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흔들리는데 대안도 전략도 없는 민주당 ‘뒤숭숭’

엄지원 기자 2024. 11. 20.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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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말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한겨레에 이재명 대표의 '의원직 상실형'(1심) 선고 이후 당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권이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민주당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죽지 않는다'라고 외쳤다면 국민 여론이 함께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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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왼쪽)와 박찬대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고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다들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을 알지만 아무도 입 밖으로 말을 꺼낼 수가 없는 상황이다. 말할 수도 없고, 인정할 수도 없고….”

더불어민주당의 한 재선 의원은 20일 한겨레에 이재명 대표의 ‘의원직 상실형’(1심) 선고 이후 당내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최악의 경우 이 대표가 향후 10년 동안 선거에 출마하지 못하게 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이 상황을 어떻게 풀어갈지 차마 터놓고 말할 수 없다는 취지다. 지난 1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 대표에게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뒤, 민주당은 이 대표를 지키기 위한 총력 방어 태세를 다짐하지만, 당 곳곳에선 오리무중이 된 당의 앞날에 대한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민주당의 최대 난제는 당의 최대 자산인 이 대표를 구명할 전략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친이재명계 지도부 의원들은 일단 “징역형을 받은 공직선거법 재판은 항소심에서 뒤집어질 것”이라거나 “25일 1심 선고를 앞둔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무조건 무죄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지 않은 기대다. 한 다선 의원은 “지도부에 사실상 뾰족수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인지 당 곳곳에선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다. 이 대표 재판이 줄지어 기다리는 상황에서 법원의 감정을 건드려 좋을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당 전략기획위원회가 ‘사법 살인’·‘정치 판결’을 금기어로 콕 집어 지도부에 보고했지만, 이 보고가 올라온 18일 최고위원회의에서조차 “유죄 결론을 내리고 짜 맞추기 한 사법 살인, 정치 판결”(전현희 최고위원), “전형적인 정치 판결”(한준호 최고위원), “명백한 사법 살인”(김병주 최고위원)이라는 규탄이 잇따랐다.

이 대표가 선고 이튿날(16일) 열린 ‘김건희 특검법 촉구 집회’에서 “이재명은 결코 죽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며 여론전을 펼친 것도 ‘감점’ 요인으로 꼽힌다. 특검법엔 찬성하지만 ‘이재명 방탄’으로 비치는 건 꺼리는 민심을 머뭇거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한 초선 의원은 “‘정권이 나를 죽일 수는 있어도 민주당은 죽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죽지 않는다’라고 외쳤다면 국민 여론이 함께 움직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불기소 처분한 이창수 서울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 등 검찰 수사 라인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하고 29일 표결에 부친다는 계획이다. 김건희 특검법 재의결에 실패할 경우에 대비한 후속책이라지만, 시기적으로 검찰을 압박하는 듯한 모습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비칠 것이란 우려도 제기된다.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기민도 기자 key@hani.co.kr 고경주 기자 g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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