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여’ ‘눌려’ ‘불타’ ‘떨어져’ …노동자의 오늘은 여전히 춥고 아파

[이주의 눈]경기도 남양주 모란공원서 ‘54주기 전태일 추도식 · 32회 전태일노동자 시상식’ 열려…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 전태일노동상 받아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의 전태일 열사.

‘모든 노동자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는 주제로 ‘제54주기 전태일 추도식 및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열린 2024년 11월13일 오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모란공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등을 외치며 온몸을 불사른 ‘노동자의 영원한 불꽃’ 전태일 열사가 숨진 지도 반백 년이 넘게 흘렀지만, 이 땅의 노동 현실은 변한 게 없는 듯하다. ‘끼여’ ‘눌려’ ‘불타’ ‘떨어져’ 아침에 출근했던 대여섯 명의 노동자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는 근로기준법,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에서도 제외된다고 법은 정하고 있다.

이날 열린 시상식에서 ‘아리셀 화재 참사’의 진상 규명에 힘쓴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충북인뉴스 공동대표)가 전태일노동상을, 한국 해고 노동자들의 일본 원정 투쟁을 도와 ‘한국 노동자의 벗’으로 불린 오자와 다카시·구니코 부부가 특별상을 받았다.

열사의 첫째 동생 전태삼씨는 유족 인사말을 통해 “처음 여기 우리가 선 자리로 들어올 적에 싸라기눈이 한창 내리고 있었다”며 “우리가 가는 길이 동트는 아침처럼 새로 시작하는 노동의 새벽을 여는 그러한 날이 돼, 내년에는 화사하고 밝은 모습으로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따스한 늦가을 햇살이 나뭇잎에 닿아, 금빛 이슬이 맺힌 듯 눈부시게 슬프도록 빛나는 가운데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쳤던 열사가 우리를 지켜보는 듯하다.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의 전태일 열사. 뒤쪽으로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묘역이 자리해 있다.

전태일 열사 뒤편 왼쪽에 어머니 이소선 여사의 묘역이 자리해 있어 추모식을 지켜보고 있다.

제54기 전태일 열사 추도식 및 제32회 전태일노동상 시상식이 2024년 11월13일 오전 경기도 남양주시 화도읍 마석 모란공원에서 열리고 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인사말을 통해 “윤석열 정권은 변화의 시기에 퇴행의 폭주 기관차가 돼 우리 사회를 망가뜨리고 있다”며 “전태일 열사의 외침이 노동자 민중에게 저항의 불씨가 됐듯, 윤 정권의 퇴진과 한국 사회 대전환의 계기가 돼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으로 하루하루 싸워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왼쪽으로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등이 새겨진 비석이 있다.

권영길 전 민주노총 위원장(오른쪽 셋째) 등 참석자들이 분향 및 헌화를 하고 있다.

제32회 전태일노동상을 받은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앞줄 왼쪽)와 특별상을 수상한 오자와 다카시·구니코(왼쪽 둘째부터) 부부가 최순영 운영위원(오른쪽 둘째), 임현재 전태일재단 이사장 직무대행(맨 오른쪽) 등과 함께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제32회 전태일노동상을 받은 김태윤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공동대표(왼쪽 둘째)와 유가족들이 특별상을 수상한 오자와 다카시·구니코(맨 오른쪽) 부부가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전태일 열사 묘 근처 아들의 묘를 찾아 이야기하고 있다.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전태일 열사 묘 근처 아들의 묘를 찾아 비석을 닦고 있다.

남양주(경기도)=사진· 글 이종근 선임기자 root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