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광산 추도식 사흘 앞인데…일본 측 참석자·추도사 ‘미정’

사도광산 추도식 일본에서 24일 개최 예정
일본 참석자 및 추도사 내용 아직 “협의 중”
진정성 없으면 “일방적 양보” 여론 비등할 듯

일본 사도광산 내 터널. 서경덕 교수 제공·연합뉴스

일본 사도광산 추도식 개최를 사흘 앞두고도 일본 정부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 등이 확정되지 않으면서 한·일 간 협상이 난항을 겪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일본이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면, 한국 정부가 대일 외교에 실패했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는 사도광산 추도식이 진정성 있게 개최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 하에 일본 정부와 성실히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날 외교부는 오는 24일 일본 니가타현 사도시에 있는 아이카와 개발종합센터에서 추도식이 열릴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추도식에 참석하는 일본 정부 관계자의 수준과 추도사 내용 등은 일본과 협의 중이라고 했는데, 이날까지도 마무리되지 않은 것이다.

이번 추도식은 일제 강점기 사도광산에 강제동원된 한국인 노동자와 일본 노동자를 추모하는 행사다. 한국 정부는 지난 7월 말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에 반대하지 않는 대신,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일본 정부 관계자가 참석하는 추도식을 개최키로 약속했다.

한·일 정부는 일본 정부의 참석자와 추도사 내용 등을 두고 막판까지 줄다리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들 두 가지는 일본의 성의를 확인할 수 있는 핵심 요소다. 한국 정부는 그간 일본 정무관(차관급) 이상이 참석할 것을 요구해왔다. 일본 정부가 이 요구를 거부한다면 추도식의 의미가 퇴색할 수 있다. 또 일본 정부 대표가 추도사에서 한국인 노동자나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나타내는 내용을 언급하지 않아도 일본의 진정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추도식에 참석하는 한국인 강제동원 희생자의 유가족 11명도 자칫 들러리가 될 수 있다. 그러면 한국 정부가 또다시 일본에 일방적으로 양보했다는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추도식 현장에 참석하는 분들의 마음이 다치는 최악의 상황이 발생하면 안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라며 “이를 바탕으로 일본과 계속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추도식이 예정된 24일에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을 두고는 “그럴 것 같지는 않다”고 했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