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K-신스틸러'를 만나다...대학로에선 '여자 황정민'
[※ 편집자 주 = '신스틸러'(scene stealer)란 어떤 배우가 출연 분량과 관계없이 주연을 뛰어넘는 큰 개성과 매력을 선보여 작품에 집중하게 하는 인물 혹은 캐릭터를 이르는 말입니다. 단어 그대로 등장만으로도 시선을 강탈한다는 뜻입니다. 이에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연극으로 연기를 시작한 배우 중 드라마, 영화 등의 매체로 영역을 확대해 '신스틸러'로 활약하는 배우의 릴레이 인터뷰 콘텐츠를 연재합니다. 콘텐츠는 격주로 올라가며 한국의 연극출신 'K-신스틸러' 배우 아카이브로도 확장할 계획입니다.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배우 황정민(55)은 '베테랑2', '서울의 봄' 등으로 알려진 동명이인의 배우와는 같은 학교 한 학번 차이다. 그는 "남자 황정민 배우가 너무 스타여서 내가 이름을 바꿔야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라고 말하지만, 대학로에선 '여자 황정민'의 인지도는 '남자 황정민' 못지않다.
황정민은 1998년 '남자충동'으로 백상예술대상 연극 부문 신인상과 동아연극상 연기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춘풍의 처'로 백상 최우수여자연기상을 받았다. 드라마 'D.P.2'의 관심병사 김루리 엄마, '무빙'의 정육점 사장 등 무대를 가리지 않고 활약하고 있다. 신스틸러 제작진은 그의 연기 인생을 연극평론가 김수미, 연극연출가 김시번과 함께 들어봤다.
▲ 김시번 연출가(이하 시번) : '저분은 대체 어떻게 연기를 저렇게 잘하실까?' 하고 궁금했다. 동명이인 남자 배우분과 출신 학교가 같다고 들었다.
▲ 황정민 배우(이하 정민) : 선배님이다. 내가 늦게 입학해서 나보다 한 학번 위다. 내가 들어갔을 때 군대에 가셨다. 학교 다닐 때는 만나지 못했고 나중에 연극을 하면서 인사를 한 적은 있다. 남자 황정민이 너무 스타셔서 내가 이름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웃음)
▲ 김수미 평론가(이하 수미) : 선생님이 7살 때부터 한국무용을 했다.
▲ 정민 : 어머니가 춤과 노래를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걸 워낙 좋아하셨다.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고등학교 때까지 이제 무용을 전공해서 대학도 그렇게 갈 줄 알았는데, 중간에 갈아타면서 연기를 전공하게 됐다.
▲ 정민 : 중학교 때 성극을 했다. 교회에서 연극을 하면서 카타르시스 같은 것을 느낀게 한 번 있었다. 소강당에서 정말 짧은 대사를 했는데 모든 조명이 나를 비추고 모든 사람이 나를 보는, 굉장히 기분 좋은 순간을 느꼈다. 무용을 접고 연기과로 전향하겠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조금 반대하셨다. 학교를 몇 차례 떨어져 방황도 했다. 4수 만에 서울예대에 들어갔다.
▲ 수미 : 무용하면서 무대에서 설 때와 느낌이 무엇이 달랐나.
▲ 정민 : 무용은 언어가 없이, 신체의 움직임으로 뭔가를 표현한다. 연극은 언어와 정서, 다른 것들이 합쳐지니까 같은 무대인데도 다른 느낌이다.
▲ 시번 : 연기하면서 무용을 한 적이 있나.
▲ 정민 : 당연히 있다. 안무가 들어가는 한국무용을 기본으로 하는 것도 있었고 다른 움직임을 할 때도 있었는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순서도 금방 외우고 따라 하기도 그렇게 어렵지 않아서 옆 사람에게 많이 가르쳐줬다.
▲ 시번 : 데뷔는 어떻게 했나.
▲ 정민 : 저를 가르쳐 주신 황동근 교수님의 연극 '코뿔소'로 데뷔했다. 웨이트리스로 잠깐 나오는 역이었다. 그 극단에서 1년 정도 있었다.
▲ 수미 : 선생님의 한국무용과 한국적인 정서가 극단 목화와 어울리셨을 거다.
▲ 정민 : 그렇다. 한국무용 쪽 작품도 많았고 뮤지컬처럼 했던 작품도 있었다.
▲ 수미 : 황 배우님만의 독보적인 색깔 중의 하나가 다른 배우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흥 같은 게 있다.
▲ 정민 : 배우들은 누구나 다 끼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저한테도 끼가 있겠죠.
▲ 수미 : 그게 무대에서는 더 발현이 많이 된다.
▲ 정민 : 그런 거를 하면 기분이 정말 좋다. 흥이 날 때 그것을 표현하든, 욕하든, 평소에 해보지 않는 것들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말하기도 어렵고 뭘 물어보는 것도 조심스러운데, 역할을 할 때는 마음껏 누리는 편이다.
▲ 수미 : 2000년 백상예술대상 최우수여자연기상을 받으신 '춘풍의 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 정민 : 굉장히 하고 싶었던 작품이다. 여자 배우가 길게 이끌어가는 작품이기도 하고, 일반적이지 않았다. 해학, 풍자, 비약에, 죽었다 깨나기도 하고 여러 가지를 보여줄 수 있는 연극이었다. 정말 운 좋았고 굉장히 감사했다.
▲ 정민 : 연기를 항상 맡을 때마다 힘들다. 지금도 그렇다. 어떤 역할을 해도 쉽지 않다. 연기는 무조건 어렵다. 그런데 공연하면 관객과 만나면서 그 시간 안에는 그 안 공기의 흐름, 기 이런 모든 것들이 어우러진다. 그런 것은 연극에만 있다.
▲ 정민 : 드라마를 이야기하자면, '무빙' 때는 사투리가 굉장히 힘들었다. 뉘앙스도 지키면서 정서도 지키면서 안정적으로 하려니 어려움이 있었다.
▲ 시번 : 원래 경상도 분이신 줄 알았는데 속았다.
▲ 정민 : 서울 사람이다. (웃음) 경상, 전라, 강원, 제주, 연변 등 방언을 연기해봤는데 사투리는 다 어렵다. (2편에서 계속)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제작총괄 : 한승호, 책임 프로듀서 : 김범수, 프로듀서 : 홍제성, 구성 : 민지애, 진행 : 유세진·김시번·김수미, 촬영 : 이은진, 웹기획 : 신성헌, 스튜디오 연출 : 박소라, 촬영협조 : 9아토엔터테인먼트, 연출 : 김현주>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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