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굴욕적' 사도광산 합의에 이어 그나마 성과로 자랑한 추도식도 '굴욕'
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와 관련, 정부가 일본으로부터 받아낸 성과라고 밝혔던 노동자에 대한 추도식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구체적 사항이 아직 정해지지 않은 가운데, 한국 정부가 또 다시 굴욕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21일 민족문제연구소는 성명서를 통해 오는 24일 일본 실행위원회 주관으로 니가타현 사도시 아이카와개발종합센터에서 열릴 추도식에 대해 "7월 26일 한국 정부가 외교 성과로 자화자찬한 '협상의 결과물'이라기보다는 굴욕 외교의 연장선"이라고 규정했다.
이들은 우선 추도식의 명칭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추도식의 공식 명칭이 '사도광산 추도식'으로 정해졌다고 밝혔는데 이에 대해 연구소는 "누구의 어떤 희생을 어떻게 추도한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 추도식의 명칭은 당연히 '사도광산 강제노동 희생자 추도식'이 되어야 마땅하지 않은가?"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조선인 강제동원과 강제노동에 대한 사죄를 언급하기는커녕 추도사의 내용조차 협의 중이고, 일본의 정부 관계자도 아직 누가 참가할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추도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진 한국의 피해자 유족 11명에 대한 모든 비용도 한국 정부가 부담한다고 한다"며 정부의 대응을 문제 삼았다.
실제 21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추도식이 사흘 밖에 남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추도사의 내용과 일본 중앙정부 참석자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한일 양측은 지난 7월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와 관련, 일본 정부 관계자가 추도식에 참석한다고 합의했다. 이후 한국 정부는 일본 측에 정무관급(차관급) 이상의 중앙정부 고위 당국자의 참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추도식이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등재에 반대하지 않는 조건으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일본 정부가 과거사 문제에 대해 진정성 있는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강제동원된 노동자들의 참석에 들어가는 비용을 일본이 아닌 한국 정부가 부담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연구소는 이어 "니가타현의 하나즈미 히데요 지사는 20일 정례브리핑에서 추도식에 대해 '사도광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다는 사실을 지금까지 관여해 온 사람들에게 보고하는 자리 같은 느낌'이라고 밝혔다"며 "실상 제목만 추도식일 뿐 사실상 사도광산 등재 보고회나 다름없는 추도식"이라고 주장했다.
연구소는 "사도광산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강제노동 희생자의 추도식을 이렇게 일본에 구걸하며 치를 수밖에 없는지"라며 "엎드려 절 받기도 정도가 있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말한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이란 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연구소는 "우리가 바라는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은 조선인 희생자의 명부를 공개하고,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추도식에 희생자 유족을 초청하여 일본 정부 대표자가 강제노동 희생자를 진심으로 추모하고 유족들에게 공식으로 사죄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소는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가 사도광산 강제노동 피해자들을 진심으로 기리고자 한다면 왜 정부 주최가 아닌 민간단체 주최로 행사의 격이 낮아졌는지, 추모할 희생자 명단은 왜 공개하지 않는지, 진정성 있는 사죄 등을 일본 정부에 요구해야 마땅하다"며 "조선인 강제노동을 숨긴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합의에 대한 비판을 피하고자 형식적인 졸속 행사로 전락하지는 않을지 심각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행사 주체의 문제와 관련, 외교부는 지난 7월 26일 '사도광산 세계문화유산 등재 결정'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에서 "그동안 일본의 민간단체 차원의 추도식은 종종 있었으나, 이번에 일본이 약속한 추도식은 일본 정부 관계자도 참가하는 데 의의가 있다"고 밝혀 명확히 규정해두지 않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연구소는 추도식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노동자 명부를 공개할 것을 사도광산 운영주체인 골든사도(미쓰비시 자회사)에 요청하는 서한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에 1500여 명의 조선인이 강제동원 되어 강제노동을 당한 현장이지만, 골든사도가 운영하는 사도광산의 전시에는 조선인 강제노동의 역사가 반영되지 않았다. 또 조선인 강제동원의 명백한 증거인 '반도노무자명부'의 공개도 거부하고 있다"며 서한 발송 이유를 설명했다.
[이재호 기자(jh1128@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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