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은 경쟁자도 아니다”…메모리 물량공세 퍼붓는 이 나라, 무시했다간

이상덕 기자(asiris27@mk.co.kr), 박소라 기자(park.sora@mk.co.kr),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 2024. 11. 2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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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정부 전폭지원 힘입어
中반도체 기업들 물량공세
삼성전자 기술 ‘턱밑 추격’
美규제 불구 해외인재 영입
글로벌 게임 체인저로 부상
헐값 판매로 시장 ‘싹쓸이’
#1. 중국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인 SMIC(중신궈지)가 올해 3분기에 분기기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난 21억7119만달러(3조원), 영업이익은 94% 급증한 1억6989만달러(2365억원)를 달성했다.

#2. 디램(DRAM) 제조업체 창신메모리(CXMT)와 푸젠진화는 DDR4 가격을 공격적으로 낮추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제품보다 50% 낮고, 심지어 중고 반도체보다도 5% 저렴한 금액이라는 평가다.

첨단 반도체마저 중국이 한국을 ‘바짝’ 따라잡고 있다. 10년 전 만 하더라도 눈길 줄만한 중국 기업이 없었는데, 최근에는 파운드리 SMIC, 낸드 YMTC(양츠메모리), D램(창신메모리), 팹리스 하이실리콘, IoT(사물인터넷) 칩 Unisoc과 같은 기업들이 급부상했다. 방대한 중국 내수시장과, 정부의 막대한 지원금을 등에 업어 한국과 대만, 미국이 장악한 반도체 시장에 균열을 내고 있다.

◆ SMIC, TSMC·삼성·SK하이닉스 인력 영입 성장
특히 이들은 한국과 대만 반도체 인력을 대거 흡수하고 있다. 권석준 성균관대 화학공학과 교수는 “TSMC가 제일 경계하는 기업은 이제 삼성전자가 아니라,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회사인 SMIC”라면서 “기술력보다는 TSMC의 핵심 연구개발 인력과 공정 엔지니어들을 SMIC로 많이 스카웃 당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SMCI로 간 TMSC 출신들이 현재 TSMC에 재직중인 임직원들을 영입하고 있어 경계감이 있다”고 말했다.

작년에 중국 SMIC가 성공한 7nm(나노미터) 공정은 2018~2019년 대만의 TSMC가 선보인 1세대 7나노 공정과 많이 유사하다는 것이 권 교수의 진단이다.

미국의 장비 수출규제에도 인재 영입을 통해 공정개발에 성공한 대목이다. 아직 수율 문제를 겪고 있고 첨단 공정에는 한국과 대만에 뒤처져 있지만, 2000년 창업한 기업으로서는 격차를 크게 줄인 셈이다. 2013년만 하더라도 삼성전자는 20nm 공정으로 전환을 하고 있었고, SMIC는 40nm 공정에 머물러 있었다.

권 교수는 “중국 파운드리는 향후 10년간 적어도 10나노 이상급과 미들 테크 공정 영역에서 현재보다 점유율을 2~3배 이상으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성장할 것”이라면서 “조금씩 선단 공정으로 기술 개발에 집중해 2030년대 중반이 되기 전에 SMIC가 TSMC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했다. SMIC가 10년 이상 지속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할 경우 10년내에 TSMCI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게다가 SMIC는 삼성전자의 길을 밟고 있다. 파운드리를 넘어 메모리까지 영토를 넓히는 것이다. IDM(종합반도체회사)이라는 꿈이다. 2018년 중국 반도체 정책 자금을 받아 메모리 계열사인 SGS세미를 설립했다. 이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출신 엔지니어를 대거 영입, 현재는 상하이 푸동과 저장성 닝보에서 D램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 조사기업 테크날리의 시미즈 히로하루 사장은 닛케이를 통해 “중국 반도체 기술이 세계 최대 파운드리업체인 대만 TSMC와 약 3년의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TSMC가 2021년 양산한 5나노 칩인 ‘기린 9000 AP’와 중국 최대 파운드리 기업 SMIC가 올해 양산한 7나노 칩 ‘기린 9010 AP’를 비교한 결과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2분기 전 세계 파운드리 점유율은 TSMC 62.3%, 삼성전자 11.5%, SMIC 5.7% 수준이다.

◆ 창신·양츠, 한국 기업과 격차 불과 1~2년
메모리 부문에서 중국 기업은 DDR4에 대해선 물량 공세로 시장을 장악하는 동시에 DDR5 양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단계다. CXMT는 17·18nm 기반 DDR와 저전력 D램인 LPDDR4X 같은 저가형 메모리에 집중하고 있다. 이들은 생산 용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중이다. 2020년만해도 월 웨이퍼 생산 장수가 4만장에 불과했지만, 올들어 20만장으로 확대했다. 생산능력 기준 4위에 올라선 것이다.

모건스탠리는 CXMT의 디램 생산량이 올해 처음 전세계 디램 점유율 1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했다. 권석준 교수는 “업계에서는 CXMT와 삼성전자간 기술격차가 1.5년 이하로 좁혀졌다고 평가한다”면서 “낸드 역시 YMTC 같은 업체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같은 선두권 업체와 격차를 1년 이내로 줄였다고 본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중국의 물량 확대로 내년 D램 생산량이 올해보다 2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현재 연세대 전자공학과 교수는 “중국의 디램 생산 확대는 디램을 중심으로 사업하는 한국 반도체 기업에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중국은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수인 고대역폭 메모리(HBM)에도 집중하고 있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CXMT는 우한신신(Wuhan Xinxin)과 협력해 2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2 생산에 돌입했다. CXMT 수율은 알려지진 않았지만, 개발 시점이 당초 전망치인 2026년 보다 2년 앞당겨졌다는 점에서 반도체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또 올들어 화웨이가 주도하는 중국 기업 컨소시엄이 2026년까지 HBM 반도체를 생산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곳에는 CXMT 경쟁사인 푸젠진화 등이 참여했다. 중국이 수입길이 막힌 엔비디아 AI 칩에 대한 대안을 찾기 위해 HBM까지 스스로 개발에 나선 대목이다.

낸드 플래시에서는 YMTC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SK하이닉스가 2023년에 238단 낸드를 생산했고, 삼성전자는 단수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올 4월 9세대 V낸드(280~290단 추정) 양산에 돌입했다. YMTC는 2022년에 232단을 개발해 현재는 양산 초기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낸드 역시 격차가 1~2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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