는 조리법으로 유명하다. 산해진미로 유명한 복건성은 넓은 바다에는 풍부한 해산물이 자라고, 산에도 식재료가 넘친다. 이런 재료들을 모두 넣어 만든 맛있는 수프는 복건 요리의 특징이다. 식재료 본연의 향이 나도록 연한 양념을 사용한다.
대표 요리는 "(하도 맛있어) 부처가 담을 넘는다"는 뜻의 불도장(佛跳牆)이다. 각종 산해진미에 소흥황주를 더해 육수로 오랫동안 푹 끓여내는 중국 탕요리로, 재료가 호화스러워 가장 비싸고 진귀한 탕으로 유명하다. 사슴 힘줄, 오골계, 멧돼지 등심이나 목살, 돼지고기 햄인 화퇴(훠투이·火腿), 죽순, 송이버섯, 인삼, 토란, 말린 구기자, 상어 지느러미, 말린 전복 또는 가리비 등이 사용된다. 재료들을 잘 다듬어 소뼈 혹은 닭뼈로 미리 우려낸 육수에 넣고, 소흥황주와 간장 등으로 간을 맞춰 하루 혹은 이틀 동안 약한 불에 푹 고아서 만든다.
사천 요리가 얼얼한 매운맛이라면, 호남 요리는 시고 매운맛으로 유명하다. 섬세함, 다양한 식재료, 진한 소스와 색, 풍부한 향과 부드러운 식감이 특징이다. 호남 음식은 비주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매운 돼지고기 요리인 샤오차오러우(小炒肉)가 유명하다. 샤오차오러우는 썬 돼지고기를 고추와 고추기름을 넣어 볶는 요리로, 기름을 많이 쓰고 고추를 많이 넣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고기 특유의 맛과 매운 맛이 잘 어우러져 매운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는 음식이다. 신선한 생선머리와 다진 고추의 매운맛이 조화를 이룬 매운 생선머리찜 요리도 유명하다.
중국인들에게 먹는 것과 병을 치료하는 것은 같다.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안휘 요리에서 잘 드러난다. 바다에 접해 있지 않은 안휘 요리는 산과 강에서 채취할 수 있는 산나물, 차, 죽순, 버섯, 야생 동물과 민물고기, 자라 등 민물 식재를 사용하는 게 특징이다. 진한 맛, 큰 접시에 푸짐한 요리가 특징이다. 재료 본연의 맛을 유지하기 위해 기름을 넣는 시간이나 열을 조절하는데 주의를 기울인다. 간단하면서 고급스러운 스튜와 삶은 요리로 잘 알려져 있다. 안휘 지방은 차 생산지로도 유명, 안휘 사람들은 일년 내내 차를 좋아한다.
대표 요리로는 옌시엔구이위, 취연어, 호리병 오리가 있다. 옌시엔구이위는 특유의 지독한 냄새로 호불호가 갈린다. 구위(중국 쏘가리)를 비늘은 벗기지 않고 내장을 깨끗이 씻어 칼집을 낸 후 삼겹살과 겨울 죽순 조각을 곁들여 간장과 설탕, 닭기름을 넣고 끓이고, 국물이 조를 때쯤 풋마늘을 넣고 돼지고기 기름을 부어 만든다. 뼛속까지 스며드는 고소한 맛과 생선 살, 국물은 그야말로 진국이 따로 없다. 취연어는 연어를 발효시킨 요리로 냄새가 강하다. 호리병 오리는 껍질과 고기를 부수지 않고 뼈를 제거한 후 8가지 재료로 속을 채워 호리병 모양으로 만든다.
◇ 음식 이름 보면 재료와 조리법을 알 수 있다
중국에서 요리는 한국과 일본에서 쓰는 요리(料理)라고 하지 않고 차이(채·菜)라고 한다. 작은 식당의 간단한 차림표는 차이단(채단·菜單), 격식 있는 식당의 두툼한 차림표는 차이푸(채보·菜譜)다.
요리 이름을 보면 어떤 식재료로 만든 것인지를 알 수 있다. 이름 네 글자 중 앞 글자는 조리법이나 보조재료, 요리의 색 또는 맛을 나타낸다. 뒤에 있는 글자는 요리 재료·손질법이다. 지역이나 사람 이름을 나타내기도 한다. 해삼에 대파·간장·굴소스를 넣고 센 불에 볶아내는 홍소해삼(紅燒海蔘)은 해삼이 재료이며, 마파두부는 두부가 주재료다. 마파(麻婆)는 '곰보 아줌마'라는 뜻이다. 본래 매우 맵다는 뜻인 마라(麻辣)두부였는데 청나라 때 사천성 성도에 살던 손맛 기막힌 곰보 아줌마 덕에 이름이 바뀌었다.
팔보채(八寶菜)는 해삼·전복·닭고기·죽순·목이버섯 같은 여덟 가지 귀한 재료가 들어간다. 육(肉)은 돼지고기다. 탕수육(탕추러우·糖醋肉)은 새콤달콤한(糖醋) 소스를 부은 돼지고기 튀김, 라조육(辣椒肉)은 매운 고추를 넣어 볶은 돼지고기다. 어향육사(魚香肉絲)는 돼지고기를 실처럼 가늘게 채 썬 요리다. 어향가자(魚香茄子)는 볶은 가지다. 어향은 고추·마늘·생강·간장·소금·파·설탕 등으로 만든 사천 생선요리에 널리 쓰이는 양념이다. .
계(鷄)는 닭고기, 중국집 메뉴판에서는 보통 산동 사투리의 영향으로 '기'로 적힌다. 돼지고기와 함께 고기요리에 자주 사용된다. 압(鴨)은 오리고기다. 북경 오리 요리와 남경 오리 요리가 유명하다. 우(牛)는 쇠고기, 양(羊)은 양고기다. 보통 양고기는 염소고기를 가리켰다. 고대부터 염소고기는 종묘의 제사와 국가의 길일에 빠짐없이 나올 정도로 귀한 대접을 받았으며, 귀족과 사대부들이 즐겨 먹는 고기였다. 양고기 요리는 내륙지방인 섬서성 일대가 유명하다.
조리법을 나타내는 한자에는 대개 불 화(火)자가 들어있다. 홍소해삼의 소(燒)는 익혀 놓은 재료에 물과 양념을 더해 졸이는 것이다. 간장을 졸여 불그스레한 갈색이 나는 까달에 홍(紅)이 붙었다. 짜장면(炸醬麵)의 짜(찰·炸)는 기름을 많이 넣고 센 불에 볶거나 튀긴다는 말이다. 생찰(生炸)은 가루 없이 그냥 튀기는 것, 건찰(乾炸)은 양념과 녹말가루를 재료에 묻힌 뒤 튀기는 것이다. 볶는 건 차오(초·炒)라고 한다. 생초(生炒)는 재료 그대로 볶기, 청초(淸炒)는 간을 한 후 녹말가루를 묻혀 볶기다. 볶음밥은 차오판(炒飯), 볶음국수는 차오미앤(炒麵)이라고 한다. 짬뽕을 화교들은 차오마미앤(炒碼麵)이라고 부른다. 이 재료, 저 재료를 섞어 볶았다는 의미다. 짜와 차오의 중간쯤 되는 조리법으로 빠오(爆)라는 조리법도 있다. 기름을 살짝 두르고 지지는 것은 지앤(전·煎)이라고 한다. 우리말로 파전, 생선전 할 때의 '전'은 여기에서 온 것이다.
물에 삶는 건 쭈(저·煮)라고 하고, 증기로 찌는 것은 쩡(蒸)이라고 한다. 청증(淸蒸)은 재료에 소금과 향신료를 넣고 찐 요리다. 중탕으로 오랜 시간 뭉근하게 조리를 하는 것은 뚠(燉)이라고 한다. 화덕 안에서 뜨거운 공기를 이용해 익히는 것은 카오라고 한다. 불 조절을 하며 국물을 내냐, 전분으로 걸죽하게 하냐에 따라 싸오(燒), 류(溜), 후이(會)가 있다. 류(溜)는 양념한 녹말소스를 더하는 것이다. 팽(烹)은 삶기, 건팽(깐풍·乾烹)은 국물기 없게 바삭하게 튀긴다는 뜻이다. 깐풍샤(乾烹蝦)는 새우튀김, 깐풍기는 닭튀김이다.
이밖에 △훈(燻)은 연기로 익히기. 재료를 연기로 그을려서 향기로운 맛을 낸 것 △탕(湯)은 국. 청탕(淸湯)은 맑은 국, 탕갱(湯羹)은 녹말이 추가된 탁한 국 △사(絲)는 채썰기. 식재료를 가늘게 채써는 것이다.
강현철 논설실장 hckang@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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