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성선수 입단→데뷔 첫 KS 진출' 커리어 하이 내야수, "열심히 노력하면 한 번의 기회는 무조건 오니까 무조건 버텼다" [오!쎈 경산]
[OSEN=경산, 손찬익 기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내야수 안주형(31)은 올 시즌을 되돌아보며 “어떻게 보면 영광스러운 한 해였다”고 말했다.
부경고와 영남대를 졸업한 뒤 2016년 육성 선수로 삼성에 입단한 그는 올 시즌 데뷔 후 1군 최다 출장(82경기) 기록을 세웠고 처음으로 가을 무대를 경험했다.
20일 경산 볼파크에서 만난 안주형은 “어떻게 보면 영광스러운 한 해였다. 왼손 검지 부상으로 빠지게 된 건 아쉽지만 계속 1군에 있었고 한국시리즈까지 경험했으니 최고의 시즌이었다”고 미소를 지었다.
올 시즌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주고 싶은지 묻자 “방망이를 못 친 거 빼면 80점 정도 줄 수 있을 것 같다. 수비, 번트 등 팀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4월 6일 광주 KIA전. 안주형에게 올 시즌 최고의 경기였다. 7번 2루수로 나선 안주형은 2회 무사 1루서 보내기 번트를 성공시켰고 5회 2사 2루서 볼넷을 골라 밀어내기 연속 사구로 역전 득점의 발판을 놓았다.
7회 2사 후 좌중간 2루타를 때려냈고 9회 선두 타자로 나서 상대의 허를 찌르는 번트로 올 시즌 두 번째 멀티히트를 완성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과감하게 2루 도루에 성공해 무사 2루 득점 기회를 마련했다. 곧이어 강민호의 내야 땅볼 때 3루에 안착했다. 안주형은 대타 김헌곤의 좌중간 2루타로 결승 득점을 올렸다.
삼성은 여세를 몰아 김현준의 적시타와 이성규의 희생 플라이로 2점을 보태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삼성은 KIA를 7-4로 꺾고 8연패의 늪에서 벗어났다.
팀 승리를 위해 몸을 사리지 않는 활약을 펼친 안주형은 도루를 하는 과정에서 왼손 검지 미세 골절상을 당했다. 그는 “부상 당한 건 아쉽지만 팀의 8연패 탈출에 도움이 됐다는 게 가장 기뻤다”고 했다.
가을 무대를 처음 밟은 그는 “부상 후 재활 기간 중에 인터뷰를 통해 ‘가을 야구를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는데 이뤄줘서 기분이 묘했다. 설레기도 하고 긴장도 되고 들뜬 기분도 들었다”고 했다.
또 “포스트시즌을 경험한 동료들에게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봤더니 정규 시즌과는 확실히 다르다고 하더라. 직접 경험해보니 엄청나게 긴장되고 떨렸다. 번트를 댈 때 무조건 성공해야 하니까 부담도 커지고 집중력도 배가 됐다”고 덧붙였다.
안주형은 올 시즌의 경험과 자신감을 바탕으로 내년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열심히 준비 중이다. 겨우내 개인 훈련 계획도 이미 다 세웠다. 올 시즌 타율 2할1푼8리(142타수 31안타)로 저조한 성적을 남긴 만큼 타격 훈련에 중점을 둘 생각이다.
“타격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타격에 좀 더 신경 쓰고 있다. 기술적인 변화 여부는 스프링캠프 때 타격 코치님과 상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2022년 1월 김승미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안주형은 “늦은 나이에 1군에서 좋은 기회도 생기는 등 결혼하고 나서 잘 풀리는 것 같다”고 아내를 향해 고마운 마음을 표했다.
육성선수 출신 안주형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삼성 내야진에서 소금같은 존재로 자리매김했다. 때로는 내려놓고 싶을 때도 있었을 텐데 묵묵히 열심히 하다 보면 언젠가 한 번은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열심히 땀 흘렸다.
그는 “이제 나이가 적지 않으니 기회가 많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하면 한 번의 기회는 무조건 오니까 그 기회를 잡기 위해 묵묵히 버텼다”고 했다.
이는 퓨처스 무대에서 뛰는 후배들에게 전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안주형은 “항상 후배들에게 똑같은 이야기를 한다. 어떻게 보면 유명 스타가 말하는 것보다 제가 이야기하는 게 더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만족이란 건 없다. 그는 “더 열심히 해야 한다”고 스파이크 끈을 다시 조여 맸다. /what@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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