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로 月 121만원씩 과일 구입?…김혜경 '사모님팀' 뭐길래
관용차 6016만원, 법인카드 889만원, 과일 2791만원, 샌드위치 685만원, 세탁비 270만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도지사 시절 예산을 사적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되면서 도 예산이 어느 항목에 쓰였는지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대표는 경기도지사 재직 시절 경기도 예산을 사적으로 쓰고 법인카드를 유용하는 등의 방법으로 경기도에 총 1억653만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 측은 이른바 '사모님팀'을 구성해 운영하면서 이 대표와 부인 김혜경 씨의 사생활 관리를 전담토록 했다.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 배 씨가 팀장으로 이곳에서 구입한 소고기, 초밥, 복요리 등 음식비 합계는 75건, 889만원 상당(법인카드 사적 사용)이었다. 이 밖에 △과일 대금 2791만원 △샌드위치 대금 685만원 △세탁비 270만원 등이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배 씨가 공동으로 유용한 예산으로 기재됐다. 검찰은 허위 차량 일지 작성과 지출 결의도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검찰이 적시한 이 대표의 업무상 배임액 1억653만원 가운데 6016만원(56.5%)은 관용차인 제네시스 G80의 사적 사용에 따른 것이다. 검찰은 이 대표 등이 도청이나 차고지인 인근 행정복지센터에 차량을 반납하지 않은 채 자택에 관용차를 세워 두고 개인 모임이나 병원 출입 등 사적 용도로 사용했다며 G80 렌트비의 월 최소액(138만원)에 주유·세차비 등을 더해 배임액을 추산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과일값 2791만원이다. 한 달 평균 121만원어치의 과일을 구매한 셈이다. 2020년 가구 평균 월간 과일 지출액의 약 30배에 달하는 액수다.
앞서 이 대표는 김 씨가 선거법 위반(기부 행위) 사건 1심 선고 공판에 참석하던 14일 페이스북에 '법정으로 향하는 아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아내에 대해 미안함과 애틋한 심정을 절절히 표현했다. 글에는 '남편 일 도와주는 비서에게 사적으로 음식물 심부름시킨 게 죄라면 죄겠지만, 미안한 마음에 조금의 용돈을 주었고 그가 썼다는 법인카드는 구경조차 못 했다'면서 법인카드와 아내를 구분 지으며 변호했다.
하지만 검찰은 비서실장 정 모 씨 등이 간담회, 직원격려 등 명목으로 가짜 서류를 만들어 예산을 타낸 뒤 과일을 구매해 이 대표 공관과 수내동 자택으로 배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장판사 출신이기도 한 전주혜 전 국민의힘 의원은 20일 채널A '김진의 돌직구쇼'에 출연해 "당시는 이 대표가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는 등 대권을 준비하던 시점이었는데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했다. 해도 해도 너무 한다"라며 "유용금액이 1억을 넘으면 징역형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혁진 변호사는 "2020년 과일을 사기 시작하고 그다음부터 세탁소를 시작하더니 샌드위치도 괜찮겠네 하면서 그다음 달부터 시작됐다"면서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된 게 아닌가 생각된다"고 주장했다.
'사모님팀'에 소속된 경기도청 7급 공무원이자 공익제보자인 조명현 씨는 지난해 신동아와 인터뷰에서 2021년 11월부터 배소현 씨의 수행을 문제 삼는 '김혜경 씨 불법 의전'에 대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하면서 자신이 그동안 해 온 일이 불법의전이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충격을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공범으로 기소된 배 씨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형이 확정됐다.
조 씨에 따르면 에르메스 로션과 청담동 일제 샴푸, 일제 클렌징 오일, 김혜경 씨의 생일 선물, 소고기와 꽃다발, 생일 케이크, 미역국. 이런 물품을 채워놓거나 배달하는 것이 7급 공무원의 일이었다.
김혜경 씨가 전날 주문하거나 오전에 주문한 음식은 경기도청 총무과 의전팀 법인카드로 결제해 수내동 자택으로 배달할 수 있었지만, 오후 늦게 갑자기 주문하면 일단 개인 카드로 결제한 뒤 다음 날 다시 음식점에 가서 결제를 취소하고 법카로 재결제하는 일명 '카드깡'을 했다. 그런 식으로 일주일에 1~2회씩 온갖 주문 음식을 수내동 자택으로 배달했다. 배 씨의 입에서 "우리는 배달의 민족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법인카드로 결제할 수 없는 항목은 일단 비서 개인 카드로 결제한 뒤 영수증을 경기도청에 제출하면 비서실에서 처리해 줬다. 나중에 이런 비용은 공무원 출장 여비를 갹출한 돈으로 처리했다고 배소현 씨가 얘기해 줬다.
행정안전부는 지방자치단체장의 배우자를 공무원이 공무가 아닌 사적 일을 수행하게 하거나 의전 지원을 금하며 단체장의 배우자를 지원하는 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금지하고 있다.
김연주 국민의힘 대변인은 페이스북에 남긴 글을 통해 "관용차를 자가용처럼 쓰기 위해 차고지를 아파트 인근 행정복지센터로 옮기고 거기에다 상시 주차 가능한 아파트 스티커를 갖다 붙였다"면서 "손끝 하나 까딱 안하고 '공무원' 두 사람이 알아서 하도록 했고 과일, 샌드위치, 초밥, 삼계탕 등 그 수량의 다과를 넘어 집앞으로 배송시키고 제례주는 물론이고 깐 밤에 북어포까지, 제수용품 일습을 그냥 딱 받아서 차례 혹은 제사를 지냈다니 유구무언이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공적 의식, 책임 의식, 죄의식 이런 게 있었는지 묻고 싶다"고 했다.
수원지검 공공수사부(부장 허훈)는 19일 이 대표에 대해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기소했다. 또 당시 경기도지사 비서실장 정 모 씨, 전 경기도 공무원 배 모 씨도 역시 배임 혐의의 공범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공무원들이 다수 동원돼 조직적으로 예산을 유용했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김 씨의 기소유예 처분에 대해서는 혐의는 충분히 적용해 기소할 수 있었지만 같은 혐의로 배우자인 이 대표가 기소되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들어 이 대표가 재판에 넘겨진 건 이번이 여섯번째다..
검사사칭 관련 위증교사 혐의 사건은 오는 25일 1심 선고가 내려진다. 이밖에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관련 개발 비리와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쌍방울그룹 대북 송금과 관련한 제3자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받고 있다.
이 대표는 검찰이 자신을 재판에 넘긴 것과 관련 "증거는 없지만 기소한다는 것이 검찰의 입장"이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일선 부서에서 사용한 법인카드나 예산 집행을 도지사가 알았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까 기소한다'는 것이 지금 검찰의 입장"이라며 "룰라에게 적용됐던 브라질 검찰의 '증거가 없는 것은 은닉했기 때문일 것'이라는 입장과 똑같다"고 지적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이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1심과 2심에서 유죄 선고를 받았으나, 2021년 브라질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이 무죄로 최종 확정된 것에 빗댄 것이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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