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전'에도 안 보이는 북한군…최고지도자는 연말 성과에 집중
북한군 임무 '특수전 및 후방 지원' 추정…'최소 투자'로 최대 이익?
(서울=뉴스1) 최소망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과 함께 우크라이나 전쟁의 전황은 다시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그런데 전투가 치열해지는 쿠르스크 지역에 파병된 북한군의 동향은 정작 파병 초기에 비해 잠잠한 모양새다.
국가정보원은 지난 20일 북한군이 현재 러시아에 공수여단이나 해병대에 배속돼 전술·드론 대응 훈련을 받고 있으며, 일부는 전투에 참여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국회 정보위원회에 보고했다.
또 북한이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다연장로켓포) 등 장사정포를 러시아에 수출한 동향도 파악됐다. 이 무기체계는 처음으로 러시아로 넘어간 것으로 정확한 운용을 위한 북한군 병력도 파견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군의 사상자나 포로 발생 여부 및 관련 동향도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는 북한군의 파병 국면 초기에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지역에 도착한 북한군이라며 각종 영상과 사진 등을 공개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는 모습이다.
전문가들은 정황상 북한군의 '대대적인 전장 투입'은 아직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아울러 북한군의 임무 자체가 '돌격전'이 아니라 특수전 및 미사일·포를 활용한 후방 지원에 집중됐을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국정원도 북한군이 최전선 전투에 참여하기 시작한 만큼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 보고 작전 수행 상황 및 피해 규모 등을 살피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내놓지 않았다.
파병 북한군의 임무를 엿볼 수 있는 동향은 지난 9월 김정은 총비서가 파병군을 이끌고 있는 장성들과 참관한 특수부대 훈련으로 나타난 바 있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 총비서가 특수부대의 '대상물 정찰 및 습격전투 훈련'을 시찰했다고 밝혀, 러시아에 파병된 특수부대의 임무가 '정찰과 습격' 등 인명 사상보다는 정보 수집, 기습공격을 통한 주요 거점 탈환 등에 초점이 맞춰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또 북한은 그간 러시아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등 다량의 포·미사일을 지원했는데, 이를 운용하는 인력이 북한군이라는 동향도 우리 정보 당국에 포착된 바 있다.
최고지도자가 파병 후 연말 경제 성과와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에 집중하는 것도 북한군의 임무가 '생사를 다투는' 것이 아닐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 총비서는 지난 18일 북러 정부 간 무역경제 및 과학기술협조위원회 제11차 회의에 참가하기 위해 방북한 러시아 정부대표단 단장 알렉산드르 코즐로프 천연자원부 장관을 접견했다. 지난해 10차 회의 때는 이러한 방식의 접견이 없었는데, 1년 만에 달라진 모습에 대해 이번 회의가 러시아가 북한의 파병에 대한 '반대급부'를 약속하는 자리였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실제 러시아는 북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양측 간 전세기 운항 횟수를 늘리고 러시아 동부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주요 도시들에도 항공편을 신설하기로 했다는 회의 결과를 공개했다. 또 노동당 평양시위원회와 통합러시아당 모스크바 지부는 지난 19일 모스크바와 평양시 간의 개발사업을 논의하고 일부 내용에 합의했다.
김 총비서는 내부의 경제사업도 알뜰살뜰 챙기고 있다. 올해 최대 역점 사업인 '지방발전 20x10 정책' 이행에 따라 진행 중인 각지의 지방공업공장 건설 현장을 직접 방문하고, 서북부 지역 수해 복구 현장도 수시로 찾고 있다. 민생과 경제를 직접 점검해 12월 말~내년 초에 발표할 올해 성과 챙기기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종합적으로 북한은 이번 파병에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율'을 내는 전략을 적용해 러시아와의 협상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병력의 손실을 최소화하는 임무를 맡되 러시아를 지원한다는 정치적 메시지를 극대화해 최대한의 반대급부를 받아낸다는 것이다.
집권 후 '24시간 내 종전'을 선언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이 다가오는 것은 북한에 오히려 호재일 수 있다. 전쟁이 장기화되고 예상치 못하게 확전된다면 북한의 계획도 틀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somangcho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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