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소수자 아픔 잘 알아… 간호사돼 책임 다할 것” [차 한잔 나누며]
나이지리아 이민자 2세 발렌티나
부모 모두 타국 출신 이유로
한국 국적 취득 못해 유학생 신분
성실함 무기로 장학금 안 놓쳐
“특별한 존재란 엄마 말에 큰 힘
어릴적 키워왔던 꿈 꼭 이룰 것”
“의료 선진국인 한국에서 제가 꿈꾸던 간호사 공부를 하게 되니 솔직히 아직도 실감이 안 나요.”
이달 11일 대구보건대에서 열린 ‘제26회 나이팅게일 선서식’에서는 유독 한 학생이 눈길을 끌었다. 임상실습을 앞둔 예비 간호사 252명 중 그만 까무잡잡한 피부에 긴 곱슬머리를 가진 외국인이었기 때문이다. 이 학생은 아쿠네포 나마카 발렌티나(20)씨이다. 나이지리아 출신으로 한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와 어머니 사이에서 2004년 경기 의정부성모병원에서 태어난 이민자 2세다.
네 살 때 대구로 이사 온 발렌티나씨는 초·중·고교를 모두 이곳에서 다녔다. 그는 “제가 나이지리아 출신인 아버지의 피를 물려받아서 그런지 추위를 엄청 많이 타요. 대구는 너무 따뜻해서 활동하기가 좋아요”라며 멋쩍게 웃었다. 지금은 성격이 쾌활한 탓에 개성이 있다거나 이국적이라는 말을 듣지만, 어릴 때는 얼굴이 검다고 놀림을 받아 별명이 ‘초콜릿티나’라고 불려 마음에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발렌티나씨를 전국 스타로 만든 나이팅게일 선서식은 간호학과 2학년 학생들이 나이팅게일의 희생과 봉사 정신을 되새겨 전문 간호사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겠다고 다짐하는 자리다. 그는 “초등학교 1학년 때 찾았던 병원에서 너무 친절하게 대해 준 간호사 언니에 대한 좋은 기억을 잊지 못해 의료계열에서 일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간호학과를 선택했다”며 “남에게 부끄럽지 않고 책임을 다할 수 있는 간호를 제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발렌티나씨에게 올해 논란이 많았던 간호법 제정에 관해 묻자 “늦은 감이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는 “한국의 보건의료 인력은 2021년 기준 인구 1000명당 간호사가 4.6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8.4명)에 한참 못 미친다”고 말했다. 이어 “임금인상이나 인력 충원, 처우개선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해외로 취업하려는 사람이 꽤 늘고 있다”고 전했다.
‘나는 뼛속까지 한국인’이라고 말하는 그에게 ‘언제 가장 한국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느냐’고 묻자 “초등학교 때 운동회 시작 전 국민의례를 했을 때”라는 엉뚱한 답이 돌아왔다. 발렌티나씨는 “최근에도 다른 학생들과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해 너무 뿌듯했고, 독도 명예주민증 발급도 신청했다”고 너스레를 떤다.
발렌티나씨는 “저도 이민자 가정의 자녀로 사회적 소수자의 애로사항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간호사가 된다면 국적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대구=김덕용 기자 kimd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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