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핵카드' 부른 미 에이태큼스 위력…축구장 4개 면적에 '강철비'
尹 "무기지원 가능" 언급…전문가 "우크라전 휘말리지 말아야"
우크라이나가 최근 러시아 본토를 타격한 에이태큼스(ATACMS)는 집속탄을 탑재할 경우 단 1발만으로도 최대 축구장(1개당 약 7100㎡)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는 '단거리 탄도미사일'이다. 미국이 제공한 에이태큼스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본토 타격에 활용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핵무기 카드'를 꺼내며 러-우 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1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에이태큼스의 탄두(彈頭·미사일 머리 부분)에 집속탄을 탑재할 경우 축구장 4개 면적에 막심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면서 "공중에서 집속탄이 터지면 그 자탄들이 흩어져 광범위한 영역을 집어삼켜 막심한 살상 피해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홍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내부에서도 에이태큼스와 집속탄 비축량이 많지 않은데 우크라이나에 이를 제공해선 안 된다고 할 정도의 위력적인 무기체계"라면서 "일부에선 집속탄의 살상능력 때문에 해외에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타당하냐는 비판이 나왔을 정도"라고 했다.
에이태큼스는 1980년대부터 미국 정부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이 개발해 온 '지대지 미사일'이다. 1발 발사 비용이 약 21억원 수준이어서 적의 핵심시설을 정밀 타격하는 데 주로 쓰인다. 사거리는 약 300㎞에 불과하지만 수백 개의 폭탄이 탑재된 집속탄이나 225㎏의 고폭발성 단일 탄두를 장착할 수 있다.
집속탄은 1개의 폭탄 속에 수많은 소형 폭탄이 들어간 형태다. 공중에서 터지면 비처럼 쏟아져 내려 '강철비'(Steel Rain)라고 불린다. 집속탄은 최대 축구장 4개 면적을 초토화할 수 있고 인명을 무차별 살상할 수 있어 인류 최악의 무기 중 하나로 꼽힌다. 집속탄은 터지지 않을 경우 지뢰처럼 땅에 남아 있다가 뒤늦게 터지기도 한다.
미국은 1991년 걸프전쟁 당시 '사막의 폭풍 작전'에서 30발의 에이태큼스 미사일을 발사해 이라크의 미사일 발사대와 기지를 타격했다. 당시 1세대 집속탄 미사일은 약 160㎞를 날아 목표물에 950개의 소형 폭탄을 투하했다. 2003년 이라크 전쟁 초기에도 육군은 집속탄 형태의 전술 미사일을 400발 이상 발사했다.
미국은 지난해 10월과 지난 4월 우크라이나에 비밀리에 에이태큼스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에이태큼스 제공으로 러시아의 추가적인 도발을 억제하겠다는 취지였다.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에 에이태큼스 사용 승인을 허가했지만 미국은 전쟁 확대를 우려해 이를 거부해왔다.
하지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러-우 전쟁의 조기 종전을 공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취임하면 현 전선을 국경으로 동결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퇴임을 2달 앞두고 에에태큼스 사용을 전격 승인했다. 또 대인지뢰 사용까지 허가했다.
우크라이나가 이번에 발사한 에이태큼스는 집속탄을 장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크라이나는 이번에 러시아의 후방 탄약고나 무기고 또는 북한군이 투입된 지역 등에 에이태큼스 6발을 발사했다. 러시아는 6발 중 5발을 격추했지만 나머지 1발에 막심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무기 사용은 서방의 직접적인 분쟁 개입이라는 새 국면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최근 핵무기 사용 조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새로운 핵 교리(독트린)도 발표했다.
이번 핵 교리에서 주목받는 부분은 핵보유국의 지원을 받은 비핵보유국에 의한 어떠한 공격도 공동 공격으로 간주한다는 내용이다. 또 러시아와 동맹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에 '중대한 위협'이 되는 재래식 무기 공격에도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에 무기를 지원하는 나라는 핵무기 사용 대상이 된다는 의미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 측근들은 에이태큼스 활용에 우려를 표하며 "바이든 행정부가 제3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마저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은 지난 18일 "바이든 대통령이 퇴임하면서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사용을 우크라이나에 허가해 3차 세계대전을 일으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확대하면서 전쟁이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든 가운데 우리나라의 우크라이나 지원책도 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달 러시아와 북한 간 군사 협력 진전 정도에 따라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강윤희 국민대 유라시아학과 교수는 "살상 무기 지원 언급 등으로 우리나라가 이 시기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휘말리는 건 좋은 상황은 아니다"고 했다. 임은정 공주대 국제학부 교수는 "러시아는 우리나라와 직접적 상관관계가 높은 나라이기 때문에 돌아올 수 없는 수준으로 관계가 악화되는 것은 극히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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