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 없는 시대의 어른에 관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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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 경연프로그램 '흑백요리사' 후폭풍이 거세다.
'중식대가' 여경래 셰프는 흑수저 '철가방 요리사'와의 대결에서 패하고 탈락했지만, 오히려 '진짜 어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흑백요리사 프로그램 전체에서 가장 훈훈한 장면이었고, 사람들은 "훌륭한 스승이자 이 사회의 진짜 큰 어른 같아서 더 존경스러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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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순철의 이래서 베스트셀러
요리 경연프로그램 ‘흑백요리사’ 후폭풍이 거세다. 어떤 출연자는 사생활 논란과 공금 횡령 의혹으로, ‘비빔~ 비빔 비빔~’을 외쳤던 출연자는 편법 영업으로, 그리고 또 다른 출연자는 ‘빚투’ 의혹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요리로 전 세계 시청자들을 매혹했던 요리사들이었지만, 정작 그들은 자신들의 인생을 제대로 요리하지 못했다. 그런가 하면 반대로 프로그램으로 진가를 드러낸 요리사들도 있다. ‘중식대가’ 여경래 셰프는 흑수저 ‘철가방 요리사’와의 대결에서 패하고 탈락했지만, 오히려 ‘진짜 어른’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출연 자체가 의외로 여겨졌던 그는 까마득한 후배와의 대결에서 졌지만 “젊은 사람들이 많이 해야 하니까요”라면서 진심 어린 축하의 포옹을 해줬다. 철가방 요리사는 큰절까지 하면서 그를 향한 존경심을 표현했다. 흑백요리사 프로그램 전체에서 가장 훈훈한 장면이었고, 사람들은 “훌륭한 스승이자 이 사회의 진짜 큰 어른 같아서 더 존경스러웠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여전히 한강 열풍이 거센 서점가에 ‘어떤 어른’(김소영, 사계절), ‘어른의 행복은 조용하다’(태수, 페이지2), ‘즐거운 어른’(이옥선, 이야기장수) 등 어른에 관한 책 3권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어 흥미롭다. 베스트셀러가 시대상을 조명하고, 열풍이 결핍 또는 부재를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어른에 관한 책들의 인기에는 “오늘날 참 어른을 찾아보기 힘들다”라는 사람들의 생각이 투영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실제로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나이만 먹은 어른답지 못한 사람들이 수두룩하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사람, 염치도 양심도 없는 사람, 쩨쩨하고 자기중심적인 사람, 사사건건 시비 걸고 싸우는 사람 등, 도저히 어른의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 사람들이 어른 행세를 하고 있다.
어른이란 어떤 존재여야 할까? 그리고 존경받는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즐거운 어른’은 ‘김하나 작가의 어머니’로 세상에 존재를 드러낸 1948년생 이옥선 작가의 노년 에세이다. 책에는 노년을 즐기는 작가의 일상이 소개되고 있지만 유쾌하고 재미있다. ‘어른’이라는 단어의 무게감이 종종 우리의 어깨를 짓누르지만, 작가는 어깨에 힘 빼고, 얼굴에 웃음을 띠고, 가뿐하고 유연한 마음으로 삶을 마주하는 것이 어른의 자세라고 전한다. 소소하게 일상을 즐기는 모습에서, 그리고 어떤 상황이든 건강하게 소화해내는 건강한 마음가짐에서 강인한 어른의 내공이 느껴진다. 평범함과 사소함 속에 깃들어진 행복과 지혜를 만날 수 있다.
높은 자리에 있거나 대단한 성공을 거둬야만 존경할 만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사람, 겸손하고 배울 줄 아는 사람,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 어린이의 시선으로 몸을 낮춰 눈을 맞추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참 어른이다. 이래저래 어른이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BC에이전시 대표,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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