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손가락 잘린 18개월 영아… 병원 15곳서 ‘수용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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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복판에서 생후 18개월 영아의 손가락 2개가 절단됐는데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병원 15곳이 환자 수용을 거부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한양대병원은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왔고, 서울대병원은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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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선 “아이 너무 어려 못 받겠다”
1시간여 표류하다 7시간 지나 수술
“소아정형외과, 만성적 의사 부족”
● 병원들 “아이가 어려서 위험” 수용 거부
21일 동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16일 오후 1시 47분경 서울의 한 아파트에서 이모 군(1)이 어머니 양모 씨(36)와 함께 걷다가 ‘차량 통행 금지’라고 쓰여 있는 철제 입간판에 부딪혀 넘어졌다. 이 과정에서 이 군의 오른손 중지와 약지가 입간판에 끼여 손가락 2개가 잘려나갔다.
양 씨가 119에 신고한 뒤 5분도 안 돼 구급대원이 도착했다. 하지만 구급대가 문의한 병원 15곳은 이 군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혀 왔고, 이 군을 태운 구급차는 출발도 못 한 채 서 있었다.
수용을 거부한 병원 중 한양대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고려대안암병원 등 4곳은 상급종합병원이었다. 한양대병원은 정형외과 진료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왔고, 서울대병원은 손가락 접합 수술을 할 수 없다며 수용을 거부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환자가 너무 어려서 안 된다고 했고, 고려대안암병원은 진료를 볼 의사가 없다고 통보했다. 종합병원인 의정부성모병원 역시 진료 가능한 의사가 없다며 거부했다. 나머지는 그보다 규모가 작은 중소 병원들이었다. 이들 중엔 “마취약을 세게 넣으면 위장에 있던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를 막을 수 있다”며 거부한 병원도 있었다.
당시 현장 출동 구급대원은 기자에게 “아이 출혈이 심해 쇼크 직전으로 생명이 위험할 뻔했던 상황이라 거리가 먼 지방 병원은 고려할 수 없었다”며 “서울 상급병원은 물론이고 수도권 내 대부분의 접합 병원은 다 수용을 거절했다”고 말했다. 어머니 양 씨는 “응급실 뺑뺑이는 뉴스에서만 봤는데 직접 겪어 보니 심각했다”며 “다급해서 구급대원과 함께 전화를 돌리며 수용이 가능한 병원들을 직접 알아봤다”고 말했다. 이 군은 사고 당일 오후 3시경 서울 송파구 뉴스타트병원에 도착한 뒤 수술 사전 준비를 거쳐 오후 9시에 접합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다.
● 소아과 의사 부족-의료대란 이중고
올해 2월 시작된 의료대란이 열 달째 접어든 가운데 위급한 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하는 일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8월에는 경기 고양시에서 28개월인 여자아이가 열경련 증상을 일으켰지만 병원 11곳이 수용을 거부해 의식불명에 빠졌다. 9월에는 충북 청주시에서 8세 소아당뇨 환자가 병원 10여 곳에서 인슐린 투여를 거부당한 끝에 110km 떨어진 인천 인하대병원까지 가야 했다.
일각에서는 의료대란 이전부터 심각했던 소아과 의사 부족 문제도 한몫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질적인 저수가 문제, 의료 소송 같은 위험 부담,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 쏠림 등이 해결되지 않는 한 이 같은 상황은 또 벌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남궁인 이대목동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소아정형외과 수술 등 위험하고 리스크가 큰 수술은 보상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의사가 부족하다”며 “필수 의료 분야가 낮은 보상을 받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이상 이런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준영 기자 hand@donga.com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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