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에 피로해진 입맛이 정화됐다, 슴슴 보리밥 한 술[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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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에 의하면 인간은 기본적으로 다른 생물을 포획하거나 길러서 효율적으로 희생시키고 그것을 먹음으로써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위를 갖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쾌감과 함께 죄책감이란 걸 느끼게 되었고, 병이나 재앙이 찾아올 경우 자신들이 희생시킨 것들이 내리는 벌이라고 보았다고 한다.
그러니까 늘상 기름진 음식과 맵고 달고 짠 양념 맛에 길들여진 삶을 한 번쯤 돌아보고 싶을 때, 사람들은 보리밥을 먹으러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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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보리밥 한 술 뜨는 안식
경기 양평 보리밥집 ‘사나래’
확실히 음식을 먹는 행위는 제의적인 측면이 있다. 풍요로운 문명을 구축한 사회일수록 이 제의는 사치와 야만의 성격을 띠기까지 한다. 노포 얘기를 하면서 왜 이런 거창한 전제를 깔았냐면, 오늘 얘기할 음식이 바로 보리밥과 산채이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자동차나 전철을 타고 한 시간만 가면 양평이라는 선물 같은 고장과 만난다. 산과 물이 죄다 푸르고 맑아서 도시 사람들이 심신을 정화하기에 양평만 한 곳도 없다. 그런데 여기 양평에는 몇 군데 보리밥 정식을 파는 곳이 있다.
조금만 방심하면 생존 경쟁의 장에서 나가떨어지는 도시에서, 좀 더 달고 좀 더 짜고 좀 더 매운 것의 자극을 위안으로 삼으며 바쁘게 살아온 서울 사람이라면 이 순연하고 착한 보리밥 앞에서 지극한 안식을 맛보리라. 그런데, ‘사나래’라는 특이한 식당 이름의 뜻을 주인장께 물으니 ‘천사의 날개’라는 뜻이란다. 현대인의 대속과 정화의 음식인 보리밥을 파는 집의 이름답지 않은가.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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