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고문 활동' 권순일 전 대법관 첫 재판 3분 만에 종료

▲ 퇴직 후 변협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 고문으로 재직하며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는 권순일 전 대법관이 21일 오전 1심 1회 공판을 위해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고문으로 재직하며 등록 없이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권순일(사법연수원 14기) 전 대법관의 첫 재판이 오늘(21일) 열렸습니다.

오늘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21단독 정재용 판사 심리로 열린 권 전 대법관의 변호사법 위반 혐의 첫 공판에서 재판장은 진술거부권을 고지하고 피고인 신분 확인 등 인정신문을 진행했습니다.

다만 권 전 대법관의 변호인 측에서 변론 준비가 늦어져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하면서 이후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약 3분 만에 재판이 끝났습니다.

앞서 변호인은 지난 15일 기일 변경을 신청했으나 재판부는 첫 공판 직전에 신청했다는 등의 이유로 불허했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9일 다음 공판기일을 열고 본격적인 공판 절차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재판장이 인정신문을 진행하며 직업을 묻자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라고 짤막하게 대답했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지난 5월 법무법인 YK 대표변호사로 합류해 변호사로 활동 중입니다.

오늘 재판을 마친 뒤 권 전 대법관은 '변호사법 위반을 어떻게 소명할 것인지', '재판거래 의혹에 대한 입장은 없는지', '첫 재판이 3분 만에 끝난 이유가 무엇인지' 등 취재진 질문에 "수고하세요"라고 짧게 답한 뒤 법원을 떠났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퇴직 후인 2021년 1∼8월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로 등록하지 않은 채 대장동 개발업자 김만배 씨가 대주주인 화천대유 고문으로 재직하며 변호사 활동을 한 혐의로 지난 8월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2021년 9월 시민단체 고발로 수사에 착수한 지 2년 11개월여 만입니다.

그는 재직 기간 대장동 개발 시행사인 성남의뜰 관련 민사·행정소송 재판 상황 분석, 법률문서 작성, 대응 법리 제공 등을 하고 고문료 명목으로 1억 5천만 원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권 전 대법관은 이른바 '50억 클럽' 관련 재판 거래 의혹으로도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2020년 7월 대법원이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을 무죄 취지로 파기환송할 때 사실상 캐스팅보트를 쥔 권 전 대법관이 무죄 의견을 내는 대가로 김 씨가 거액을 약속했다는 의혹입니다.

변협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권 전 대법관에 대해 '제명' 의견으로 징계 개시를 청구했으나, 변협 내 독립 기관인 징계위는 형사 사건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징계 여부를 보류하기로 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한성희 기자 chef@s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