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표' 지역화폐 3천억→2조 늘린 野 … SMR 예산은 90% 싹둑
소형모듈원전 수출사업 예산
70억→7억원으로 대폭 줄여
경찰특활비 32억 전액 삭감
김여사표 사업도 줄줄이 칼질
與 "거야가 정부사업 무력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핵심 정책으로 꼽히는 지역사랑상품권의 내년 예산이 국회 심사과정을 통해 0원에서 2조원으로 증액됐다. 반면 '김건희표 예산'이라고 불리는 예산은 대폭 삭감됐다.
2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예산소위원회는 논란이 됐던 2025년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을 2조원으로 행안위 전체회의에 넘겼다. 당초 정부에서는 예산을 편성하지 않았다. 지역사랑상품권 관련 예산은 문재인 정부 시절 1조원을 넘나들기도 했다. 하지만 작년과 올해에는 각각 3500억원, 3000억원으로 책정된 바 있다.
이날 의결된 안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다시 논의되기 때문에 확정된 것은 아니다. 현행법상 국회가 증액 예산을 편성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에서 해당 예산을 늘려놓은 만큼 야당은 예결위에서 정부·여당과 줄다리기를 통해 증액한 금액을 최대한 반영시키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21일 수원의 한 전통시장을 방문해 지역사랑상품권 국고 지원을 위한 전통시장·소상공인 민생 현장 간담회를 하며 예산 확보를 위한 여론몰이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세재정연구원은 '지역화폐 도입이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실증분석 결과 지역화폐의 발행으로 추가로 발생하는 지역의 경제적 순효과는 사실상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지역화폐 유통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의 효과가 있는 만큼 가격정보의 왜곡으로 인한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려다 삭감된 김건희표 예산은 크게 두 가지다. 정부가 추진하는 용산어린이정원 과학기술체험관 설립·운영 비용 42억원은 전액 삭감됐다.
또 초거대 인공지능(AI) 심리케어·돌봄 지원 예산 54억원은 김 여사가 화두를 던진 '마음 건강' 연관 사업인 데다 정부와 유착 의혹이 있는 김형숙 한양대 교수가 관여된 예산이라고 주장하면서 전액 삭감했다. 민주당은 "정부의 긴축재정 기조를 고려할 때 다른 민생 사업에 비해 추진할 필요성이 작고, 종합기본계획조차 완료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전액 감액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연구개발(R&D) 예산도 대폭 줄였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정부가 70억원 규모로 편성했던 민관 선진 원자로 수출 사업(SFR) R&D 예산을 90% 삭감해 7억원만 남겨놨다. SFR은 성능이 개선된 차세대 SMR의 일종이다.
원자력안전위원회 예산은 총 16억3000만원 늘었는데 이 가운데 16억원이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모니터링 명목의 증액이다. 국민의힘 소속 과방위 의원들은 "거대 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정부 사업을 무력화했다"고 반발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은 "방통위, 방심위 예산이 깎인 것은 현재 방통위가 2인 체제인 영향이 큰데 이건 국회가 방통위원 추천 의무를 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같은 이유로 예산이 상당 부분 깎인 것은 정부 기능을 마비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SMR은 AI 등 전기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것인데 삭감됐다"며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찰의 특수활동비도 32억원 전액이 삭감됐다. 특수활동비는 마약범죄 등 기밀 유지가 요구되는 정보 활동과 수사에 쓰이는 돈이다. 경찰이 잠입 수사 등을 위해 꼭 필요한 부분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그러나 야당은 이를 전액 삭감한 채 행안위 전체회의로 넘겼다. 행정안전부에 설치된 경찰국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증액한 예산도 여럿 있었다. 과방위에서는 제조업의 AI 전환에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면서 정부 예산안에 없던 신규 사업인 'AI G3 도약 대한민국 제조업 AX 지역특화 선도사업' 예산을 추가했다. 모두 4500억원 규모다. 또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 R&D 예산은 정부가 90억원을 편성해서 올렸는데 3217억원 늘어 총 3307억원으로 예산소위를 통과했다.
[최희석 기자 / 홍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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