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상황 지나갔다" 어느 나라 경제수장의 말인가 [아카이브]

김정덕 기자 2024. 11. 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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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 지났다”던 경제부총리
트럼프 리스크 지적 나오자  
뒤늦게 대외 불확실성 운운
트럼프 당선 대비 안 했나
“비상한 각오” 강조했지만
산업계, ‘이미 늦었다’ 자조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현재의 경제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사진|뉴시스]

"위기 상황이나 불안한 상황은 지나갔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2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렇게 발언했다.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정부(긍정적)와 국민(부정적) 간 체감경기가 다른 원인을 묻자, 그 답을 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다.

최 부총리는 "수출 관련 경제 지표와 실제 체감과의 괴리에 (원인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수출 실적이 마이너스가 나온 2022년과 2023년에 엄청나게 불안한 위기 상황 아니었나"라면서 "큰 틀에서는 전체적으로 나아지고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출이 잘돼서 상황이 좋아지고 있는데, 그 효과가 내수에 빨리 퍼지지 않아서 체감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거다.

특히 최 부총리는 "민생이나 내수 부분의 속도감이 따라가지 않고 있고, 고금리나 고물가로 인해 자신의 생활이 힘드니까 괴리감을 느끼는 것"이라면서 "(경기 회복을) 최대한 빨리 체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최 부총리의 말을 종합하면 정부는 최근의 경제 상황을 꽤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를 두고 수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1월 들어 수출이 위축된 데다, 수출의 온기溫氣가 내수로 퍼지지 않은 덴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도 숨어 있기 때문이다. 최 부총리가 말했듯 고금리, 고물가 때문만이 아니란 거다.

더구나 최근 도널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하며서 한국경제를 둘러싼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위기감을 느끼고 거기에 걸맞은 정책을 펼칠 때란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겠다"는 최 부총리의 말에도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금은 각오를 다지고 있을 단계가 아니라 이미 다양한 행동을 해야 하는 단계'라는 이유에서다.

사실 보편적 관세 부과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근거한 전기차 보조금 폐지는 이미 트럼프 당선인이 유세 기간 내내 강조한 공약이다. 그런데 우리 정부는 당선 이후에야 '기업들과의 소통을 통한 대응책 마련'을 운운하고 있다.

11월 수출은 크게 줄어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사진|뉴시스]

일례로 산업통상자원부는 트럼프가 당선된 후에야 산업 업종별 영향을 점검하는 간담회를 진행했다. 정부는 향후 민관 대미협력 전담반(TF)을 꾸리겠다는 계획이지만, 이제 TF를 꾸려서 적절한 대응이 되겠냐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을 받으려 미국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했는데, 보조금이 폐지되면 사업 차질이 불가피하다"면서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IRA 폐지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늑장 대응한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을 거라는 뜻이기도 하다.

"위기는 지나갔다" "경제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경기가 좋아지는 걸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정부 고위직 공무원들이 낙관론에 취해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볼 문제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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