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민당 ‘103만엔의 벽’ 첫단추···‘사전심사’ 부활 우려도
일본 집권 자민당과 연립여당 공명당, 제3야당 국민민주당이 ‘103만엔의 벽’ 개선 등이 포함된 정부 경제 대책 수정안에 합의했다고 21일 NHK 등이 보도했다. ‘부분 연정’으로 소수여당 극복에 사활을 건 자민당 입장에선 환영할 일이나, 부패 및 야당 패싱의 온상으로 지목돼 온 ‘사전심사’가 자칫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 3개 당은 전날 국회에서 협의를 거쳐 이같이 합의했다. 합의안은 이번주 중 각의(국무회의)에 상정된 뒤 28일 소집되는 임시국회에서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여당이 국민민주당 의견을 받아들인 결과다. 국민민주당은 근로소득자 면세 기준인 103만엔을 178만엔(약 1600만원)으로 인상할 것을 여당에 꾸준히 요구해 왔다. 해당 내용을 수정안에 넣는 대신 국민민주당은 추가경정예산안의 연내 조기 통과를 위해 여당에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들 정당은 또 2025회계연도 예산안도 염두에 두고 “앞으로도 정책 본위 협의를 지속한다”는 방침을 확인했다. 아사히신문은 “사실상 부분 연정인 이시바 정권이 얻은 첫 결실”이라고 평가했다.
자민당·공명당이 국민민주당 안을 받아들인 건 지난달 27일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전체 456석 중 215석으로 과반(233석) 의석 달성에 실패한 탓이다. 국민민주당은 28석을 차지해 ‘캐스팅 보트’가 됐다. 여당 내에서는 이번 합의 후 ”‘정권 유지를 위한 레일을 깔 수 있었다’는 등 안도감이 퍼졌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반면 자민·공명 연정이 국민 심판을 받았음에도 사전심사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사전심사는 정부가 경제대책이나 법안, 예산안을 각의에서 결정하기 전에 여당으로부터 사실상 승인을 받는 절차를 뜻한다. 여당이 과반인 경우 사전심사를 거친 법안은 과제나 문제점이 있어도 큰 수정 없이 수적 우위로 통과가 가능해 국회를 형해화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노나카 나오토 가쿠슈인대 정치학과 교수는 “사전심사제 하에서 정부는 족벌의원이나 업계 단체 등의 압력을 받아 불투명한 형태로 예산, 법률에 요구사항 (반영)을 밀어붙일 수 있다. 그야말로 권력의 부패를 낳는 제도”라고 아사히에 부정 평가했다. 그는 “103만엔의 벽 개선 방향성이 포함됐다고 해서 경제 대책 전체에 찬성하는 것은 왜일까. 우메보시(일본식 매실 장아찌) 하나 맛있다고 도시락 전체를 인정하는 꼴”이라며 “안이한 대응”이라고 국민민주당에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3개 당 연대가 향후 무너질 가능성은 남아 있다. 일단 ‘103만엔의 벽’ 인상폭이 문제다. 국민민주당은 178만엔으로의 인상을 요구하지만, 이 경우 세수가 8조엔(약 72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추산돼 전국 지자체장들이 지방세수 감소를 우려해 반발하고 있다.
국민민주당은 원칙적으로 협력 여부를 정책별로 판단한다는 입장이어서, ‘부분 연정’을 꾀하는 자민당과 구상이 다르다는 점도 미래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다마키 유이치로 국민민주당 대표는 불륜 문제로 당 윤리위원회에서 조사를 받고 있는데, 결론에 따라 지금의 연정 틀이 무너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오랜 연정 파트너 공명당이 직전 선거 의석수 급감에 따른 불안감 등을 이유로 자민당과 차별화에 나설 경우에도 역시 과반이 흔들린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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