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 포커스] ‘수시 논술문제 유출’ 연세대 vs 가처분 신청 수험생 3대 쟁점 공방

①유출됐다는 시험지 사진 진짜인가
②수험생이 시험지 미리 본 시간은 얼마인가
③미리 시험지 받았다면 챗GPT로 풀 수 있나

연세대 수시모집 논술 시험일인 지난달 1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신촌캠퍼스에서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이 교문 밖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법원이 연세대의 2025학년도 수시모집 자연계열 논술시험 효력을 정지한 가운데, 학교 측과 피해를 입었다며 효력을 정지해달라는 소송을 낸 수험생 측은 논술시험 문제 유출과 관련한 사실 관계를 두고서도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양측 법률대리인은 문제 유출 사실 관계를 둘러싸고 입장문을 내는 등 공방은 장외로 번졌다. 법원은 논술시험 문제가 ‘외부로 전달되었을 개연성이 상당하다’고만 봤을 뿐, 실제 유포 여부에 대해서는 판단을 보류했다. 사실 관계는 본안 소송에서 확정되겠지만, 연세대가 법원의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제기한 항고심에서도 쟁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측 주장이 엇갈리는 부분은 크게 3가지다.

①연세대 “유출됐다는 사진, 문제된 고사장과 관계 없어” 수험생 “휴대전화 사용 자체가 문제”

연세대 측은 ‘논술시험 시작 전 시험지가 온라인으로 유출됐다’는 수험생 측 주장에 대해 “뒷받침할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고, 재판부도 개연성만 인정할 뿐 사실로 인정하지는 않았다”는 입장이다.

연세대의 법률대리인을 맡은 광장은 20일 취재진에게 배포한 입장문에서 수험생 측이 시험지가 유출된 증거라며 제시한 사진에 대해 “문제가 된 72고사장이 아닌 다른 고사장에서 답안지 회수가 끝난 후 시험지를 회수하기 전 촬영한 사진”이라고 했다. 이어 “촬영자의 친구 중 한 사람이 이 사진을 받아 ‘시험 시간에 문제를 찍은 사람’이라는 허위의 설명을 한 것이 온라인 상에 유포됐다”고 주장했다.

연세대에 따르면 시험지를 촬영한 수험생의 아버지가 직접 학교를 찾아와 사과하면서 “시험이 끝난 후 사진을 촬영했다”고 해명했다. 연세대 측은 수험생의 아버지에게 전달받은 시험지 사진 파일을 분석한 결과 시험이 끝난 후 촬영했다는 사실을 직접 확인했다고 밝혔다.

수험생 측 법률대리인인 일월법률사무소 김정선 변호사는 이에 대해 “(제시한 사진이) 처음부터 72고사장의 사진이라고 주장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시험지 회수 직전이라도 휴대전화 사용은 금지돼 있음에도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게 문제”라며 “오히려 수험생들이 다른 고사장에서도 휴대전화 사용이 가능했고, 여러 고사장에서 관리가 부실했다는 방증”이라고 했다.

연세대 2025학년도 수시전형 논술 시험지가 중 유출됐다며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사진. 연세대는 이 사진을 확인한 후 문제가 된 고사장이 아닌 다른 고사장에서 시험이 끝난 후 촬영된 사진이라고 했다. /연세대 제공

②시험 시작 전 논술시험 문제 본 시간 연세대 “3분” 수험생 “20분”

논술시험 시작 전 먼저 시험지를 받은 72고사장의 수험생들이 문제에 노출된 시간에 대해서도 양측은 이견을 보였다.

연세대 측은 고사장 감독관이 수험생의 출결 여부를 확인하는 큐알(QR) 코드 입력 기록 정보를 근거로 “감독관이 낮 12시59분까지 출결을 확인한 후 오후 1시부터 시험지를 배부했으며, 실수를 깨닫고 오후 1시 7분에 시험지 회수를 완료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시험지를 전달하는 시간 등을 고려하면 (시험 문제가 수험생에게) 노출된 시간은 최대 5분 정도”라며 “현실적으로는 3분 정도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 시험은 오후 2시에 시작할 예정이었다.

또 연세대 측은 3분 동안 실제로 부정행위에 연루됐을 수험생은 3~4명 정도에 불과하다고 추정했다. 전체 185개 고사장에 입실한 1만명 가까운 수험생 중 1개 고사장에 있던 3~4명의 부정행위가 재시험을 치러야 할 만큼 시험의 공정성을 훼손하지는 않는다는 주장이다.

반면 수험생 측은 감독관 가이드라인과 수험생들의 카카오톡 채팅 기록을 근거로 반박했다. 김 변호사는 ‘(시험지 배부) 몇 분이 지난 후에야 감독관들이 갑자기 어디와 연락을 주고 받고 하더니 이후 시험지를 회수해 갔다’는 수험생들의 카카오톡 채팅 기록, 또 감독관 중 한 사람이 오후 1시 7분 학교 본부 측과 2분간 통화한 내역을 바탕으로 오후 1시 10분부터 시험지를 걷기 시작했다고 추정했다. 그러면서 시험지 회수를 완료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고려하면 시험지는 낮 12시 55분부터 오후 1시 15분까지 최장 20분간 수험생에게 노출됐다고 주장했다.

③연세대 “논술시험 문제 챗GPT로는 못 풀어” 수험생 “풀 수 있다”

인공지능(AI) 챗GPT도 이번 소송에서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시험지를 사전에 받은 수험생이 사진을 찍어 챗GPT를 풀이에 사용한 뒤 답안지를 적어냈다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연세대 측은 입장문에서 “논술시험이 끝난 후 나온 허위 주장에 기초한 추측일 뿐”이라며 “처음 논술시험 문제를 접한 수험생은 챗GPT를 이용해서는 풀 수 없고, 답을 미리 안 상태에서 여러 차례 가이드를 해주어야 10문제 중 단답형 문제 하나를 겨우 맞출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반면 수험생 측은 “수험생들이 논술시험 문제를 직접 찍어 챗GPT에게 물어본 결과, 도형 문항인 1번과 출제 오류가 난 4-2번 문항을 제외하고는 모든 단답형 문항의 정확한 답을 도출해 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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