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범열아,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다” 첫 우승한 제자에게 전한 ‘스승’ 이충복의 진심
“우승 확정되자마자 축하문자 보냈다”
선수 데뷔 13년만의 간절했던 우승 소식을 가장 먼저 알리고 싶은 사람이 스승이었다.
이범열의 스승은 이충복(PBA) 선수다. ‘3쿠션 교과서’라 불리는 이충복은 선수로서도 명성이 높지만 이범열을 비롯, 조건휘(PBA) 한지승(PBA, 군복무 중) 등 훌륭한 제자를 배출한 ‘사부’로도 유명하다.
“더할나위 없이 기뻐, 이제 정상 지키는 법 터득해야”
사실 이충복은 이범열이 우승 후 곧바로 자신을 찾기도 전에, 이미 제자의 결승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충복은 이범열 우승이 확정되자마자 ‘축하한다. 멋있다. 사랑한다’는 문자를 남겼고, 이후 이범열과 전화통화하며 우승 기쁨을 나눴다고 했다.
경기도 광명시에서 열리고 있는 PBA팀리그 4라운드 개막날인 19일 대회장인 광명시민체육관에서 이충복을 만나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이범열이 우승 직후 스승부터 찾던데.
=사실 결승전은 지켜보고 있었고, 승부가 난 뒤 ‘축하한다. 멋있다. 사랑한다’고 문자를 보냈다. 하하. 얼마 후 (이)범열이가 시상식 마치고 전화를 걸어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범열이 어떤 이야기를 하던가.
=드디어 우승했다고 기뻐하며 감사해 했다. 특히 과거에 내가 지적해 줬던 부분을 경기 내내 되뇌며 쳤다고, 그래서 우승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
▲제자가 우승하는 모습을 보니 어떤 마음이 들었나.
=‘어리면 성장을 하긴 하는구나’ 생각했다. 하하. 나도 범열이 만큼이나 정말 기뻤다. 날 사부라 부르고, 내가 제자라 부르는 선수가 우승했으니 더 할 나위없이 좋았다. 조만간 만나면 한번 꽉 안아줘야겠다.
“팀리그는 플레이오프, 개인투어 목표는 우승”
=먼저 많이 축하해 주겠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말도 해주고 싶다. 챔피언의 길은 굉장히 험난하고, 한번 정상에 오른 건 분명 대단한 성과다. 그렇지만 그때부터 안주하지 않고 다시 나아가는게 중요하다. 정상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그 숙제를 잘 풀어나가며 더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스승 입장에서 ‘우승’을 유독 강조한다고 하던데. (이범열은 우승 후 인터뷰에서 “스승님이 선수로서 우승은 꼭 한번 해봐야 한다는 말씀을 여러 차례 하셨다”고 말했다)
=선수로서 우승하는 건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결국 정상에 서기 위해 모두 선수생활 하는 것 아닌가. 우승 경험 없는 선수들에겐 미안한 말일 수 있지만, 선수 생활 하는 동안 우승 한 번 없다면 선수로서 가치는 그만큼 퇴색될 수밖에 없다. 지금도 젊은 선수를 지도할 때면 “나는 1등을 키우려 하는 것이지, 어설픈 선수를 키우고 싶지는 않다”라는 말을 해주며 항상 우승을 강조한다. 그런 면에서 범열이가 이번에 우승한 건 나로서는 정말 기분 좋은 일이다.
▲이범열과는 어떻게 사제의 연을 맺었는지.
=범열이가 고2 때 내가 배명고 당구부 코치로 있었는데, 그때부터 연을 맺게 됐다. 이후 내가 프로에 진출하기 전까지 언제나 함께했다.
▲스승의 시선으로 봤을 때 이범열은 어떤 선수인가.
=범열이는 우직함이 가장 큰 강점이다. 내가 가르치는 것을 항상 묵묵히 받아내고, 열심히 연습하는 노력파다. 단순한 것도 장점이다. 당구를 치며 어떤 면에선 꼭 필요한 부분인데, 복잡하게 생각 안하고 단순하게 풀어나가는 경향이 있다.
▲짧게 본인 이야기도 해보겠다. 이제 팀리그 4라운드가 개막했고, 하이원도 최근 상승세라 볼 수 있다. 이번 라운드와 남은 시즌 목표는.
=올 시즌은 전반적으로 흐름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1라운드 때 좀 힘들었지만 이를 발판 삼아 2~3라운드 때는 우승경쟁도 했다. (하이원은 1라운드 때 최하위에 머물렀으나 2라운드서 5위로 반등했고, 직전 3라운드 땐 2위를 차지했다) 이번 4라운드는 총력전이다. 꼭 플레이오프행 티켓을 따고 싶다.
▲최근 개인투어에서도 상승세가 눈에 띈다. (이충복은 지난 시즌 프로데뷔 이후 11개투어 연속으로 첫판을 넘지 못했지만 지난 3차전서 8강에 올랐고, 직전 6차전에선 공동3위에 올랐다)
=역시 멘탈적인 부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경기하는 것에 있어서는 크게 달라진 게 없지만, 최근엔 스스로 당구를 좀 더 진지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어려움은 계속해서 찾아오기 마련이지만, 그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는 매 대회마다 여전히 우승이다. [광명=김동우 MK빌리어드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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