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퇴진’ 이름 내건 교수 3천명…군사독재 시절만큼 함성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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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아탑에서 각자의 연구에 몰두해 온 대학 교수 3천여명이 이름을 내걸고 한 데 목소리를 모으는 일은 간단치 않다.
1960년 4월25일 대학교수단이 이승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발표한 시국선언 이틀 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고 1986년 3월 고려대 교수 28명의 시국선언 뒤 이어진 전국 29개 대학 시국선언은 전두환 정권 1987년 민주 항쟁의 물꼬를 텄다.
큰 울림을 위해 소규모 대학이 많은 지역은 '지역대학 교수'라는 명의로 함께 시국선언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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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울경선 30여곳 연대로 큰 울림
“온라인 서명 ‘주소란’에 구태여 한 마디씩 생각을 남긴 분들도 많아요. ‘부끄러워서 더 이상 교수 못 하겠다’, ‘용기 내줘서 고맙다’고요” (유진상 창원대 교수)
상아탑에서 각자의 연구에 몰두해 온 대학 교수 3천여명이 이름을 내걸고 한 데 목소리를 모으는 일은 간단치 않다. 21일 한겨레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시국선언문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과정을 전한 전국 곳곳 교수들은 예기치 못한 뜨거운 반응에 놀라움을 느꼈다고 했다. 한편에선 ‘낙인’을 염려하는 동료 교수를 보며 캠퍼스에서조차 위축된 자유를 다시금 생각했다는 반응도 있었다.
가천대 교수노조는 지난달 28일 가장 먼저 시국성명을 발표했다. 남명진 가천대 교수는 “가천대가 대학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했을 때 앞에 있어 먼저 나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다른 대학들이 이어갈 거라고 믿었다”고 말했다. 믿음은 현실이 됐다. 사흘 뒤인 10월31일 한국외대, 지난 5일 인천대, 한양대, 숙명여대 등이 뒤이었고, 21일 오후 7시 현재 29개 대학과 지역이 동참했다.
대학교수 시국선언은 현대사에서 주요 국면마다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한국 사회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1960년 4월25일 대학교수단이 이승만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며 발표한 시국선언 이틀 뒤 이승만 대통령이 하야했고 1986년 3월 고려대 교수 28명의 시국선언 뒤 이어진 전국 29개 대학 시국선언은 전두환 정권 1987년 민주 항쟁의 물꼬를 텄다. 교수들은 군사 독재 시절부터 지식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권력의 남용과 부조리를 비판해 왔는데 오늘날에도 교수들의 목소리는 권력에 대한 견제와 공론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큰 울림을 위해 소규모 대학이 많은 지역은 ‘지역대학 교수’라는 명의로 함께 시국선언문을 냈다. ‘부산·울산·경남(부울경) 지역 교수 시국선언’을 낸 유진상 창원대 교수는 “부산 지역 교수들이 별도로 시국선언을 준비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작은 대학의 목소리는 묻힐 수 있으니 함께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부울경 시국 선언에는 30여곳 대학 652명이 연명해 현재 가장 많은 교수가 이름 올린 시국선언이 됐다. 유진상 교수는 “보수 텃밭에서 ‘욕 얻어먹을 각오’하고 시국선언을 준비했다. 교수님 한분 한분 개별 연락을 돌렸다”고 말했다.
예상과 달리 정치 성향을 가리지 않고 교수들 참여가 이어졌다. 부울경 시국선언에 함께한 원동욱 동아대 교수는 “과거에도 비슷한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 이렇게까지 큰 호응은 드물었다”며 “우리 사회가 쌓아올린 성과가 물거품이 될 것 같다는 위기의식이 강했던 것 같다”고 했다. 민유기 경희대 교수도 “보수적 성향이라고 생각했던 이공계·의대 교수님들도 현 상황을 우려해 많이 참여하셨다”며 “시국선언문 발표 이후에도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서명하고 싶다’는 메일이 온다”고 했다.
다만 모든 교수들이 흔쾌히 시국선언에 동참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함께 연구하는 제자들에 피해가 갈까 무기명으로 이름을 올리거나 연명을 철회한 교수들도 있었다. 안승택 경북대 교수는 “연서명을 하셨다가 ‘실험실에 딸린 식구가 너무 많다, 미안하다’며 철회를 부탁한 분들도 있었다”며 “시국선언 동참이 또 다른 블랙리스트가 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을 느끼시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얼마나 (표현의 자유를) 억압받고 있었는지를 또 한 번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고나린 기자 m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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