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천만원 매물에도 주가 휘청거려요”... 거래 부진에 신음하는 코스닥 소형주
조선→우크라 재건→바이오 등으로 업종별 순환매 뚜렷
최근 국내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서 “거래가 너무 줄어 주식하기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른 종목으로 갈아타려고 주식을 팔고 나가려고 했더니, 매수호가가 너무 얇아 물량을 던지면 폭락할 것 같아 못 팔았다는 등의 이야기다.
신용융자 감소나 거래 위축 등은 지표를 봐도 확인되기는 한다. 그러나 수치상으로 보이는 것보다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개인, 외국인, 기관 모두 유입 자금이 미미하다”며 “올랐던 업종을 매도하고 많이 빠진 업종을 매수하는 등 순환매 장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이성수 미르앤리투자자문사 대표도 “요즘은 시세 연속성이 없고, 만약 실적이 안 좋은 종목이라면 허무하게 주가가 밀려 내려가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8일 기준 금융투자업계 내 신용거래융자는 전체 16조9469억원으로 집계됐다. 유가증권 신용거래융자는 10조213억원, 코스닥 신용거래융자는 6조9256억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투자자가 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로부터 자금을 빌린 뒤 변제를 마치지 않은 금액이다. 보통 이 금액이 늘어나면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가 증가한 것으로 본다.
신용거래융자는 올해 상반기 20조원대까지 늘었다가 8월 초 블랙먼데이를 기점으로 17조원대로 줄어들었다. 특히 코스닥 신용거래융자 감소 폭이 컸다. 블랙먼데이 때도 7조원대를 유지하던 코스닥 신용거래융자가 6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올해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증시 대기성 자금 역시 시장을 빠져나갔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 19일 기준 49조9928억원으로 집계됐다. 예탁금은 지난 8월 기준 60조원에 달했었지만, 최근 한국 증시가 부진에 빠지면서 뒷걸음질쳤다.
빠져나간 자금은 해외 증시와 코인 시장으로 몰려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18일 기준 1011억9137만달러(약 140조7572억원)에 달했다. 코인시장에 유입된 금액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 이후 비트코인이 고공행진하는 것을 봤을 때 신규 유입 자금 또한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다 보니 한국 증시는 거래 부진에 신음하고 있다. 지난 20일 기준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7조8201억원, 코스닥시장 거래대금은 7조8518억원이었다. 올해 상반기 각각 15조원, 13조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이보다도 심각하다고 한다. 이성수 대표는 “거래대금이 올해 상반기에 비해 크게 줄었지만, 특히 코스닥과 소형업종지수에서의 거래대금은 절반 이상으로 감소했다”면서 “주식투자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가가 얇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식을 팔려는 사람과 사려는 사람이 동일한 호가를 불러야 거래가 체결되는데, 수요와 공급 자체가 적다 보니 호가단위가 몇백원 단위로 급변하는 현상이 자주 나타난다는 뜻이다. 네이버 종목토론방에서는 “수천만원 매도 물량이 투매를 불러 5~10% 급락했다”는 하소연하는 글이 자주 보인다.
유동 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아랫돌을 빼 윗돌을 괴는’ 현상도 관찰된다. NH투자증권에서 운영하는 나무증권이 투자자를 분석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에스와이스틸텍을 매수한 투자자들은 한화오션, 현대힘스, 삼성중공업 등으로부터 넘어왔다. 에스와이스틸텍은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분류되는데, 국내 조선주를 팔고 우크라이나 재건주로 넘어온 양상이 관찰되는 것이다. 반면 같은 날 에스와이스틸텍을 전량 매도한 투자자들은 펩트론, HLB, 루닛 등 바이오주를 사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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