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명태균 ‘창원순환도로 노선 변경’ 관여 의혹…“김영선에 법안 발의 지시” 증언도
윤석열 대통령 부부 공천개입 의혹 핵심 인물인 명태균씨가 2023년 창원시가 추진했던 북부순환도로 노선 변경에 관여돼있다는 의혹이 20일 제기됐다. 명씨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을 통해 관련 법안 발의를 청탁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변경된 노선안의 관철을 위한 정황으로 풀이된다. 현재 노선 변경은 지역사회 반발로 보류돼 창원시가 주민의견을 수렴 중이다. 명씨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김 전 의원 보좌진이었던 강씨는 지난 19일 기자가 ‘2023년 11월 김 전 의원이 대표발의한 도로법,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창원 북부순환도로와 연관된 듯 보이는데 명씨가 관여한 기억이 있나’라고 묻자 “법안 발의 같은 경우 거의 다 명씨의 지시를 받고 김 전 의원이 보좌진들한테 이런 법안을 만들라고 했다”고 말했다. 강씨는 민주당 명태균게이트 진상조사단(단장 서영교 의원)과 비공개 면담에서도 북부순환도로 관련 질의에 “모두 맞다”며 “명씨가 김영선 의원에게 지시, 전달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창원 북부순환도로는 창원중앙역에서 용강고개까지 가는 외곽간선도로로, 교통체증 완화를 위해 추진됐다. 그런데 2017년부터 유지된 2단계 사업의 노선이 2023년 초 갑자기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사업비가 당초 306억원에서 908억원으로 602억원이 늘었다. 용강교차로에서 출발하는 구간의 종점이 도계동에서 명곡동으로 변경되면서 고가도로 설치 비용 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노선 변경을 2023년 초부터 추진했는데 관련 질의가 시의회에서 나온 것은 같은해 6월, 지역사회에 논란이 된 것은 같은해 10월이었다.
노선 변경으로 예산이 늘어나면서 기획재정부는 예비타당성 재조사에 들어갔다. 창원시 교통건설국은 지난해 6월27일 창원시의회에서 “국토부하고 기재부하고 같이 계속 몇 번이나 협의하고 있는데 사업비가 이제 배로 늘어나다 보니까 또 그 타당성 재조사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당시 국민의힘은 노선 변경안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당시 문제는 창원시가 일방적으로 변경을 추진했다는 점”이라며 “(노선 변경은) 국민의힘 전체가 다 같이 만들어낸 합작품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명씨의 관여 정황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면서도 “(김 전 의원은) 자기가 국비를 그(증가한)만큼 들고 온다고 했다”며 “김영선 의원은 지역의 상황을 잘 몰랐기 때문에 자기 사업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고 명태균 등과 (같이)해서 했을 가능성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창원시에 따르면 김 전 의원은 창원시가 노선 변경을 공식화하기 전인 2023년 6월 이전부터 창원시 건설도로과와 관련 협의를 진행했고 7월5일에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중소도시 특례시 같은 경우 혼잡도로 완화하는 부분에 지원이 돼야 된다”며 “기재부에서 그것을 수용 안 했다고 하니까 좀 살펴봐달라”고 말했다.
김 전 의원은 2023년 11월23일에는 창원을 명시하며 인구 50만명 이상 중소도시에 혼잡도로 해결을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국비지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안과 도로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강씨의 발언 등을 종합하면 노선 변경으로 비용 부담이 늘어난 창원 북부순환도로 추진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창원시 관계자는 해당 의혹에 대해 “김영선 의원이라는 사람이 의창구 국회의원 중엔 혼자이지 않나. 의창구 쪽에서 하는 것에서 개입 안 되는 게 없을 것”이라며 “다만 현실적으로 명씨가 (추진)해서 이뤄진 게 하나도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창원시에 필요한 국비를 요청하기 위해 김 전 의원의 사무실에 가면 명씨가 항상 있었던 것은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는 “명씨는 항상 그(김영선 전 의원) 사무실에 있었다”며 “책상 가운데 자기가 총괄로 앉아 있고 보고를 할 때 다같이 있었다. 윤 대통령 부부와 주고 받은 메시지를 한번 보여주고 그런 적도 있다”고 말했다.
북부순환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해 창원시는 지난해 6월 “당초에 계획이 그린벨트 훼손이 너무 많다고 그래서 국토부 심의에서 그것이 반려가 된 모양”이라며 “그래서 대안으로 만든 것이 용강고개 쪽으로 올라가는 노선을 궁여지책으로 개설을 연결시키려고 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현재 노선 변경은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지난해 11월부터 원점 재검토에 들어갔다.
명씨 측은 해당 의혹에 대해 묻자 “아는 바 없다”고 답했다.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박하얀 기자 whit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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