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론자’ 러트닉, 무역전쟁 지휘… “최악땐 韓성장률 1.14%P 하락”
월가 출신 자산가… “무자비” 평가
“韓에 미국산 석유 수출” 주장도
韓, 美수출 늘어나 관세협상 취약… 美에 공장설립 압박 이어 또 암초
● 무자비한 관세론자, 상무장관 발탁
러트닉은 이날 소셜미디어에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에 기여할 수 있도록 믿어줘서 감사하다”며 “차기 상무장관으로서 누구도 본 적 없는 미국 경제의 잠재력을 최대한 분출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순자산이 15억 달러(약 2조1000억 원)인 억만장자 러트닉은 2008년 TV쇼 ‘어프렌티스’ 심사위원으로 출연하며 트럼프 당선인과 인연을 맺었다. 이번 대선에선 최소 7500만 달러를 모금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트닉은 당초 재무장관 후보로 거론됐지만 또 다른 월가 출신 억만장자 스콧 베센트 헤지펀드 키스퀘어 창업자와의 경쟁이 과열되며 밀리는 모양새였다. 하지만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지원과 트럼프 당선인의 재신임 아래 상무장관에 낙점됐다.
1961년 뉴욕주 롱아일랜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러트닉은 1983년 투자은행 캔터피츠제럴드 입사 뒤 8년 만에 창립자 유족과의 분쟁 끝에 CEO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이다. 2001년 9·11테러로 친동생 포함 직원 70%를 잃었고, 당시 숨진 직원 658명의 급여 지급을 중단해 ‘무자비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이후 10년간 회사 수익 25%를 사망 직원 가족에게 지급하기도 했다.
상무부는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협정을 주도하는 등 트럼프 당선인이 내건 ‘미국 우선주의’의 핵심 부처로 꼽힌다.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수 있는 무역확장법 232조 조사 권한을 가진 상무부는 중국에 대한 관세 부과에 중추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법에 따른 해외 기업의 미국 투자 유치 등 제조업 부활 정책도 담당한다.
그는 지난달 28일 팟캐스트 인터뷰에선 2조 달러의 재정 적자 해소 방안 중 하나로 한국 등 동맹국에 석유를 수출하면 된다고 했다. 또 “알래스카엔 석유가 매장돼 있다”며 “기름을 시추하면 누가 사갈까? 한국은 석유가 없다. 그들은 우리 동맹국”이라고 말했다. 또 러트닉은 관세를 이용해 해외 기업 유치, 재정 적자 줄이기 등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는 CNBC 인터뷰에서 “관세는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놀라운 도구”라며 “우리가 미국에서 만들고 싶은 제품이 있다면 그 제품에 관세를 매기면 된다”고 말했다.
● ‘관세 폭탄’ 우려에 韓 산업계도 먹구름
트럼프 차기 행정부 진용이 드러나며 국내 산업계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주로 중동에서 원유를 수입하는 에너지 기업들은 러트닉의 ‘미국산 석유 수입 압박’ 카드도 검토해야 하는 상황에 몰렸다.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제재로 대미 수출 의존도가 높아진 한국 기업들은 관세를 앞세운 협상에 더 취약할 수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가 보조금이란 당근으로 리쇼어링(본국 회귀) 정책을 추진했다면, 트럼프 행정부는 관세를 무기로 든 것”이라고 말했다.
높은 관세 장벽에 경제 전반의 악영향도 피하기 어려워진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악의 경우(미중 상호 관세율 60%, 모든 교역 수입 관세율 10% 가정) 경제 성장률은 기존 대비 ―1.14%포인트까지 떨어지고, 고용도 31만3000명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대미 수출액 1위 품목인 자동차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과 맞물려 직격탄을 맞게 됐다. 윤혁진 SK증권 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한국산 자동차에 관세 10%를 부과하고 회사가 100% 흡수할 경우, 영업이익은 17% 감소할 것”이라 분석했다.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곽도영 기자 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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