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예은 “호불호 갈리는 목소리…좋아해주는 분들 많아 다행이죠”[EN:인터뷰]

황혜진 2024. 11. 21.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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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알비더블유(RBW), DSP미디어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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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황혜진 기자]

가수 안예은이 다시 한번 안예은스러운 앨범으로 돌아왔다.

안예은은 11월 21일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4번째 미니 앨범 '이야기 보따리'를 발매한다. 지난해 2월 발표한 정규 음반 '쉽게 쓴 이야기' 이후 1년 9개월 만에 선보이는 앨범이다.

'이야기 보따리'라는 앨범명에 걸맞게 이야기꾼으로 변신했다. 이번 음반의 화자가 된 안예은은 보따리에 담아 둔 흥미로운 다섯 이야기를 활짝 펼쳤다. 백두산 천지에 살던 '잉어왕'의 이야기로 포문을 열고,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꺼내놓은 뒤 연주곡 '잉어왕 (Inst.)'로 끝을 맺었다.

'잉어왕'이 펼치는 이야기 보따리는 홀로 남겨져 사랑을 추억하는 '이내', 쓸쓸한 화자의 심정을 그믐달에 투영한 '그믐달', 사랑에 달관한 마음을 담담하고 후련하게 표현한 '그 사랑은 내 사랑이 아니었음을', 모두가 봄이지만 나만은 아직 겨울이라는 이야기를 그린 '이곳은 아직 겨울이오' 등 리스너들이 취향에 따라 골라 잡아 들을 수 있는 안예은 표 음악으로 채워졌다.

18일 서울 광진구 한 카페에서 뉴스엔과 만난 안예은은 "일단 계속 싱글로만 인사를 드리다 6곡 짜리 앨범으로 인사를 드리게 됐다. 굉장히 오랜만이라 기쁘기도 하고, 원래 해 왔던 장르보다 살짝 나름대로 도전을 해 놓아서 어떤 반응일지 궁금하기도 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간 색이 강한 음악을 주로 해 왔던 안예은은 새 앨범 작업 과정에서 담백한 노래를 써 내려가는 변화를 시도했다.

이에 대해 안예은은 "11월 28일이 데뷔 8주년이다. 전 항상 색이 강하다고 느껴지는 음악을 하고 있다. 색이 강하다 보면 사람들이 새롭다고 들어주실 수 있는데, 너무 같은 맛을 보여드리다 보면 자극적일수록 빨리 거리감을 느낄 수 있겠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했다. 그것에 대한 고민을 하며 이걸 어떻게 풀어 나가면 좋을까 생각했다. 요즘은 비디오로 홍보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에 그런 것까지 융합을 해 들려드릴 수 있는 음악이 무엇일까 고민을 하면서 음악을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앨범 작업은 올해 초 시작했다. 안예은은 "봄 발매를 목표로 앨범을 꾸리고 있었다. 원래 제가 개성이 강하고 색깔이 있는 사극풍 발라드를 하던 사람인데 청자 분들께서 좀 더 쉽게 들을 수 있게 하고 싶었다. 지금까지 제가 낸 음악들을 들었을 때 단점이다 싶었던 것 중 하나가 일반 음식점, 카페에서 틀기 어려운 음악들이라는 것이었다. 어디에서나 흘러나와도 자연스러운 음악 위주로 2번부터 5번 트랙까지를 만들었다"고 회상했다.

안예은은 "그렇게 만든 곡들은 알맹이가 있고 나름의 의도가 있는 노래들이었다. 그러나 타이틀곡 감이 없었다. 묶어줄 수 있는 곡이 필요하다 싶어 이야기꾼을 등장시켰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잉어왕'은 일렉트로스윙의 흥겨운 사운드와 '잉어왕'의 캐릭터를 설명하는 독특한 가사가 어우러져 강렬한 중독성을 선사하는 노래다. 안예은은 자신의 태몽인 잉어에 관한 내용을 가사에 일부 녹여 특별함을 더했다.

안예은은 "잉어도 해양동물이기 때문에 '문어의 꿈'을 떠올리는 분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그런 흑심을 품고 주제로 삼은 건 아니다. 왜 잉어가 됐냐면 제 태몽이 잉어다. '내가 어디서 왔는지 물으신다면/나는 백두산 저 꼭대기의 연못에서 왔소/나의 정체가 무언지 물으신다면/나는 맑은 연못에서 살던 잉어였다오'라는 가사가 제 태몽"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버지가 꾸셨는데 백두산 천지에서 몸만 한 잉어를 잡아 하산했다고 하시더라. 이것 또한 굉장히 재밌는 얘기가 아닌가 생각하며 잉어를 주 캐릭터로 잡아 왔다. 원래 제가 사람이 아닌 비현실적 존재를 좋아하다 보니 캐릭터로 잡게 됐다"고 덧붙였다.

2016년 방송된 SBS 'K팝스타' 시즌5에서 최종 2위를 차지하며 이름을 알린 안예은은 같은 해 첫 정규 앨범 '안예은'을 내고 가요계 정식 데뷔했다.

안예은은 "제가 데뷔 전 나갔던 오디션 프로그램이 있었고, 거기에 나가기 전에 정말 음악을 그만두겠다는 결심을 하고 나갔다. 오디션 때도 그렇고 데뷔하고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8년 동안 진짜 이게 현실인가 싶은 순간들이 계속 있다. 들어주시면 그냥 감사하다는 마음이 있다. 거기에 보태 이번에 제 친구들이, 특히 덕후인 친구들이 이거 '머글용 노래다'고 해 줬다. 마니악한 분들이 아니더라도 좀 편하게 들어주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예은은 '노승과 잔나비' 때도 부친의 이야기를 가사에 녹였다. 태몽을 꾼 아버지는 이번 신곡에 대해 어떤 반응을 보였냐는 물음에 안예은은 "일단 저희 가족은 제 음악을 잘 안 듣는다. 특히 어머니는 취향이 아니라며 제 음악을 안 들으신다. 동료들 같은 경우는 제가 하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나오면 한참 뒤에, 한 3개월 뒤에 '어? 음원 나왔네'라는 느낌으로 친구들과 지내고 있다. 진짜 친한 친구들끼리는 뭐하는지 서로 안 물어보는 그런 느낌이다"며 웃었다.

안예은은 연말 크리스마스 콘셉트의 공연을 개최한다. 안예은은 "데뷔 8주년이라 준비한 건 아니다. 2018년 (이 시리즈) 공연을 처음 열었다. 제가 곡을 직접 작사 작곡하는 사람이라 다른 뮤지션들 노래를 부를 기회가 많이 없다. 크리스마스 선물을 드리는 느낌으로 신청곡을 받아 제 방식대로 편곡해 들려드리면 어떨까 싶어 시작하게 됐다. 다행히도 재밌게 봐주셔서 시즌마다 보여드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그렇게까지는 오타쿠라고 생각하지 않는데 아무튼 저도 덕후고 신청곡들을 봤을 때 덕후스러운 곡이 많아 아예 제목을 '오타쿠리스마스'라고 하면 어떨까 준비한 공연이 올해 8회를 맞이했다"며 "팬 분들이 데뷔 기념일마다 생일카페를 열거나 제 이름으로 기부를 해 주시는데 그런 것들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고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선에서 기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말 공연에 앞서 10월에는 첫 일본 단독 콘서트도 성황리에 진행했다. 안예은은 "일본 콘서트를 할 때도 꿈꾸는 것 같았다. 이 일을 하면서 꿈을 꾸던 일이 제 생각보다 빨리 현실이 되는 경우가 감사하게도 종종 있었다. 뮤지컬 음악을 만든다거나 책을 써 보는 것들이 생각보다 너무 빠른 시일 내 이뤄졌다. 그때의 기분을 일본 공연하러 가서도 똑같이 느꼈다"고 잊지 못할 추억을 되새겼다.

안예은은 "데뷔 초 공연을 하러 다니던 때의 기분이 많이 나면서 더 열심히 공연해야겠다는 마음을 많이 가졌다. 좋아하는 음악들을 많이 준비해 가서 노래할 수 있었던 점도 기분이 좋은 포인트 중 하나였다"고 덧붙였다.

스스로 어떤 방면에서 덕후 기질 있다고 느끼냐는 물음에는 "하나에 꽂히면 끝장 보는 느낌으로 살고 있다. 그냥 친구들은 다 절 오타쿠라고 하긴 하는데 전 저보다 더 대단한 사람들이 많기에 그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항상 이야기하고 있다. 굿즈도 사고 만화책 소장본 사고 이북 사놓고 그런다. 작품에 한 번 꽂히면 거기에 대해 모든 것을 다 알아야 하는 것이 제 성격인 것 같다"고 답했다.

안예은은 "제 유년기는 디즈니로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되돌아보면 한 작품에 꽂히면 끝장을 본다. 예를 들어 디즈니는 뮤지컬 만화이기 때문에 거기에 있는 넘버를 다 외운다. 하나를 좋아하면 끝까지 좋아한다. 최근에 '도망을 잘 치는 도련님'이라는 만화를 접했다. 애니메이션이 너무 재밌어 보다가 너무 빨리 보니까 3회밖에 안 남았더라. 조바심이 나 단행본을 다 사버렸다. 단행본을 읽다 바빠져 잠깐 쉬고 있다"고 밝혔다.

어느덧 데뷔 8주년을 맞이한 안예은은 다수 음악 팬들에게 '안예은이 장르다'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안예은은 "공감을 안 한다. 못하는 편이다. 그 여섯 글자가 엄청 머쓱하다. 되게 작아지는 기분이다. 어느 행사에 가도 그런 멘트로 소개해주시는데 예를 들어 제가 시험에서 28점을 맞아 왔는데 100점짜리 학생이라고 칭찬해 주시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스스로 많이 모자라다고 생각하고 있고 그래서 할 수 있는 능력을 최대한 하며 이 일을 최대한 길게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겸허하게 이야기했다.

안예은은 "제가 바라보는 제 모습은 그런 모습인데 굉장히 많은 분들이 감사하게도 그런 과찬을 해 주셔서 받아들이는 연습도 좀 하고 있다. 해주시는 칭찬들을 조금이라도 제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제 안에 들여야 무대에 섰을 때나 곡을 만들 때 좀 더 잘 들으실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감이라는 것이 저에게는 없는 덕목이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필수로 가져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퍼센티지를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이게 무대에서의 자신감인지, 쟤는 좀 건방진 사람인지가 정해질 것 같다. 이걸 잘 받아들이는 연습을 8년째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음악적 여정에 동행해 주는 팬들과 동료들에 대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안예은은 "전 아직도 제 음악 색깔이 특이하다거나 강하다고 스스로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오디션 때도 그렇고 제가 그때 할 수 있는 걸 했는데 정말 운이 좋게도 들어주시고 봐주시는 분들이 새롭다고 해 주셔서 지금까지 있게 된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데뷔 때부터 지금까지 같이 해 준 편곡팀, 밴드팀 분들이 제 음악을 이해해 주려고 많이 노력해 줬다. 지금은 이해도가 100%가 돼 제가 하지 못하는 것들을 플러스 알파로 채워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성장의 일환으로 최근 보컬 연습도 시작했다. 안예은은 "대학교 때부터 보컬을 배울까 생각을 계속하고 있었다. 친구들이 지금 잘못 건드리면 너의 보컬적 특성이 싹 없어질 수도 있다는 말을 해 줘서 거기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다"고 밝혔다.

안예은은 "데뷔 후에도 제가 제 곡을 직접 써서 부르다 보니 보컬적 불편함을 느낀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보컬에 대한 자신감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제 곡을 부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작년에 성대결절 전 폴립이 나서 그때 보컬을 하는 친구들이 발성을 잡아주면 목이 상하지 않게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해 줬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 절친한, 보컬을 하는 친구가 레슨을 해주고 있다. 목을 상하지 않게 하면서 특징을 고수해 가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제 창법 자체가 굉장히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목소리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을 가져가되 다른 소리도 낼 수 있게끔 열심히 배우고 있다"고 덧붙였다.

DSP미디어에 둥지를 튼 지도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안예은은 "너무 좋다. 굉장히 체계적으로 업무가 이뤄진다는 점이 너무 좋다. 데뷔 초에는 인디 레이블에 있었기 때문에 규모가 작았고, 직원 분 3인과 다른 밴드 분들과 가족 같은 느낌으로, 부정적인 가족 같은 느낌 말고 진짜 긍정적인 가족 같은 느낌으로 지냈다. (DSP미디어) 실무진 분들도 저한테 신경을 많이 써 주신다. 일본 공연도 드디어 가게 됐고, 여러모로 감사한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DSP 소속 아티스트 분들이랑 친분이나 교류는 아직 없다. 제가 I 성향 퍼센티지가 90% 넘게 나온다. 사회에 나와 일하면서 정말 많이 노력을 하고 있다. 그래도 E 성향 분들의 텐션을 따라갈 수가 없더라. 굉장히 노력을 많이 하는데도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있다. 제가 일산에 살다 보니 정말 필요할 때 제외하고 회사에 잘 오지 않고 있다"고 털어놨다.

안예은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안예은은 "멀리 생각하지 않기를 연습했다. 책을 낸다거나 뮤지컬 음악을 한다거나 OST에 참여하는 것이 데뷔 초부터 재작년까지의 제 최종 목표들이었다. 그게 이뤄져 버렸을 때 '그럼 난 무엇을 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정말 다행히도 없었다. 최종 목표라기보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에 최선을 다하자는, 굉장히 교과서적인 생각으로 살고 있다. 그러다 보면 뭐가 되지 않을까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앨범을 통해 얻고 싶은 반응에 대해서는 "이번 앨범의 경우 '특히 이게 좋다'라는 생각은 하지는 않았다. 항상 곡을 만들며 강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해석지는 있지만 제 의도가 정답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각자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시면 좋겠다는 것이 제가 앨범 발매 후 기대하는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것이 8년 동안 항상 했던 생각이기도 하다. 제가 원래 열린 결말을 좋아하는 편이다. 각자 해석하시는 것들을 보면 그게 또 너무 재밌더라. 앨범 제목이 '이야기 보따리'인 만큼 들으시면서 각자의 이야기를 재밌게 만들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뉴스엔 황혜진 blos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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