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부터 내는 尹에 참모들 심기경호, 김여사 문제 등 직언 못해”
尹, 의대증원 與중재안에 ‘버럭’… 석연찮은 명태균 해명도 비서진탓
“참모들 尹과 소통 막혀 국정 난맥”
무례발언 정무수석 이틀만에 사과
대통령실 안팎에선 홍 정무수석의 발언은 민심과 동떨어진 용산 참모들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직언 대신 대통령 ‘심기 경호’에만 매달리다 보니 의정 갈등, 명태균 씨 의혹 대응 등 국정에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의 직설적인 화법과 잦은 격노 등 통치 스타일이 참모진과의 건강한 소통을 가로막는 원인이 되는 만큼 이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尹 ‘버럭’에 “참모들 직언 어려워”
올 8월 국민의힘 인요한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 도중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인 최고위원이 의료계와의 갈등 해소를 위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보류’ 아이디어를 내자 이를 전해 들은 윤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의대 정원 문제를 놓고 당정이 신경전을 벌이던 시기였다.
윤 대통령과 참모진 간 소통의 문제는 최근 윤 대통령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핵심 당사자인 명태균 씨 관련 대응에서도 드러났다. 앞서 윤 대통령은 7일 대국민담화 겸 기자회견에서 “(명 씨로부터) 대선 당선된 이후에 연락이 왔는데 그게 뭐로 왔는지 모르겠다”며 이를 비서실에 이야기했다고 설명했다. 자신은 참모진에게 2022년 5월 9일 명 씨와의 통화에 대해 기억나는 대로 설명했는데 이를 참모진이 누락했다는 것이다. 윤 대통령이 참모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과 함께 참모들도 윤 대통령 눈치를 보다 이를 공개하지 않아 거짓 해명 논란이 벌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건희 여사, 명 씨 의혹 등 민감한 문제에서 참모들이 대통령의 눈치를 보며 진상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초기 대응에 실패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참모들이 대통령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는 구조가 명 씨 의혹에 대한 엇박자 해명을 낳게 됐고, 그로 인해 대응 논리가 깔끔해지지 않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친윤(친윤석열) 성향의 여권 핵심 관계자도 “대통령과 오래 일한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면 대통령이 막 화를 내다가도 나중에 3일 정도가 지난 후에는 아무렇지 않게 그 의견을 수용하는 사람이라고 한다”며 “(대통령과 별 인연이 없는) 참모들 입장에서는 직언하기가 정말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의대 증원 문제 조언했다 대통령 화내기도”
윤 대통령의 이 같은 통치 스타일이 용산 참모들의 직언을 가로막으면서 김 여사 문제 해결과 의정 갈등 해소, 총선, 부산 엑스포 유치 등에 장애물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2월 당시 한 참모는 의료계를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혜택을 누린 ‘기득권 카르텔’이라고 보는 윤 대통령에게 “초반에 너무 세게 나가면 선거 앞두고 안 좋다.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 메시지 수준을 조정해야 한다”고 했다가 “쓸데없는 소리 하고 있다”고 질책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이후 윤 대통령은 총선을 9일 앞둔 4월 1일 대국민담화에서 “기득권 카르텔과 타협하고 굴복하지 않아야 한다”며 의료계를 정면 비판했다.
김 여사 문제에 대해 참모진이 “내가 함부로 얘기할 수 없다”는 식으로 직언하지 못한 것도 뒷북 대응으로 리스크를 키우게 된 배경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통령이 아랫사람들의 얘기를 안 듣고, 그냥 뭐라고 얘기하면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그러면 밑에 사람이 얘기를 하겠냐”며 “그건 사실 대통령 책임이다. 격노할 사람은 국민”이라고 지적했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들이 화가 나면 왜 화가 나는지 더 살필 줄 알아야 되고 국민들이 노여워하면 그 노여움을 풀려고 하는 게 대통령다움”이라며 “대통령은 겸손하게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는 메시지가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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