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 기자 무례" 대통령실, 직접 사과는 없었다

[인터뷰]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 "직접 사과 없어… 대통령실 인식 바뀌는 것 중요"
조·중·동도 홍철호 정무수석 비판, 박석호 기자 "모든 언론사 공감할 문제"

[미디어오늘 윤수현 기자]

▲4월22일 윤석열 대통령이 홍철호 정무수석 임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대통령실이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의 “부산일보 기자가 무례하다”는 발언에 사과의 뜻을 밝힌 가운데, 당사자인 박석호 부산일보 기자에게는 직접 사과하지 않았다. 박 기자는 대통령실의 언론 인식에 문제가 있다면서 “대통령실의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윤 대통령의 사과가 구체적이지 않고 두루뭉술하다는 박석호 기자 질문에 “무례하다”고 한 홍 수석 발언이 부적절하다고 인정하고 21일 오전 사과의 뜻을 표했다. 대통령실은 “정무수석으로서 적절하지 못한 발언을 한 점에 대해 부산일보 기자분과 언론 관계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며 “정무수석으로서의 본연의 자세와 역할을 가다듬겠다”고 했다.

박 기자는 대통령실 사과문 발표 후인 21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홍 수석이나 대통령실이) 직접 사과한 것은 없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사과를 아예 안 하는 것보다는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사과 여부를 떠나 중요한 건 대통령실의 전반적인 분위기”라며 “언론의 질문은 국민 알 권리 차원에서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사과보다는 대통령실의 전반적인 인식이 바뀌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기자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질문을 한 뒤 대통령실에서 압력을 받은 사실은 없다면서 “기자회견은 2주일 전에 진행됐다. 이미 지난 기자회견 질문에 대해 그렇게(국회에 출석해) 이야기하는 건 대통령실 내부에서 '기자 질문이 너무 과한 것 아닌가'라는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 기자는 “홍 수석 발언을 접하고 '아직까지 인식이 저런가?'하고 놀라긴 했다”고 밝혔다.

박 기자는 21일 조선·중앙·동아 등 보수 성향 일간지를 비롯해 한겨레·경향신문·한국일보 등이 사설과 칼럼을 내고 홍 수석 발언을 비판한 것에 대해 “이번 문제는 보수·진보를 떠나, 권력기관이 국민 알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언론인의 질문에 족쇄를 채우면 안 된다는 것을 뜻한다”며 “언론에 질문할 기회는 꼭 필요한 건데, 이걸 빼앗기게 되면 보수·진보 언론 모두 위협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영을 떠나 모든 언론사가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는 문제”라고 했다.

박 기자는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에서 “사과를 할 때 갖춰야 할 요건이 몇가지 있다고 한다. 어떤 부분에 대해 사과할지 명확하고 구체화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대통령께서는 대국민 담화에서 제 주변의 일로 걱정과 염려를 끼쳐드렸다며 다소 두루뭉술하고 포괄적으로 사과했다”며 “국민들이 대통령이 뭐에 대해 사과했는지 어리둥절해할 것 같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와 명태균씨 관련 논란에 대해 구체적으로 사과하지 않은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앞서 중앙일보는 이 질문이 기자회견의 핵심을 찔렀다고 평가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8일 사설 <'어쨌든 사과한다'만 기억나는 윤 대통령 기자회견>에서 박 기자 질문을 소개하면서 “오늘의 핵심을 찔렀다. 두 시간을 훌쩍 넘겼지만 '어쨌든 사과'만 덩그러니 남았다”고 했다. 하지만 홍 수석은 지난 19일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 기자가 대통령에 대한 무례라 생각한다. 대통령이 사과했는데 마치 어린아이한테 부모가 하듯이 뭘 잘못했는데? 하는 태도는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에 주요 일간지는 21일 사설과 칼럼을 통해 홍 수석 발언을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칼럼에서 “언론의 비판과 견제를 받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했으며, 중앙일보는 사설을 통해 “시대착오적 언론관이 충격적”이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왕정시대 정무수석인가”라고 꼬집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21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국민과 언론인들이 피와 눈물로 쟁취한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가치를 더 이상 모욕하지 말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