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00억 상당 마약 유통…'나이지리아' 마약조직 검거

황병서 2024. 11.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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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17명 검거해 6명 구속
나이지리아인 마약 총책 인터폴 적색수배 중
멕시코의 고령자 등 운반책으로 활용
20만명 동시 투약 필로폰 6.15㎏ 압수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나이지리아에 거점을 두고 해외 마약상들과 연계해 국내에 대량의 마약을 밀반입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당은 멕시코 등에 거주하던 노인에게 한국에서 투자금 등을 받을 수 있다고 접근해, 이들을 마약 운반책으로 활용하며 국내에 마약을 들여오게 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통해 20만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시가 200억원 상당의 필로폰 6.15㎏을 압수했다.

멕시코 초콜릿 봉지 안 개별 포장된 필로폰(영상=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마약범죄수사대는 21일 특정 범죄 가중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해외 마약 총책 A(57)씨 등 18명을 입건했다고 밝혔다. 이 중 17명은 검거했으며 이 중 6명은 구속했다. 마약 총책이자 나이지리아인 A씨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 수배가 내려진 상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사람의 국적으로는 5명이 외국인이고, 나머지 13명은 한국사람인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올해 3월 국가정보원 국제범죄정보센터로부터 나이지리아 마약상이 국내에 필로폰을 유통하려 한다는 정보를 입수해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팀은 지난 4월 멕시코에서 필로폰 3㎏을 받아 영국을 거쳐 인천공항으로 입국한 후 호텔에서 숙박하던 스웨덴 국적의 운반책을 긴급체포했다. 필로폰을 건네받기 위해 위장거래 현장에 나온 나이지리아인 국내 유통책과 내국인 유통책 등도 차례대로 검거했다.

또 공범자의 휴대전화 포렌식, 폐쇄회로(CC)TV 분석 등 종합적인 수사를 통해 지난해 12월 필로폰 2㎏을 밀수한 남아공 국적의 운반책을 특정해 지난 7월께 국내 입국 시 검거했다. 지난 10월 필로폰 3㎏을 밀수한 캐나다 국적의 운반책도 검거됐다. 그 과정에서 이 사건 배후에 있던 나이지리아 마약 총책의 신원도 특정해 범행 전모를 파악했다.

총책 A씨는 나이지리아에 있으면서 해외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으로 조직원 및 국내외 마약상과 상호 연계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조직원 및 국내 마약상과 사진을 이용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등 국내 사정에 밝은 자로, 나이지리아 현지에서 한국을 대상으로 마약류 밀반입 범죄를 반복하고 있다. 경찰은 2021~2023년 발생해 검거된 3건의 필로폰·대마 밀수 사건 등도 A씨의 지시 하에 이뤄진 사실을 확인했다. 나이지리아인 7명을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 죄로 별도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이들은 통관을 피하려고 교묘하게 마약류를 숨겼다. 멕시코시티에서 가져온 필로폰 3㎏은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멕시코 초콜릿의 포장지를 벗겨 내용물을 같은 무게와 모양의 필로폰 덩어리로 교체한 후 다시 초콜릿으로 개별 포장한 상태였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밀반입한 필로폰 3㎏은 배낭의 등판 부분을 뜯어내고 그 안에 진공 포장된 필로폰을 넣어 다시 밀봉해 놓았고, 배낭이 들어가는 여행용 캐리어 안에는 마약견 탐지를 방해하기 위해 커피 가루가 골고루 살포돼 있었다.

범행 조직도(자료=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이 과정에서 고령의 외국인을 마약 운반책, 이른바 ‘지게꾼’으로 활용했다. 이 사건을 통해 검거된 해외 운반책 3명은 모두 고령의 외국인이다. 나이지리아 마약 조직은 온라인에서 접촉한 노인들에게 한국에서 대출이나 투자금을 받을 수 있게 해주겠다는 명목으로 유인한 후, 국내 관계자에게 선물을 전달해 달라고 제안하는 방식으로 마약류를 운반하게 했다. 스웨덴 국적의 운반책(62)은 복권 당첨금 수령을 목적으로, 캐나다 국적의 운반책(78)은 투자 대출을 받을 목적으로, 남아공 국적의 운반책(71)은 UN 후원금 관련 계약을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했다고 주장하나, 실제로는 마약류가 은닉된 물건을 전달하는 일만 한 것으로 확인됐다.

운반책을 포섭하는 수법은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대출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서 사람을 유인하는 방식과 유사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사기를 위한 범행 체계가 마약범죄에도 이용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모르는 외국인이나 이메일이나 해외 메신저를 통해 접촉하는 경우 예외 없이 중대 범죄와 관련이 있으므로 현혹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경찰은 당부했다.

경찰은 나이지리아 마약 총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 수배를 완료했다. 지난 9월 11일 경찰청이 주최한 ‘국제 마약수사 컨퍼런스’에서 사건 회의를 통해 나이지리아 마약 단속청 당국자에게 대상자의 검거를 요청했다. 앞으로 국가정보원과 나이지리아 마약 단속청과의 지속적인 공조로 대상자를 현지에서 검거해 사법 처분을 받계 할 예정이란 게 경찰의 설명이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 연계된 국내 마약상과 A씨의 국내 조직원 등에 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A씨가 지시한 것으로 확인된 2021~2023년에 검거한 3건의 필로폰 대마 밀수 사건 등을 종합해 A씨를 포함한 나이지리아인 7명을 형법상 범죄집단 조직·가입·활동죄로 수사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폴 적색 수배한 나이지리아 국적의 해외 마약 총책에 대해서는 국가 정보원과 나이지리아 마약청과 공조해 현지에서 검거한 후 엄정하게 사법 처분을 받게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황병서 (bshwa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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