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국 두 나라에 결단의 시간 다가온다…플라스틱 생산 감축 어떻게? [스프]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2024. 11. 20. 14:03
[지구력] 부산 플라스틱 국제협약 INC-5 전망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오는 11월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조약을 위해 175개국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입니다. 최대 핵심 쟁점은 이른바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 여부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폐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일회용품 제한, 재활용 제고 등을 논의해 왔지만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죠.
현재 국제사회에는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한국 포함)과 이에 반대하는 GCPS 그룹(Global Coalition on Plastic Sustainability) 등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GCPS에는 이란,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과 중국과 같은 석유화학 산업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결국 부산 협상에서 '생산 감축' 쟁점의 진전 여부는 이 두 진영 간의 밀고 당기기 대립 가운데 합의점을 찾을 수 있느냐로 귀결됩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지난 2022년 제1차 정부 간 협상위(INC-1)부터 옵저버로서 협상을 지켜봐 왔던 미 환경단체 CIEL(Center for International Environmental Law)의 데이비드 아줄레이 수석변호사가 한국 기자들과 온라인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는 기후미디어 허브가 마련했는데, 여기서 아줄레이 변호사는 GCPS 진영의 산유국 및 중국 스탠스의 차이점에 대해 중요한 시사점을 줬습니다.
흔히 뭉뚱그려서 산유국 및 중국이 폴리머, 즉 플라스틱 원료 물질에 대한 생산 감축에 반대한다고만 알려졌지만, 좀 더 속내를 살펴보면 양측 간 차이점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란 등 산유국 진영에 비해 중국은 설득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중국 석유화학 업계는 세계 제1 생산국 규모이지만 생산 설비가 운영되는 가동률을 보면 최근 50% 선까지 떨어진 곳들이 있다. 그동안 과잉 생산으로 신규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 국가 정책적으로도 미래에는 고품질 품목 생산에 집중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기존 플라스틱 범용 원료 제품의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게 중국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장의 안정화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사우디나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사실상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게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이란 등은 아직도 '글로벌 노스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압제'라는 논리를 들고나와 생산 감축 논의에 반대하는 만큼 설득의 여지가 중국에 비해 별로 없다는 겁니다.
만약 중국이 석유화학 산업의 안정화 취지를 받아들여 폴리머 생산 감축 논의에 전향적으로 참여할 경우, 생산 감축 반대국들이 일부 산유국들로 좁혀집니다. 그럴 경우 어떤 일이 생길까요? 아줄레이 변호사는 조심스럽게 또 다른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그는 "국제협약에서 모든 쟁점들이 만장일치로 승인되는 경우는 없다. 모든 나라들의 합의 서명을 거치는 경우는 일부에 불과하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번 협상의 핵심 변수의 하나는 중국의 태도 변화 여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의 기후 대응 입지가 좁아지는 틈을 타 중국의 기후 리더십이 부상할지가 최근 관심사이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 역시 이같은 내용을 기사화했고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COP29에서 중국의 태도는 이같은 기대감에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주어진 INC-5의 시간은 딱 일주일입니다. 과연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개최국인 한국은 이번 협상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까요? 유엔기후변화협약 UNFCCC는 매년 COP라고 불리는 연차 총회를 개최하는데 여기에선 의장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COP는 유엔기후변화협약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데다 의장 및 의장국이 합의 초안을 작성할 뿐 아니라 부문별 그룹별 쟁점 조정 및 타결까지 가는 모든 프로세스를 관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INC는 다릅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INC-5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일 뿐 의장국은 아닙니다. 의장은 에콰도르 주영대사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가 맡고 있습니다. 의장국은 없지만 별도로 의장단이 구성돼 운영됩니다. 의장단에는 6개 대륙별로 2개 국가씩 모두 12개국 대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개최국으로서 의장 및 의장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폴리머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에 처음부터 속해 있긴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그간 INC 협상의 생산 감축 관련 논의에서 한국은 "샤이"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달 초(11월 4일) 한국의 환경부 장관이 이번 부산 협상에서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발언한 걸 언론에서 봤다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임 김완섭 환경부 장관의 해당 발언은 11월 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만 현장에 있었던 저로서는 김 장관 발언 취지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뉘앙스 정도일 뿐 쟁점이 되고 있는 폴리머 생산 감축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으로 해석하기엔 무리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려면 우리 모두의 힘이 필요합니다. 환경을 생각하는 '지구력'.
오는 11월 25일부터 일주일간 부산에서 플라스틱 국제조약을 위해 175개국 대표단이 우리나라를 찾습니다. 제5차 정부 간 협상위원회(INC-5)입니다. 최대 핵심 쟁점은 이른바 '플라스틱 생산 감축 합의' 여부입니다. 플라스틱 오염 폐해를 막기 위해 그동안 일회용품 제한, 재활용 제고 등을 논의해 왔지만 근본적으로 플라스틱 생산 자체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이죠.
현재 국제사회에는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High Ambition Coalition to End Plastic Pollution, 한국 포함)과 이에 반대하는 GCPS 그룹(Global Coalition on Plastic Sustainability) 등의 진영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GCPS에는 이란, 사우디, 러시아 등 산유국들과 중국과 같은 석유화학 산업국이 포함돼 있습니다.
옵저버가 본 중국-산유국 간 '생산 감축' 태도 차이
흔히 뭉뚱그려서 산유국 및 중국이 폴리머, 즉 플라스틱 원료 물질에 대한 생산 감축에 반대한다고만 알려졌지만, 좀 더 속내를 살펴보면 양측 간 차이점이 상당하다는 겁니다. 이란 등 산유국 진영에 비해 중국은 설득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중국 석유화학 업계는 세계 제1 생산국 규모이지만 생산 설비가 운영되는 가동률을 보면 최근 50% 선까지 떨어진 곳들이 있다. 그동안 과잉 생산으로 신규 플라스틱 원료 가격이 떨어졌고 이로 인해 공장 가동률을 높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로 인해 중국 국가 정책적으로도 미래에는 고품질 품목 생산에 집중하자는 게 내부 방침이다"라고 말합니다. 즉, 기존 플라스틱 범용 원료 제품의 생산량을 떨어뜨리는 게 중국 국가 경제적 관점에서 봤을 때 시장의 안정화라는 관점에서 도움이 된다는 설명입니다.
반면 사우디나 러시아, 이란 등 산유국들은 사실상 양보할 생각이 없다는 게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입니다. 이란 등은 아직도 '글로벌 노스의 글로벌 사우스에 대한 압제'라는 논리를 들고나와 생산 감축 논의에 반대하는 만큼 설득의 여지가 중국에 비해 별로 없다는 겁니다.
트럼프 2.0 시대, 중국 리더십 기대에 부응?
아줄레이 변호사의 설명을 들으면서 이번 협상의 핵심 변수의 하나는 중국의 태도 변화 여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트럼프 2.0 시대를 맞아 미국의 기후 대응 입지가 좁아지는 틈을 타 중국의 기후 리더십이 부상할지가 최근 관심사이죠.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 역시 이같은 내용을 기사화했고요. 하지만 아제르바이잔에서 열리는 COP29에서 중국의 태도는 이같은 기대감에 부응하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부산에서 주어진 INC-5의 시간은 딱 일주일입니다. 과연 중국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개최국 한국의 역할은?
반면 INC는 다릅니다. 부산에서 열리는 INC-5에서 우리나라는 개최국일 뿐 의장국은 아닙니다. 의장은 에콰도르 주영대사인 루이스 바야스 발디비에소가 맡고 있습니다. 의장국은 없지만 별도로 의장단이 구성돼 운영됩니다. 의장단에는 6개 대륙별로 2개 국가씩 모두 12개국 대표가 참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역시 개최국으로서 의장 및 의장단을 지원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우리 정부의 노력도 이번 협상의 성공 여부를 판가름 짓는 데 큰 역할을 합니다. 우리나라는 폴리머 생산 감축을 지지하는 HAC 그룹에 처음부터 속해 있긴 하지만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아줄레이 변호사는 그간 INC 협상의 생산 감축 관련 논의에서 한국은 "샤이"한 태도를 보여왔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달 초(11월 4일) 한국의 환경부 장관이 이번 부산 협상에서 재활용보다 생산 감축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발언한 걸 언론에서 봤다며 고무적인 일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임 김완섭 환경부 장관의 해당 발언은 11월 4일 세종정부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발언입니다만 현장에 있었던 저로서는 김 장관 발언 취지는 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을 하겠다는 뉘앙스 정도일 뿐 쟁점이 되고 있는 폴리머 생산 감축에 대한 적극적 입장 표명으로 해석하기엔 무리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장세만 환경전문기자 j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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