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불법추심 시달리다 숨져…이주대책 절실" 성매매 여성들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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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만 나면 딸 사진을 보여주고 자랑할 정도로 딸만 보면서 열심히 살던 밝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죽었다는) 소식이 안 믿겼어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앞에서 만난 정희진(가명·38세)씨는 지난 9월 사채업자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동료 박사랑(가명·35세)씨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숨진 박씨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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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사채업자 추심 시달리다 숨진 박모씨 동료들
"딸만 바라보며 살던 친구…아직도 믿기지 않아"
곧 철거 앞둔 미아리텍사스…"이주대책 절실"
"틈만 나면 딸 사진을 보여주고 자랑할 정도로 딸만 보면서 열심히 살던 밝은 친구였어요. 그래서 (죽었다는) 소식이 안 믿겼어요."
21일 오전 서울 성북구 성북구청 앞에서 만난 정희진(가명·38세)씨는 지난 9월 사채업자의 불법 추심에 시달리다 숨진 동료 박사랑(가명·35세)씨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숨진 박씨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이른바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했다. 서울시가 신월곡 1구역의 재개발을 결정하면서 미아리 텍사스는 오는 12월부터 철거가 시작된다. 이날 오전 미아리 성 노동자 이주대책위원회 소속 동료 30여 명은 성북구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철거는 다가오지만 우리는 내쫓기면 당장 지낼 곳이 없다"며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고 호소했다.
동료들은 박씨가 철거가 다가오면서 생존의 위기에 몰리자 '불법 대부업체'를 찾았다고 입을 모았다. 생전 대책위에 소속돼 활동했던 박씨는 "또다시 불법으로 내몰리고 싶지 않다. 성북구청장님은 꼭 이주대책을 마련해달라"는 내용의 발언문을 직접 작성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문에서 박씨는 "저는 낮에는 한 아이의 엄마고 밤에는 성 노동자다"며 "지금처럼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월세 내고, 공과금 내고, 아이 앞으로 적금 들어가고 갈수록 버거워지는데 나라에선 출산을 장려한다면서 정작 지원은 잘 이뤄지고 있느냐"라고 반문했다.
동료들에 따르면 유치원에 다니는 딸을 홀로 키우던 박씨는 지난 8월 한 대부업체에 수십만 원을 빌렸다. 박씨가 돈을 갚지 못하자 대부업체에선 '성매매 업소에서 일한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며 협박을 시작했다.
당시 박씨는 동료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채업자들의 연락을 받지말라"고 부탁했다. 문자 메시지에서 박씨는 "(업자들이) 변제 시간 1분 늦을 때마다 10만 원씩 더 달라고 했다. 어떻게든 해결해보려고 했지만 더는 힘들어 죄송하지만 이렇게 글을 보낸다"며 "너무 마음고생을 하다가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다"고 호소했다.
또 다른 동료 김미선(가명·44세)씨는 "사채업자들이 딸 유치원에도 찾아가서 성매매 업소 근무 사실을 알리고 가족과 동료들에게 모욕이 담긴 문자를 보냈다"며 "고인은 돈이야 해결할 수 있지만 자신과 딸의 신상이 퍼진 것을 가장 힘들어했다"고 회상했다.
미아리 텍사스에서 일하는 박씨의 동료들은 "철거가 다가올수록 생계에 대한 걱정에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정희진 씨는 "나이 마흔을 앞두고 있는 지금 안 그래도 뭘 해서 먹고살 지 걱정인데, 곧 몸 뉘일 방 한 칸도 곧 없어진다고 생각하니 정말 너무 막막하다"며 "아무런 대책이 없는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랑이(숨진 고인)처럼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일이 또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고 호소했다.
성북구청 관계자는 "재개발 사업 관련 도시정비법 상 성매매 종사 여성에 대한 보상 규정은 없다"며 "서울시와 (이들을 위한) 지원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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