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는 무사히 '엄마' 품에 안길 수 있을까 [IZE 진단]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가 결국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대표 자리는 줄 수 없다는 하이브의 완고한 입장을 강조하지 않아도 결별은 여러 예상 시나리오 중 하나였다. 다만 시기와 방법에 있어서만 다양한 추측이 오갔을 뿐이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가 어도어를 상대로 날린 최후통첩의 기한이 다하기 전, 스스로 사임하는 방식을 택했다. 어도어에 남겨진 뉴진스 역시 다시 '뉴진스 엄마' 품에 안기기를 원하고 있다.
민 전 대표는 20일 "어도어 사내이사에서 사임한다. 또한 하이브와 체결한 주주 간 계약을 해지하고 하이브에 주주 간 계약 위반사항에 대한 법적인 책임을 물을 것이다. 또한 하이브와 관련자들의 불법에 대해 필요한 법적 조치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자신의 거취를 밝혔다.
어도어를 떠나는 순간까지도 민 전 대표는 하이브를 저격했다. 민 전 대표는 "하이브는 지금까지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고 변할 기미도 전혀 없기에 더 이상의 노력은 시간 낭비라고 판단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히며 "하이브가 벌인 24년도의 만행은 케이팝 역사에서 전무후무한 사안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임을 발표한 이후에는 SNS에서 활동을 이어갔다. 민 전 대표는 뉴진스와 어도어 공식 계정을 언팔로우한 데 이어 '퇴사'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있는 토끼 캐릭터 그림을 게재했다.
동시에 민 전 대표는 서울중앙지법에 하이브를 상대로 풋옵션 행사에 따른 대금 청구 소송도 제기했다. 다만 하이브는 풋옵션의 배경이 되는 주주 간 계약이 이미 해지됐다는 입장이다. 이마저도 서로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에 결국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민 전 대표가 공식적으로 사임하며 어도어에는 뉴진스만 남게 됐다. 결국 중요한 건 뉴진스의 행선지다.
어도어는 민 전 대표의 사임이 알려진 뒤 "민희진 이사의 일방적 사임 통보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당사는 뉴진스가 더 크게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진스의 성장을 콕집어 언급했다는 건 바꿔 말해 계속해서 함께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는 민 전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민 전 대표는 풋옵션을 행사할 시 어도어의 직전 2개년도 평균 영업이익에 13배를 곱한 값에서 자신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율의 75%만큼의 액수를 하이브로부터 받아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 전 대표가 통보한 일자를 기준으로하면 산정 기준 연도는 2022년과 2023년이다. 어도어는 2023년에는 흑자를 기록했지만 뉴진스가 데뷔했던 2022년에는 적자를 기록했다. 2024년의 영업이익이 반영되는 2025년에 풋옵션을 청구한다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더 많은 돈을 포기하고 일찍 권리를 행사하는 건 하루라도 빨리 하이브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싶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나아가 민 전 대표는 사임을 알리는 자신의 입장문에서 "제가 향후 펼쳐나갈 새로운 케이팝 여정에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입이 닳도록 '뉴진스와 함께하는 미래'를 외쳤던 민 전 대표가 지금 당장 뉴진스가 아닌 다른 그룹과 케이팝 산업에 뛰어들 것이라는 상상을 하기는 어렵다. 결국 '새로운 케이팝 여정' 역시 뉴진스와의 동행을 전제로 하고 있을 확률을 배제할 수 없다.

자연스레 배턴은 뉴진스에게 넘어간다. 뉴진스의 마음은 민 전 대표 쪽으로 기울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3일 뉴진스는 어도어에 내용증명을 보내며 "14일 이내에 전속계약의 중대한 위반 사항을 모두 시정하지 않으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뉴진스가 요구한 것 중 하나는 민 전 대표의 대표직 복귀였다. 그러나 민 전 대표가 하이브를 떠나며 사실상 뉴진스의 요구가 이루어질 가능성은 없어졌다. 이에 뉴진스가 전속계약 해지에 대한 추가입장을 밝힐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만약 하이브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재회한다면 뉴진스라는 IP를 쓰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아이콘, 비투비, 인피니트처럼 전속계약 종료와 함께 소속사를 떠났지만 IP를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지만, 뉴진스와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16일 열린 '제1회 코리아 그랜드 뮤직 어워즈'에서 뉴진스 멤버들이 "저희가 언제까지 뉴진스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뉴진스가 아니더라도 뉴진스는 네버 다이"라는 소감을 밝힌 것은 이 같은 상황까지 염두에 둔 것으로 보여진다.
다만, 리스크도 분명 존재한다. 뉴진스가 어도어에게 전속 계약 해지 소송을 제기한다면, 법적 분쟁이 끝날 때까지 제대로 된 활동을 하기 어렵다. 데뷔와 동시에 강한 임팩트를 남겨서 묻힌 감이 있지만, 뉴진스는 아직 3년 차에 불과하다. 민 전 대표의 말처럼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은 시기다. 법적 분쟁으로 가장 소중한 시간이 묶여버린다면 다시 활동을 재개했을 때의 결과가 이전과 같다고 장담할 수 없다. 또한 민 전 대표와 함께 새출발을 한다면 새롭게 탬퍼링 의혹이 제기될 수도 있다. 신뢰 관계 파탄을 주장해온 뉴진스에게 탬퍼링 의혹이 제기된다면 이들 의 주장에 신빙성을 가지기란 어렵다. 결국 과정과 명분이 중요해 보인다.
뉴진스가 제시한 데드라인은 점점 다가오고 있다. 뉴진스는 조금씩 '엄마' 민희진을 따라갈 채비를 마치고 있다. 과연 뉴진스는 원하는 대로 '엄마' 품에 무사히 안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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