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국선언’ 참여 교수 3000여명···“대통령 즉각 하야하라”
전국 대학가에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판하면서 퇴진 등을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확산하고 있다. 21일 기준 시국선언에 참여한 교수·연구자가 총 3000명을 넘겼다. 개별 대학 차원의 시국선언 20건을 포함해 55개 대학 교수·연구자들이 집단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으로 나타났다.동국대·연세대·이화여대 교수들도 이날 시국선언 행렬에 동참했다. 윤 대통령의 임기가 절반 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여러 대학 교수와 연구자들이 대거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어서 정부·여당에 적지 않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동국대 교수 108명은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동국대 서울캠퍼스에서 시국선언 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은 즉각 하야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들은 지난 7일 윤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언급하며 “두 시간여에 걸친 담화는 대통령의 사과로 시작했음에도 그 내용은 실망을 넘어서 절망에 가까운 것이었다”며 “그동안 정부의 행보에 우려를 제기하며 여러 대학교수의 시국선언이 잇따랐지만 대통령은 전혀 국정 기조를 바꿀 마음이 없음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들은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명품백 수수 사건, 국정개입 의혹, 정치 브로커를 통한 여론 조작과 공천개입 의혹 등은 단 하나도 해결되지 못하고 겹겹이 쌓여가고만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한민국의 위기는 지속해서 악화할 뿐이다. 경기 침체, 출산율 급락, 기후 위기, 경제적 양극화 등에 대한 대책들은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하고, 선거 부정, 친일 논쟁, 이념 논쟁, 심지어는 각종 주술행위가 뉴스를 채우고 있다”며 “이런 대통령에게 더 이상 국가 운영을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연세대 교수 177명은 이날 ‘당신은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이 아니다’라는 제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하고 “윤 대통령은 그동안 저지른 불의와 실정에 대해 사죄하고 하루빨리 대통령의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윤석열 정권이 임기 절반의 기간 우리에게 보여준 것은 무능력·무책임·무도한 권력의 민낯이었다”며 “이태원 참사에서부터 채 상병 사건, 노동·언론계 탄압, 역사 왜곡, 대미·대일 굴종 외교, 호전적 대북정책, 부자 감세, R&D(연구개발) 예산과 각종 연구비 삭감 등 이 정권의 실정은 이루 헤아릴 수 없다”고 했다.
이어 “대부분 시민이 경제 위기와 경기 침체에 하루하루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있음에도 정부는 국정 성과에 자화자찬을 늘어놓는다”며 “정치·정책적 실패와 무도함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도, 사과도 할 줄 모르는 대통령에게 우리가 무엇을 희망할 수 있는가”라고 말했다.
이대 교수 140명도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이들은 ‘우리는 격노한다. 윤석열은 즉시 퇴진하라’라는 제목의 선언문에서 “윤석열 정권 2년 반 동안 대한민국은 대통령의 끝을 알 수 없는 무능, 대통령과 그 가족을 둘러싼 잇따른 추문과 의혹으로 민주공화국의 근간이 흔들리고 민생이 파탄나고 있다”라며 “국민이 부여한 권력을 오직 자신과 그 주변의 이익을 위해 사유화한 이 정권이 더 이상 지속돼선 안된다”라고 했다.
이대 교수들은 김건희 여사 특검 수용, 경제 실정 인정 및 정책 전환 추진, 한반도 위기 조장 중지, R&D(연구개발) 예산 삭감·의대 정원 증원 등 급조된 정책 중단 등을 촉구했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은 지난달 말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19일 경북대(179명)·전주대(104명)·중앙대(169명), 지난 20일에는 성공회대(141명) 교수·연구자들도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서울 지역 사립대에 재직 중인 한 교수는 “같은 주제에 대해 이처럼 많은 교수들이 한꺼번에 시국선언에 동참한 것은 박근혜 정권 시절 국정농단 사태가 마지막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시은 기자 sieun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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