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시공사 선정 안돼"…칼 뽑은 서울시 [현장]

이수현 2024. 11. 21.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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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구청에 시공사 선정기준 미준수 현장 '행정명령' 요청
"시공사 선정 절차서 임의적 서류요구 조합에 조치 필요"
방화6구역 등…구청 판단 따라 입찰 진행 중단 가능성도

[아이뉴스24 이수현 기자] 서울시가 최근 강서구 방화6구역 등 정비사업의 시공사 선정과 관련해 개선을 요청하는 공문을 구청에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시공사 선정 입찰 때 일부 불공정 조항을 제시한 조합 등의 행태를 문제삼은 것이다. 이에 일부 정비사업의 경우 구청의 판단에 따라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한 아파트 공사 현장. 기사와 연관 없는 사진. [사진=뉴시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8일 각 구청에 공문을 보내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자 선정기준'을 준수하지 않은 현장에 대해 행정명령 조치를 검토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문에 따르면 일부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 시 입찰참여의향서 제출을 요구해 일부 시공사의 참여를 제한했다. 이러한 방법은 고의 유찰과 수의계약을 유도하는 편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예시로 든 현장은 강서구 방화6구역이다. 구역은 강서구 방화동 일대를 재개발해 지하 3층~지상 16층 11개 동, 총 557가구를 짓는 사업이다. 2021년 8월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고 지난해 4월 철거가 완료됐다. 다만 시공사로 선정된 HDC현대산업개발과 공사비 갈등으로 최근 계약을 해지했다.

조합은 HDC현대산업개발과 결별 후 시공사를 다시 찾고 있다. 지난 5~12일 진행한 1차 입찰에서는 삼성물산이 단독 입찰해 유찰됐고 지난 20일 2차 현장설명회를 개최했다. 이날 설명회에는 삼성물산을 비롯해 두산건설, 남광토건, 대방건설 등이 참여했다.

문제는 조합이 입찰공고문을 통해 현장설명회 개최 후 7일 이내에 시공사에 입찰참여확약서 제출을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조합은 확약서 제출 요구와 함께 확약서 제출 후 입찰제안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손해배상 책임과 입찰 재공고 자격이 박탈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서울시가 문제 삼은 건 이러한 입찰참여확약서다. 서울시의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에 따르면 조합은 현장설명회에 참가한 건설업자가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이들에게 별도 서식에 맞춰 입찰참여 의향서를 작성·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서울시의 입찰참여 의향서에는 △입찰참여 신청서 △입찰제안서 △입찰참여견적서 △입찰안내서에 대한 공람확인서 △건설업자등 홍보 지침 및 준수 서약서 △이행각서 △회사소개서 등을 작성할 것을 제시하고 있다.

방화6구역도 강서구의 지원을 받는 공공지원 대상인 만큼 해당 규정을 준수해야 한다. 서울시는 방화6구역 조합이 제시한 확약서에는 서울시가 제시한 기준에 없는 조항이 삽입됐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방화6구역뿐 아니라 최근 수년간 규정에 맞지 않는 시공사 선정 기준을 제시하는 현장이 늘었다"면서 "서울시 시공사 선정 기준에 따르면 조합 대의원회에서 구체적인 방법과 절차를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와 관계없이 기준을 (자의적으로) 악용하는 사례가 속출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전에는 공공지원자인 자치구가 조합에 권고 수준 조치를 했다면 앞으로는 더 강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에서 공문을 발송했다"고 전했다.

서울시가 자치구에 발송한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 준수 요청 공문. [사진=서울시]

강서구청은 방화6구역에 수차례 공문을 보냈지만 사업을 제지할 규정이 없어 권고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방화6구역 조합이 현장설명회 개최 후 7일 이내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한 부분에 대해 제출 기간을 더 늘려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조합 입찰에 제동을 걸면서 시공사 입찰을 준비하던 조합은 비상을 걸렸다. 구청의 판단에 따라 최악의 경우 시공사 선정 절차가 중단될 수 있는 탓이다. 다만 조합은 현장만의 특수한 상황 탓에 입찰참여확약서 조항을 제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조합 관계자는 "이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대한 상환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건설사가 입찰 의사가 없는데도 입찰 참여의향서를 제출하는 사례가 많아 이러한 조항을 삽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미 2차 입찰에서도 조항을 적용한 만큼 입찰공고문 수정은 힘들다"면서 "강서구청에 조합의 상황을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미 입찰이 진행 중인 현장에 대해서는 구청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시는 조합 감독기관인 구청에 서울시 시공사 선정 기준에 맞춰 조합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개선을 요청한 것"이라면서 "이미 입찰을 진행하고 있는 현장에 대해서는 구청이 자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전했다.

강서구청 관계자는 "방화6구역은 이미 2차 시공사 입찰을 진행 중인 만큼 구청이 사업을 제지할 수 있는지 법적 근거 등 여러 사안에 대해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수현 기자(jwdo9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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