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 펑크’ 정부, 추경용 국채 카드 꺼낼 듯
재원 마련하려면 추가 발행해야
전문가 “위기땐 재정 역할 필요”
정부는 내년 초 추가경정예산(추경)의 재원 마련을 위해 국채 발행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 피해 지원과 백신·방역 보강을 위해 1년에 두 번씩 추경을 편성했던 2021년과 2022년에는 초과 세수 상황이라 남는 세수를 활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 결손에 이어 올해 29조6000억원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현재 재정 여건은 2~3년 전과 180도 다르다. 경기 부양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대응을 위한 2015년 추경 때도 정부는 9조6000억원 규모 국채 발행으로 재원을 조달했었다.
세수 결손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가 내년 국고채 발행 규모를 역대 최대인 201조3000억원으로 잡은 상황에서, 추경 편성을 위해 국채 발행을 추가로 늘릴 경우 재정 건전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정부는 국가채무가 올해 말 1195조8000억원에서 내년 말 1277조원, 2026년 말 1353조9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런데 내년에 수십조원의 국채를 추가 발행할 경우 내년 말 국가채무가 1300조원을 넘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추경 편성으로 재정준칙을 준수하겠다는 그간의 정부 약속이 지켜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재정준칙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 등 사회보장기금 흑자분을 제외한 것) 적자 비율을 3% 이내로 맞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기재부는 국회 차원의 국가재정법 개정을 거쳐 재정준칙이 법제화되기 이전에도 준칙을 지키겠다고 해 왔다.
정부는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올해 말 기준 3.6%에서 내년 말 2.9%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추경 편성으로 국채를 발행하더라도 재정준칙 기준을 어길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의 추가 악화가 발생하지 않는다. 다만 작년과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정부 예상보다 세수가 줄어들 경우 총수입이 줄고 재정수지 적자폭이 커져 적자 비율이 3%를 넘어설 가능성은 있다.
전문가들은 건전 재정 도그마에서 벗어나 내수를 살리기 위한 재정의 최소한 역할이 필요하다고 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가 좋을 때 재정을 덜 쓰고 경기가 안 좋을 때 재정을 더 쓰는 것이 교과서적인 재정정책”이라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경기 침체 위기를 극복하는 것과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는 것 사이의 경중을 따지면 위기 극복이 훨씬 중요하다”고 했다.
정부가 도입하려는 재정 준칙안 또한 전쟁과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 일부 상황에서는 예외를 허용한다. 상당수 유럽 국가들이 재정 준칙을 도입하고 있지만, 코로나 대유행 시기를 전후해 실제 준칙을 지키지 못한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경기 침체 우려와 미국의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관세 장벽 강화 등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 예외 상황으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건전재정도 중요하지만 경기가 안 좋으면 경기를 살리는 것도 정부 역할”이라고 했다.
☞재정 준칙
재정 적자나 국가 채무 등 재정 건전성을 나타내는 지표를 일정 수준 이하로 관리하도록 법으로 정한 규범을 뜻한다. 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 적자 폭이나 국가 채무 규모 상한선을 두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유럽연합(EU)은 국가 채무를 GDP의 60% 이내, 재정 적자는 GDP의 3% 이내에 머무르도록 제한한다. 우리 정부는 국가 채무가 GDP 대비 60%를 넘지 않으면 재정 적자를 GDP의 3% 이내로 관리하고, 채무가 60%를 넘으면 적자 비율을 2% 내로 더 엄격하게 제한하는 재정 준칙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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