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 정권보다 최악" 박정훈 대령 징역형 구형에 쏟아진 분노

CBS노컷뉴스 박인 기자 2024. 11. 21.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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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검찰, 항명죄 최고형 구형
"군 전체 기강에 악영향" 이유
시민들 법정 나서며 "이게 나라냐" 분노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군사 정권보다 더 최악이야. 그때는 무력으로 제압했다면 지금은 법을 이용해서 교묘하게 사람 피를 말리잖아" 

수해 현장에서 구조 활동을 하다 숨진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해 항명 및 상관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법정 최고형인 징역 3년이 구형된 21일,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서 만난 이혜숙(77)씨는 분노를 보였다.

군 검찰은 이날 용산 소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공판에서 박 대령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군 검찰은 "피고인은 현재까지 범행 일체를 부인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는 군 지휘체계와 군 전체 기강에 큰 악영향을 끼쳐 엄벌의 필요성이 있다"며 구형 이유를 밝혔다.

법정 최고형이 선고되자 중앙지역군사법원 앞에 모인 시민들은 분노했다. 이번 공판을 위해 울산에서 올라왔다는 서모(60대)씨는 "검사가 구형하자마자 법정이 시민들 원성으로 가득찼다"며 "일을 열심히 한 군인을 이런 식으로 대우하니 너무 어이가 없고 정권이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 같다"며 한탄했다. 이날 한 여성은 재판이 끝나고 "자녀들 군대 보내지 마십시오"라며 "대한민국의 법은 휴지조각이 됐다"고 소리치며 법정을 나섰다.

선고가 남아있기 때문에 희망을 저버리지 않겠다는 시민도 있었다. 해병대 부사관 78기 출신인 최병태 씨는 "말도 안되는 판결이지만 무죄 선고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며 "재판부를 믿기로 했다"고 말했다.

법률대리를 맡은 하주희 변호사는 "(재판을 통해) 오히려 실체적 진실에 성큼 다가갔다"며 "이 재판을 통해서 밝혀진 사실과 진실, 그리고 무죄 판결을 통해서 화룡점정을 찍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사건 수사 관련 항명 및 상관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2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중앙지역군사법원에서 열린 결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정구승 변호사도 "법조인으로서 조력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객관적으로 사건을 바라보자는 마음으로 임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가능해지고 있다"며 "선고일이 1월 9일 10시로 잡혔는데, 인사 이동이나 외압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들의 반발도 이어졌다. 참여연대는 논평을 내고 "정의를 훼손하며 군검찰이 징역형을 구형해도 수사 외압 의혹의 진실을 감출 수 없다"며 "국회는 신속한 국정조사 실시와 특검법 추진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국민들은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진실을 이야기하는지 이미 다 알고 있다"며 "1년이란 긴 시간을 무보직상태로 해병대사령부 한 켠의빈 방에서 인내하며 버텨온 박정훈 대령이 혼자가 아님을 보여줄 때"라고 말했다. 센터는 이날 박정훈 대령 무죄 탄원 서명 운동을 개시했다.

해병대예비역연대 정원철 회장은 "박정훈 대령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절차를 지켰을 뿐이며, 그렇기에 한 점 부끄러움 없이 당당하다"며 "군사법원이 진실을 외면하고 유죄 판결을 한다면 30년을 해병대에 몸담아 온 박정훈 대령이 추구해 온, 더 나아가 대한민국 사법부를 포함한 모든 권력기관이 추구해야 할 정의와 자유는 비웃음과 냉소의 대상으로 전락할 것"고 강조했다.

현역 장병 부모 모임 아프지 말고 다치지 말고 무사 귀환 부모연대 회장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군에 보낸 자식들이 죽거나 다쳤을 때마다 왜 부모는 냉담한 국가의 지뢰밭에 갇혀 무능한 비애를 느껴야 하느냐"라면서 "그것은 국가의 무능이며 배신"이라고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부당한 지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법정에도 나오지 않았고 국회의 국감장에도 나오지 않았다"며 "부당한 외압 행사한 사람들은 이 법정에 나와서 보안 사항이나 기밀사항이라며 침묵하거나 제대로 증언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참담한 심정이다. 왜 이곳에 박정훈 대령이 서있어야 하나.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거들먹거리는 골목대장과 그 수하와 쫄보들은 다 어디에 있느냐"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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