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달 느낌? 양아X 머리?’ 우승 감독의 30년째 헤어 스타일
요코하마의 33년 원클럽맨 미우라 다이스케 감독 이야기
[OSEN=백종인 객원기자] 그의 직업은 야구다. 선수였고, 감독이다.
그런데 특이하다. 유니폼 아닌, 사복 차림이 관심받는다. 남다른 헤어 스타일 탓이다.
30년 넘도록 한결같다. 늘 같은 머리다. 그리고 한 팀을 지켰다.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즈의 미우라 다이스케(50) 감독 얘기다.
며칠 전이다. 도쿄 시내에서 조촐한 모임이 있었다. 일본기자클럽이 마련한 자리다. 큰 업적을 이룬 손님이 초대됐다. 2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곳이다. 그와 구단주 난바 도모코(62) 회장이 연단에 앉았다.
여기서도 그랬다. 화제가 된 것은 그의 패션이다. 깔끔한 싱글 정장 차림이다. 파란색 넥타이는 팀의 색깔을 상징한다.
그리고….
예의 헤어 스타일이다. 강렬한 올백을 추구한다. 그러면서 모발의 풍성함을 강조한다. 전문 용어로 리젠트(Regent)라고 불린다. 1930년대 영국 런던의 리젠트가(街) 청년들이 시초라고 알려진 탓이다.
대중화를 이룬 곳은 미국이다. 1950~60년대 엘비스 프레슬리가 그 머리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러면서 로큰론의 상징으로 불리기도 했다. 반항, 저항, 거친 남성성을 뿜어내는 스타일이 됐다.
일본에서는 한층 강렬한 느낌이다. 만화 속에 자주 등장한다. 학원 폭력물의 단골 캐릭터다. 삐딱하고, 빈정거리고, 건드리면 폭발할 것 같은. 그래서 골치 아픈 인물들로 묘사된다. 요즘 식으로 말하면 일진들이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비밥 하이스쿨’이다. 영 매거진에 무려 20년간(1983~2003년) 연재됐다. 이후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등장인물들의 극단적인 스타일이 흥미롭다.
아무튼….
50세 프로야구 감독이다. 그것도 우승 팀을 이끄는 리더다. 그런 인물이 리젠트 스타일이다. 그것도 30년간 언제, 어디서나 한결같다. 미디어와 대중의 주목을 끄는 게 당연하다.
사실 꽤 오래된 일이다. 입단 초기부터다. 그러니까 고교를 갓 졸업한 시절부터 그 스타일을 유지했다. 겨우 19~20살 무렵부터 말이다. 하긴. 그럴 법하다. 당시 만화의 주인공들도 그랬으니까 말이다.
드래프트 6순위였다. 실력으로는 한참 뒷전이다. 2군에서도 아슬아슬할 정도다. 풀타임 1군이 되는데 3년 걸렸다. 어찌어찌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다. 140㎞ 조금 넘는 속도다. 그걸로 파워 피처의 길을 걷는다. ‘칠 테면, 쳐봐’ 식의 정면 승부다.
그러던 어느 날이다(1997년). 드디어 사고를 쳤다. 주니치 전에서 12K 완봉승을 올렸다. 이튿날 신문에 대문짝 만한 기사가 실렸다. “‘하마의 대장(ハマの番長)’이 또 해줬다”라는 제목이었다.
‘하마’는 요코하마를 가리킨다. 반초(番長)는 학교 불량서클의 우두머리 정도의 뜻이다. 요즘 말로 일진, 짱 같은 레벨이다. 좋은 말로 해서 (골목) 대장이다.
그렇게 불린 이유는 뻔하다. 헤어 스타일 때문이다. 모자 속에 감춰진 강렬한 리젠트를 모두가 알고 있었다. (그 무렵에는 그런 별명이 유행이었다. 당대의 마무리 투수 사사키 가즈히로는 ‘하마의 대마신’으로 불렸다.)
“처음에는 촌스러운 별명이라고 생각했다.” 당사자의 기억이다. 그러나 점점 모든 사람이 그렇게 불렀다. 결국 평생 따라다니는 캐릭터가 됐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다. 그걸로 많은 일이 일어났다. TV 출연도 심심치 않았다. 예능은 물론 드라마 단역까지 소화했다. 언제나 포마드를 한껏 바르고, 사회에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등장한다.
요코하마라는 도시는 작지 않다. 그러나 베이스타즈는 스몰 마켓이다. 같은 (센트럴) 리그의 요미우리, 한신에 비해 관심도가 높지 않다.
전력도 그렇다. 만년 하위 팀이라는 인상이 강하다. B클래스(4위 이하)를 벗어나지 못한다. 그의 재적 시절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은 5할 승률 아래서 허덕였다.
그런 팀의 마운드를 맡았다. 한 번도 떠나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켰다. 무려 25년(1992~20016년)이나 묵묵했다. 약한 팀 선발 투수다. 개인 성적이 좋을 리 없다. 잘 던져도 승리가 어렵다. 열심히 막아도 패전을 떠안아야 한다. 그런 일이 다반사다.
승보다 패가 많은 게 당연하다. 통산 172승 184패를 기록했다(평균자책점 3.60).
그의 진짜 가치는 꾸준함에 있다. 지치지 않고, 빼지 않고, 로테이션을 지켜낸다. 100이닝을 넘긴 게 18시즌이다. 32~33세 시즌에는 내리 200이닝을 넘겼다. 팔꿈치 통증을 달고 살았다. 뼛조각을 제거해 가면서도, 순서를 지키려고 애썼다.
‘하마의 대장’. 리젠트 스타일. 그 별명이 딱 어울리는 캐릭터다. 꼴찌들의 맨 앞에 섰다. 요코하마의 팬들에게는 남다를 수밖에 없는 존재다.
결국 감독 자리까지 올랐다(2021년). 그렇다고 금세 나아질 건 없다. 부임 첫 해에 최하위로 곤두박질쳤다. 온갖 욕설과 비판이 쏟아진다.
어찌어찌 그걸 이겨낸다. 2년째부터 팀을 살려낸다. 2022년 2위, 2023년 3위로 조금씩 서광이 비친다.
그리고 올해, 페넌트레이스에 3위로 턱걸이했다. 가을야구 참전하게 된 것이다. 만나는 상대가 모두 거대했다. 1라운드는 가벼웠다. 한신에 2연승했다. 2라운드는 요미우리 전이다. 7차전의 혈전을 벌여야 했다.
만신창이로 일본시리즈까지 갔다. 상대는 소프트뱅크다. 20게임 차이의 까마득한 적수다. ‘상대가 안 될 것’이라며 모두가 웃었다. 그런데 결과는 반대였다. 패패승승승승. 자신들조차 어이없는 리버스 스윕이었다.
26년 만의 정상이다. 요코하마가 환희에 찬 밤을 맞았다. 항구에는 밤새 푸른 불이 꺼지지 않은 날이었다. ‘하마의 대장’에게도 마찬가지다. 선수로 한번, 그리고 감독으로 다시 한번. 울컥한 순간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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