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포커스] 줄줄이 사라진 아버지와 네 자녀…북한서 무슨 일 있었길래

북한 인권 상황 열악하다는 건 대체로 알고 계실 텐데요.

오늘(22일)은 극악하다는 북한의 연좌제에 대해서 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2011년 후반에 북한에서 살고 있던 A 씨가 군대 기밀문건을 반출했다는 이유로 보위원에게 체포됐습니다.

A 씨는 조사를 받다가 사망했는데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A 씨에게는 4명의 자녀가 있었는데요.

첫째 자녀는 A 씨가 체포된 뒤에 직장에서 보위지도원의 호출을 받고 나간 뒤에 행방불명됐습니다.

직장에 출근했다가 그대로 실종된 겁니다.

A 씨의 둘째 자녀는 A 씨 체포 이후에 집 앞에서 보위부에 체포돼 구금됐는데요.

조사를 받다가 A 씨보다 먼저 사망한 걸로 알려졌습니다.

셋째 자녀는 A 씨 체포 이후에 보위부에 사정을 알아보러 갔다가 행방불명됐고요.

넷째 자녀의 경우에는 밤에 집에서 체포돼서 어디론가 끌려갔는데 이게 마지막이었습니다.

A 씨 체포 이후에 4명의 자녀가 줄줄이 사라진 셈인데요.

이게 다가 아니었습니다.

셋째 자녀와 넷째 자녀의 경우에는 결혼한 배우자의 경우에도 군 보위부에서 데려가서 행방불명됐다고 합니다.

이런 일들이 2011년 후반부터 2012년 초까지 4개월 동안 발생을 했는데요.

그야말로 4개월 사이에 한 가족이 통째로 사라지는 일이 일어난 겁니다.

이런 내용은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라는 인권조사기록단체가 국내에 정착한 탈북민 62명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하는 과정에서 드러났습니다.

이 단체는 앞서 보신 것처럼 북한에서 갑자기 사라져서 행방을 알 수 없게 된 사례들을 집중 조사했는데 이걸 이제 강제 실종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이번 조사에서 강제 실종 사례가 113건이나 조사가 됐습니다.

연좌제 문제 좀 더 설명을 드리면 북한에서는 특히 정치범인 경우에 특히 가족까지 연좌제를 적용해서 처벌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특이한 건 아내가 정치범이면 남편은 무조건 같이 처벌을 받는데 남편이 정치범이면 아내한테는 이혼 의사를 확인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이때 아내가 이혼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아내도 남편하고 같이 끌려갑니다.

그래서 성본이 좋은 그러니까 집안이 좋은 여성의 집안에서는 딸의 남편이 정치적인 범죄를 저지르면 딸을 이혼을 시키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자녀의 경우에는 아들이 성인인 경우에는 연좌제를 피하기 어렵고요.

딸이 성인인 경우에 시집을 갔을 경우에는 다른 집안 사람으로 간주가 돼서 처벌을 피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미성년 자녀의 경우에는 부모를 따라서 그대로 끌려가기도 하고 다른 친척에게 맡겨지기도 하고요.

고아원에 보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전근대적인 연좌제가 북한에서는 지금도 버젓이 행해지고 있는데 이런 연좌제뿐 아니라 기관원들이 사람을 데려가는 방식도 그냥 제멋대로라고 합니다.

이번에 탈북민 대상으로 조사한 걸 보면 보위원들이 그냥 찾아와서 잠깐 조사할 거 있으니까 가자라고 데리고 가면 그냥 끝이고요.

그렇게 데리고 가서 행방불명이 돼도 어디에다 하소연할 데도 없는 것이 북한의 현실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조사된 강제 실종 사례는 모두 113건에 불과합니다만 이거는 정말로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거고요.

대다수의 북한 주민들은 지금도 언제 어떻게 사라질지 모르는 강제 실종의 공포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고 봐야 되겠습니다.

(영상취재 : 김용우, 영상편집 : 이승열)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