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한테도 매번 지는 신세...한국은 언제까지 '해외파'를 외면할 것인가 [박연준의 시선]

(MHN스포츠 박연준 기자) 우리도 마이너리거를 적극 활용해야한다.

한국 야구 대표팀 류중일 감독은 2024 WBSC 프리미어12에서 슈퍼라운드 진출에 실패한 배경으로 투수력의 한계를 꼽았다.

특히 대만 야구계가 유망주를 마이너리그로 적극적으로 내보내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점에 주목하며, 한국과 대만의 선수 육성 방식이 상이하다고 지적했다.

류 감독은 지난 18일 호주와의 오프닝라운드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가진 인터뷰에서 "대만에 진 것이 슈퍼라운드 진출 실패의 결정적인 이유"라며, 대만의 선전 배경에 대해 "유망주 투수들이 외국에서 경험을 쌓은 뒤 국제대회에 출전하면서 경쟁력을 키웠다"고 평가했다.

대만은 이번 대회 오프닝라운드에서 4승 1패로 슈퍼라운드에 진출했다. 유일한 패배는 일본전에서 1-3으로 석패했을 뿐이다. 특히 한국을 상대로는 6-3 승리를 거두며 우위를 점했다. 한국 야구계에서는 오랜 시간 대만을 "이길 수 있는 상대"로 여겨왔지만, 최근 국제대회에서 대만은 꾸준히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한국은 대만에 조별리그 경기에서 완패했다. 당시 대만 선발투수로 나섰던 린위민은 이번 프리미어12에서도 한국전 선발로 등판해 승리를 견인한 바 있다. 린위민은 현재 애리조나 마이너리그에 소속되어 있다.

류중일 감독은 "대만은 조금이라도 유망주로 평가받으면 외국으로 나가도록 한다. 린위민도 21살밖에 안 되는데 애리조나에서 뛰고 있다"며 "우리와는 상식이 다른 것 같다. 대만은 국제대회를 위해 마이너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을 소집해 활용한다. 투수력이 정말 뛰어나다"고 감탄했다.

한국 역시 '해외파'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활약 중인 유망주들이 존재하지만, 이들은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철저히 외면받아왔다. KBO리그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미국으로 진출한 선수들을 살펴보면, 국제대회에서 활용할 가능성이 높은 선수들이 적지 않다.

투수로는 최현일, 장현석(LA 다저스), 이찬솔(보스턴 레드삭스)이 있고, 포수 엄형찬(캔자스시티 로열스)은 마이너리그 유망주로 주목받고 있다. 신우열(탬파베이 레이스), 최병용(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역시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아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야수로는 배지환(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조원빈(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들 대부분은 예비 엔트리는커녕 대표팀 후보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류중일 감독이 대만과 한국의 차이를 지적한 것은 단순히 선수 개개인의 실력 문제가 아니다. 유망주를 국제대회에서 활용하는 시스템의 차이가 투수력을 포함한 전반적인 경쟁력 차이를 만든다는 점을 짚은 것이다.

마이너리그에서 성장 중인 한국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외면받는 상황은 반드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어쩌면 이제는 이들의 합류가 필요해 보인다. 이들은 소속 팀에서 연령대와 경험을 뛰어넘는 경쟁력을 보여주며 가능성을 입증했지만, 여전히 국내 팬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이름들이다.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이들이 배제된다면, 한국 야구는 글로벌 무대에서 도태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우리와 대만은 다르다"는 류 감독의 발언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다. 유망주의 활용 방식을 재검토하고, 대표팀 선발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시점이 도래했다. 한국 야구가 다시 한 번 국제 무대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더 넓은 시각으로 인재를 발굴하고, 체계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